157. 김웅 - 검사내전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다. 일단 저자의 개그코드가 나랑 잘 맞아서 (책이 인기가 많았던건 그의 유머가 대중적이기도 했다는 거겠지?) 오랫만에 책을 읽으면서 소리내서 웃었다. 우리 사회의 질서와 국민의 안녕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검사직을 맡고 있는 김웅 작가는 오히려 단순한 회사원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담담히 말한다. 하지만 그가 매일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이나 그가 이해하고 있는 현 사법체계의 문제점의 깊이는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매우 똑똑한데 괴짜이기도 한 동네 아저씨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자리에 앉아 듣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현재와 미래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까지 준 책이다.
좋은 구절:
"선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하지만 야바위꾼이 움켜잡은 컵 속에 구슬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꼭 그 컵을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컵들을 열어보면 된다."
"우연히 만난 애덤 스미스의 말이었다. 그가 내게 말했다. 이타심은 건물의 장식품과 같다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사회가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정의는 건물의 기둥과 같은 거라서 그것이 없어지면 건물이 무너지듯 사회도 무너진다고. 아름다운 결론은 아니지만 블랙박스처럼 유용한 위로였다."
"사람은 나무와 달라서 토양이 좋다고 늘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나를 보더라도 그렇다. 그 감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박여사가 던져주었던 질문에 대해 나는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욕구와 충동 속에서 사람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존재는 선택이 결정짓는다. 결국 선택이 자아를 만드는 것이다. 가까스로 얼기설기 세운 답은 이정도이다. 사실 해답을 찾더라도 대답을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현상을 벗어나 그 뒤에 있는 이면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하게 해주는 것은 다양한 경험이다. 기 드보르가 말하길 직접경험은 '소외 또는 분리 이전의 총체성을 회복시켜주는 삶과의 직접적인 만남'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경험해볼 수는 없다. 따라서 간접경험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답이다. 간접경험을 가장 깊이 할 수 있는 것이 책 읽기다. 인터넷이나 영향으로 접하는 정보가 목적지향적인 1차원적 강요라면 책으로 접하는 경험은 3차원적인 단일성의 회복이다."
"법, 궁극적으로 체제에 대한 신뢰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와 연관되어 있다. 자신의 미래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 사회를 유지시키는 규범과 질서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어렵다. 오히려 반감만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선의와 공감은 처벌로 위협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의로운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을 면책해주고 보상해주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다. 선의를 베풀지 않았다고 처벌하자는 것은 분노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