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대처에 지필묵을 사러 갔다가 저녁 나절 냇가에 다다른 훈장은 날은 저무는데
눈이 녹은 물이 불어 내를 건너지 못해 울상이 되어 주저앉아 한숨만 쉬는 홍과부를 만났다.
훈장은 두루마기를 돌돌 말아 허리춤에 차고 바짓가랑이를 사타구니까지 감아올려 성큼 두발을
냇물에 넣더니 어부바 하고 홍과부를 불렀다.
홍과부를 업고 내를 건넌 훈장은 그녀를 내려놓고 성큼성큼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마흔세살 홍과부의 홍당무가 된 얼굴을 어둠살이 가려줬다.
홍과부는 집에 가 이불속에 드러누워 강을 건널 때 엉덩이를 잡은 훈장님의 억센 손이 생각이 나
사타구니가 뜨거워졌다.
이튿날 홍과부는 떡을 해서 몸단장을 하고 저녁에 서당으로 갔다.
그날 밤 서당에 딸린 훈장 사택은 대들보가 내려앉을 듯 구들장이 꺼질 듯 난리가 났다.
항상 뻑지근하던 삭신이 노골노골해진 홍과부는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녘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잦은 발길에 소문이 어둠을 비집고 나오는 참에 자발없는 홍과부는 과부 친구들한테 입방아를 찧어
댔다.
고개 너머 김과부도 강을 건너고, 이과부도 꿀단지를 들고 참기름을 들고 훈장을 찾아갔다.
과부들의 얼굴이 훤해졌다.
서당 수업이 2부제가 되었다. 낮엔 학동들이 천자문, 사자 소학을 배우고 밤이 되면 마누라에게
구박 받는 남정네들 그리고 주책없는 노인들이 모였다.
훈장의 강의가 펼쳐진다.
"정상을 밟지마라. 팔부 구부 능선에서 하산하라. 자신의 정(精)을 쏟아내는 데서 즐거움을 찾지
말고, 여자가 즐기는 걸 보는 데서 즐거움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