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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중국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호주 아델레이드에서 열린 MAST Austrailia 2024 포스터
지난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 동안 호주 남부 아델레이드에서 개최된 “2024년 호주 마스트 방산 세미나(MAST Australia 2024)”는 호주 정부가 중국의 호주에 대한 외교, 정치, 군사, 경제적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필자는 이번 세미나 첫날 오후 미국-영국-호주 간 군사 과학 기술 협력체 아쿠스 동맹(AUKUS) 실현을 위한 ‘아쿠스 첨단 방위산업 역량 협력(AUKUS Advanced Capabilities)’ 세션에서 한국 한화방위산업체가 한국-호주 양국 간 방위협력 강화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하였으며, 청중으로부터 양국 간 긴밀한 방위산업 협력은 아쿠스 동맹 추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주문을 받았다.
아울러, 필자는 이번 세미나 참가를 통해 호주 외교부, 국방부, 방위산업체, 연구기관, 대학교와 일부 주(州) 정부가 중국의 외교, 정치, 군사, 경제적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다음과 같은 4가지 구체적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이번 세미나는 호주 해군의 차세대 독자형 핵 추진 잠수함(SSN-A) 건조를 미국과 영국이 지원하는 ‘아쿠스 동맹 필러 1’ 과제 추진을 위한 후속조치를 핵심 과제로 다루었다. 2016년 당시 호주 맬컴 터불 총리는 프랑스 Naval Group 조선소와 약 500억 호주 달러 규모의 차세대 어택급 재래식 잠수함(Attack-class SSK) 건조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전략적 억제’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2021년 미국-영국-호주 간 아쿠스 동맹을 결성하면서 2021년 9월 16일에 호주 해군의 SSN-A 건조를 선언하였다. 당시 호주 아시아 전략정책 연구소(ASPI)는 재래식 잠수함보다 SSN이 남중국해, 인도양과 남태평양 해역에서의 수중작전 역량에서 유리하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호주는 미국과 영국과 2021년 11월 22일에 3국 해군간 핵 관련 정보공유 합의서(ENNPIA)를 체결하였고, 이를 근거로 18개월간의 실사 조사를 끝냈으며, 지난해 7월 1일에 ‘호주 해군의 SSN 추진단’을 창설하였다. 현재 호주 해군은 2038년까지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SSN 3척을 도입해 호주 해군의 SSN-A 운영을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면서 2040년대까지 총 6척의 SSN-A를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호주 각 주 정부는 호주 해군의 SSN-A 건조 계획 추진이 해당 주 정부 경제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 유치를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둘째, 이번 세미나는 호주가 ‘아쿠스 동맹 필러 2’ 추진을 위한 각종 대응책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세미나는 중국 위협이 호주 주변 수상, 수중, 전자기 스펙트럼, 사이버, 우주 등의 도메인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전제하에 호주가 향후 수중작전, 사이버 작전, 우주 작전 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적 기술적, 전술적 대응 방안과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주제를 발표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혁신적 방안들이 있었다.
우선, 네덜란드 Neyk 조선소가 개발한 호주 해군의 SSN-A 자함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100t∼200t 규모의 소형 잠수함(Neyk SSM)을 소개하였고, 이어 스웨덴 사브(Saab)사가 개발한 약 3,000m 수심까지 원격 조정 및 인공지능(AI)에 따른 자율 수중작전이 가능한 상용 수중 무인정(UUV)을 군용으로 수용하여 수중 인터넷 케이블(underwater cable)을 주기적으로 정찰 및 감시하는 UUV 작전 개념을 소개하였다.
다음으로, 2022년 2월 중국 해군 수상함에서 호주 공군 P-8형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조종사에 군사용 레이저 빔을 투사하는 위협을 가하였고, 2023년 10월부터 중국 해군이 전투전단을 인도양에 상시 배치하였으며, 2024년 3월에는 중국 해군 정보수집함(AGI)이 호주 서부 연안 50마일까지 접근하는 등의 다양한 해양안보 위협을 보이자 미국 Hawk Eye 360사는 중국 해군을 사전에 정찰 및 감시할 수 있도록 해상 레이더 VH 통신 주파수를 인공위성을 활용하여 추적하는 새로운 해양 도메인 상황인식(MDA)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소개하였다. 이는 기존의 선박/함정/항공기에 설치된 자동위치추적기(AIS) 체계 기반의 MDA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혁신적 방안이었다.
또한, 미국 서남부 연구소(Southwest Institute)는 호주군의 지휘 통제 체계를 위협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휘 통제 자동화 과정에서 사이버 공간 내 인공지능에 따라 잠복한 사이버 공격을 찾아내는 자율적 반사적 대응강구책(Self-Healing and Immune System Cyber Resilience)을 강구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아울러,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우주구성군 아몬 무레이(Eamon Murrey) 우주군 대령, 전 주일미군 사령관 제러미 마티네츠 육군 중장(豫)과 영국 우주청 폴 베타(Paul Bate) 박사는 현재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우주 활용이 군사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는 군과 민간 우주사업체가 러시아와 중국의 우주 위협에 대해 범지구적 우주 작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이들은 향후 러시아와 중국이 우주 도메인을 악용하여 호주 해군의 SSN-A 수중통신체계와 아쿠스 동맹 지휘 통제체계를 흔들 수 있다면서 올해 발표된 미국 우주군 참모총장이 발표한 ‘2024년 미국 우주군 전략지침’과 같이 미국 국방부와 미국 우주군만이 아닌 미국 내 민간 우주개발사와 동맹국 우주작전 전담 부대들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셋째, 이번 세미나는 호주 내 방위산업체와 미국, 영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의 방위산업체 간 연구개발 협력을 어떻게 강화하고, 호주 내 전문 인력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다음과 같이 제기하였다.
우선, 호주 정부는 아쿠스 동맹에 따라 호주의 주권적(sovereignty) 군사과학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각종 전문 인력 개발 계획을 수립하여 향후 아쿠스 동맹 발전을 호주가 주도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보였다. 예를 들면, 호주 내 중소형 방위산업체들이 어떠한 독창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담은 약 400쪽 분량의 ‘2025년 호주-뉴질랜드 방위산업 사전(Australia-New Zealand Defence Directionary 2025)’ 책자를 발간한 것이었다.
다음으로, 2024년 호주 국방전략에 따라 중앙정부, 주 정부, 방위산업체, 연구기관, 대학교들은 상호보완적 연계성 모색하면서 아쿠스 동맹 필러 1/2 분야를 주도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고 공개하였다.
구체적으로 지난 11월 19일 호주 아델레이드 대학교 브라이언 포레이(Bryan Foley) 교수는 호주 중앙정부, 지방정부, 방위산업체, 대학교가 AUKUS 필러 1 & 2 추진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대대적으로 교과 과정을 혁신하여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이들이 졸업후에 아쿠스 1 & 2 연구개발에 기여하도록 연구개발 플랫폼을 창설하는 등 4가지 방안을 발표하였다.
첫번째는 2026년에 새로운 아델레이드 대학교(Adelaide University) 신설이다. 이는 기존 아델레이드 주립 대학교(The University of Adelaide)에 추가한 신설 대학교로 호주 정부의 국방과 안보 이니셔트브(Defense & Security Initiative) 선언에 따른 아쿠스 필러 2 추진 프로젝트 분야인 사이버, 양자 공학, 인공지능과 자동화, 국제 안보, 인간 안보, 고에너지 무기, 수중작전 능력, 첨단 레이더를 전공학과를 신설하며, 이에 따라 전체 학생의 85%를 이과 분야(STEM) 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특히, 호주 정부는 이들을 신설될 ‘호주 국방과학 기술 아카데미(Australia Defense Technologies Academy)’에 소속시켜 아쿠스 동맹 필러 1 & 2 추진사업을 주도하는 ‘방위산업 개척자(Defense Trailblazer)’ 역할을 담당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는 호주 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산하 호주 통합사관학교(Australia Defense Force Academy: ADFA)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와 영국 킹스 대학교 간 아쿠스 필러 1 & 2 추진 프로젝트를 공동 연구 추진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우주 과학 분야, 영국 킹스대학교의 국제 안보 연구 분야와 호주 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산하 ADFA는 사이버 안보, 핵기술 과학, 전투력 향상 분야에 대해 각각 연구하고 향후 이들 연구 결과를 통합해 향후 아쿠스 필러 1 & 2 추진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세번째는 호주의 남호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 Australia)는 국방 변환을 위한 세계 수위급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of Defense for Transforming Knowledge into world-class innovation) 구축이다. 이는 호주가 육성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대학교 졸업 이후에 아쿠스 필러 1 & 2 추진 프로젝트에 전념하도록 일종의 연구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개념으로서 미국 록히드 마틴사, 레이션사, 보잉사, 영국 BAE 방위산업사와 밥콕사, 프랑스 에어버스사, 스웨덴 샤브사 등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은 『호주 국방 과학과 기술 협력단(Defense Science and Technology Group: DSTG)』을 구축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번째는 호주 대학교 내 약 3만 7천여 명의 첨단 과학 기술을 전공한 과학도들을 아쿠스 동맹을 주도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호주 정부는 호주 해군의 SSN-A 건조만이 아닌, 아쿠스 필러 2 분야에 대해 미국 그리고 영국 대학교 내 과학도들과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전력을 주도하는 핵심 군사 과학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호주 내 대학교와 미국과 영국 내 대학교 간 연구 협업을 통해 이들을 뒷받침하는 연구 개척자를 양성하는 포괄적 계획을 추진한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세미나는 호주 방위산업체들이 동맹국, 파트너십 국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의 방산 협력 의지를 표출한 것을 실질적으로 보였다. 특히, 미국, 영국, 유럽연합 등의 세계 수위급 방위산업체들은 호주 방위산업체와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다양한 현지법인체 또는 지사를 설치하면서 호주의 아쿠스 동맹 역할 강화에 대비하였다.
예를 들면, 미국 해군 해양시스템(US Naval Sea System Command) 사령부 산하 해군 수중작전 센터(Naval Undersea Warfare Center) 비토리오 리시(Vittorio Ricci) 박사는 아쿠스 동맹이 21세기 해양력을 주도하기 위해 파괴적 과학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을 개발하여 이를 호주 해군의 수중작전에 적용해야 한다며, 호주 방위산업체가 민군 겸용 과학 기술(dual-use technology)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 사례였다.
또한, 호주 아르마투스 방위산업체(Armatus Inc, Australia) 가이 보에켄스테인(Guy Boekenstein) 수석 연구원은 미국, 일본, 호주 간 민군 겸용 과학 기술을 공동개발하여 아쿠스 동맹이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 일본의 역할을 주문하였고, 일본 방위성 산하 획득 기술 군수지원청(ATLA)의 해군 시스템 부장(director General of Naval System) 이마요시 시니치 해군중장(Vice Admiral Imayoshi Shinichi)은 일본이 호주 해군의 차세대 다목적 프리깃함(RAN General Purpose Frigate Project) 사업자(short lists)로 선정된 것에 고무되어 일본과 호주 해군은 협력하여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불법적 행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주제를 발표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특히, 일본 미쓰비시 조선소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주문한 모가미급 차세대 프리깃함 모형과 모가미급 프리깃함에 탑재된 통합 마스트 모형을 전시하면서 호주 해군의 차세대 다목적 프리깃함에 일본 미쓰비시 조선소의 모가미급 프리깃함이 최종 선정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번 세미나에 호주에 현지 법인을 둔 미국, 영국, 일본, 유럽연합 방위산업체들은 영업 담당 CEO만이 아닌, 엔지니어, 과학자, 예비역 연구원들이 대거 참가하였다. 특히, 이들은 현장에서 새로운 안보 개념을 해당 방위산업체들이 어떻게 첨단 과학 기술을 적용하여 구현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특히, 첨단 플랫폼을 생산하는 세계 유수급 방위산업체만이 아닌, 첨단 플랫폼에 들어가는 각종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호주와 미국, 영국, 일본, 유럽연합 내 중소형 방위산업체들이 전시 부스에서 개발한 부품을 보여 주면서 호주 국방부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이번 세미나 참가를 통해 과거 방산 전시회 참가에서 느끼던 강대국 주도의 첨단 무기와 체계 개발 양상이 점차 중견국(middle power) 간 상호보완적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즉, 강대국 주도의 군사전략과 작전개념에 따른 강대국 위주의 동맹 개념이 이제는 강대국들의 방위산업체들이 중견국의 방위산업체와 협력하여 첨단 군사 과학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군사 과학 기술 동맹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또한,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이 호주에 안보위협을 가한 행위가 그동안 남태평양에 머물던 호주가 아쿠스 동맹 참가로 연결되었고, 호주 중앙정부, 주 정부, 호주 방위산업체, 대학교와 연구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함으로써 아쿠스 동맹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나타났으며, 구체적으로 신설 특화 대학교 설치, 전문 과학도들의 적극적 양성 및 체계적 활용을 통해 대중국 위협 대응 및 억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받았다.
궁극적으로, 필자는 이번 세미나 참가를 통해 2021년 9월 15일 선언된 아쿠스 동맹이 단순히 중국의 군사위협에 대응하는 호주 해군의 SSN-A 건조를 위한 3국 간 군사 협력만이 아닌, 3국 간 첨단 군사 과학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파이브 아이(Five Eye)’에 이은 또 다른 첨단 군사 과학 기술 동맹체의 출발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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