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대구 수목원은 국화축제를 하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늘 수목원을 찾았지만 국화없는 국화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올 여름은 5월부터 무덥기 시작하였고
한여름의 무더위는 추석이 지난 9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예년보다 긴 여름은 가을의 꽃과 열매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긴 여름의 생태환경 변화는 늦게 피는 국화뿐만 아니라
국화와 함께 가을꽃의 상징인 코스모스마저 꽃이 피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비슬산 순환산책로의 첫 번째 데크 다리를 지나면
현풍천에서 90도 우회하여 용봉천이 시작되는데 그 하천변에 가을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해마가 9월부터 10월 말까지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올해는 10월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데도 코스모스는 무성한데 꽃은 커녕 봉우리도 맺지 않았습니다.
데크 다리에서 코스모스를 접사하였던 행복한 출사의 추억이 뚜렷한데
그 곳에서 맷돼지 흔적을 찾다가 10월 말인데도 코스모스의 꽃이 피지 않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고보면 코스모스 뿐만 아니라
산책로 주변에 그렇게도 무성하였던 쑥부쟁이를 비롯하여 가을 야생화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수목원을 둘러보며 꽃 이름 팻말만 있고 가을꽃이 없는 것을 보고
생태환경의 변화로 인한 가을 야생화의 비애를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내일부터 국화축제가 시작되어
선인장 하우스를 비롯하여 분재원과 종교 식물원과 열매 식물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이 닫혔습니다.
이 맘 떄쯤 국화축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목원으르 찾은 수 많은 사람들은 수목원에 국화뿐만 아니라
가을 야생화도 보지 못한 텅빈 가슴 안고 허탈한 마음으로 서둘러 수목원을 빠져 나갔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말에도 국화꽃은 절반도 피지 않을 것이고
11월 둘째 주가 지나야 국화꽃이 활짝 필 것 같습니다.
예년보다 긴 여름은 가을꽃과 그 열매뿐만 아니라
오곡백과 풍성한 가을 들녁마저 농부의 한숨을 짓게 하고 가슴시리게 하였습니다.
오늘 이슬비 내리는 수목원을 찾아 꽃을 본 것은 코스모스 몇 송이와 국화 몇 송이와
그나마 가을 야생화의 명목을 지켜 준 보랏빛 꽃향유였습니다.
지난 세월 15여년 동안 수목원을 출사하였지만
이렇게 꽃이 마른 수목원은 참으로 낯설기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