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소는 이탈리아어로 ‘몸통’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리스 로마의 고대 유적지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미술계가 이 훼손된 조각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없지만, 토르소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19세기에 와서는 조각의 한 형태로, 토르소라는 용어가 자리매김되었다. 시인은 두 개의 토르소가 있는 방에서 시적 아름다움을 뽑아내고 있다. ‘그러니 네가 오기를/없는 다리로 굴러오기를 /없는 손발로 차렷하기를’에서처럼 토르소에서 얻은 그로테스크한 문장들엔 이 몸통의 형태처럼 서술 문장들이 생략돼 있다. 좋은 시는 생략에서 오는 것. 시를 기다리는 일 또한 ‘없는 손발로 차렷하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