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5-1, 새해 안부, 계획 의논
아저씨 댁에서 새해 계획을 의논했다.
작년에 기록한 생활일지 파일 속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이야기 나누었다.
가족 과업에 대한 의논이 첫 번째다.
“아저씨, 작년에 고모님 뵈러 생각보다 자주 갔었지요? 새해 인사하러 갔었고, 구정 때와 어버이날에, 여름에 또 갔었네요. 추석 전에는 뵙지 못해서 명절 지나서 다시 찾아뵈었지요. 사진 보니까 어떠세요. 기억나시는지요? 형수님 돌아가시기 전에 찍은 사진도 있고 권술 조카랑 찍은 사진도 있어요. 이건 둘째 형님 기일에 봉안당 갔던 사진이네요.”
“사진 보니까 다 생각이 나요. 언제 다 찍었어요? 형수님이 아팠을 땐데 그때 본 얼굴이 마지막이네. 그라고 나서 얼마 안 있어 돌아가셨으니까. 고모님하고 찍은 내 사진은 총각 같다. 봉안당 갈 때 어르신하고 같이 갔던 거 기억나요.”
“올해 특별히 고모님이나 큰집 조카들과 해보고 싶다거나 꼭 해야 할 일이 있으신가요? 이런 것은 더 신경 써서 도와주면 좋겠다 하고 바라는 것이나, 어떻게 도와드리면 더 좋을지도 말씀해 주시면 참고해서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그런 거 없어요. 지금도 좋아요.”
“그럼, 올해도 작년처럼 시간 날 때마다 자주 고모님 찾아뵙고 조카들이랑 소식하고 왕래하면서 지내시겠어요? 친척분들 만날 때 선물 준비하고 소식 주고받는 것, 형님 기일에 봉안당 방문하는 것을 제가 도우면 될까요?”
“그래요. 그라만 되지요.”
“고모님 뵙고 이야기 나눌 때 오늘처럼 사진 보여드리면서 작년에 있었던 일들 추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될까요?”
“그러지요. 고모님도 사진 보면 좋아하겠어요.”
백춘덕 아저씨는 고모님 좋아하는 치킨과 일지 파일을 챙겨 북상으로 향했다.
1월 날씨가 매서운데, 오늘만큼은 기온이 높고 화창했다.
고모님은 조카가 온다는 소식에 문을 활짝 열고 툇마루에 앉아계셨다.
“춘덕이 왔는가? 어서 와. 추운데 오느라고 힘들었제?”
“고모님, 잘 계셨지요? 치킨 사 왔어요.”
“그냥 오라 캤더만.”
“여기 앉으까요?”
“오데. 방으로 들어가야지. 춥다. 어서 방으로 들어가.”
마루에 앉아도 되는데 고모님의 만류에 이불 깔린 방으로 옮겨 앉았다.
방바닥에 따뜻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건강은 어떤지 소식을 주고받았다.
아저씨는 고모님과 나란히 앉아 파일을 열었다.
“고모님, 사진 볼래요?”
“사진? 누구 사진이길래.”
아저씨는 차분하고 적극적으로 고모님에게 사진을 보였다.
한 장 한 장 들추어가며 작년 일을 추억했다.
“고모님, 북상에 자주 왔지요?”
“그러네. 춘덕이가 여기 많이 왔네. 고맙데이. 이 사람은 누고?”
“형수님이라요. 대목 앞에 갔더만 방에 앉아 계시더라꼬요.”
“아이고, 이 사람아. 이래 사진으로 한번 보네. 자네 형수만 생각하만 불쌍해서 내가 똑 죽겠다.”
고모님은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형수 생각에 시작된 눈물이 죽은 아들로 전이되어 한동안 눈물을 훔치셨다.
“고모님, 고만 울어요. 운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나.”
“그캐 말이라. 내가 요새는 눈물이 많다. 생각하만 눈물만 나더라꼬.”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다른 사진이 담긴 파일을 넘겼다.
“고모님, 이 사람 누군지 알겠어요?”
“모르겠다. 누고?”
“권술이라요.”
“큰집에 권술이? 야가 권술이라고?”
“추석 앞에 갔더만 집에 있더라꼬요. 권술이도 많이 늙었지요.”
“추석 지나고 여도 왔다 갔어. 자네 집에도 왔었다면서?”
“빵하고 마시는 것 사 가지고 우리집에 왔더라꼬요.”
“여는 오데고? 깨끗하니 좋네.”
“여기가 춘수 행님 모신 데라요. 봉안당인데, 좋지요?”
“참 좋네. 춘수를 좋은 곳에 모싰네. 춘수가 여즉 살았으만 어땠으꼬 싶다.”
“행님은 좋은 데 있어요. 올해도 춘수 행님 보러 가야지요.”
“그캐, 춘덕이가 고맙다. 그래도 니가 이래 잘 사니까 나한테도 인사하러 오고 맛있는 것도 사다 주고, 죽은 너그 행님한테도 가고 그라지. 아무도 나한테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춘덕아, 올해도 니가 건강해야 된다.”
아저씨와 의논했던 가족 과업에 대한 계획을 고모님에게 대신 전했다.
올해도 작년처럼 사시게 돕겠다고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다시 눈시울을 붉히셨다.
맞잡은 고모님 손이 참 따스했다.
구정 전후에 다시 뵙기로 하고 거창으로 돌아왔다.
2025년 1월 4일 토요일, 김향
일지 속 사진, 고맙습니다. 고모님 건강하셔서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이렇게 사진 보며 계획 세우면 좋겠습니다. 신아름
아저씨께서도 하실 말씀이 있고, 아저씨께서 고모님께 보여드리며 두 분 나눌 말씀이 있고, 이렇게 의논하게 거드는군요. 감사 감사합니다. 월평
월평빌라 이야기 2024 온라인 사례집-백춘덕
첫댓글 올해도 고모님 얼굴 사진으로 뵐 수 있어 감사합니다. '고모님, 올해도 건강하셔서 아저씨와 자주 만나고, 맛있는 것 나눠 드시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지내시길 빕니다.' 일지를 읽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고모님이 백춘덕 아저씨에게 의지하는 구나 싶었어요. 자주 찾아뵙고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아저씨가 잘 살고있어 고모님이 기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