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국탐방’의 주인공은 원래 전공의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전임의들이 주인공이다.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내과의 한 분야이면서도 웬만한 독립 과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달씩 순환근무를 하는 전공의 4∼5명 외에 교수만 6명, 전임의만 무려 7명이 포진하고 있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보자. <편집자주>
어느 의국이나 취재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것이 단체사진 촬영이다. 이번에는 특히 사람들을 모으기가 어려울 듯하여, 가장 먼저 사진부터 찍기로 했다. 전공의들도 아닌데 재미있는 표정이 나올까 싶었지만, 그것은 기자의 기우였다.
카메라 앞에서 나이 지긋한 지도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때로는 멋쩍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옆 사람의 짓궂은 농담에 박장대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 주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병원’ 개념 도입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병원은 현재 60병상 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김신규 병원장을 필두로 유대현, 배상철, 정성수 전재범, 김태환 교수와 박용욱, 박재홍, 박석규, 오광택, 나경선, 최연수, 김예리 선생님 등 전임의들, 그리고 순환근무를 하는 4∼5명의 전공의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월 평균 약 7,000명 정도의 외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에야 류마티스 내과의 분과가 이루어졌다. 한양대병원은 이와 동시에 ‘류마티스센터’를 설립했으며,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한 끝에 1997년에 병원 개념을 도입해 지금의 류마티스 내과병원의 모습을 갖췄다.
한양대 류마티스내과병원은 설립당시, 류마티스 내과분야에서 선두주자인 미국 뉴욕 소재의 두 개 병원을 벤치마킹해서 설립되었으며, 류마티스로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완벽한 One Stop Service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직까지 완벽한 체제를 구축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내과, 통증클리닉, 진단면역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방사선과 등과의 협진을 통해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여성과 저소득층이 많이 앓아
“류마티스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는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여성과 저소득층이 많이 앓는 만성질환입니다.” 유대현 교수의 설명이다.
30대 중반에서 50대 사이의 환자가 주를 이루며, 전체 류마티스 환자 중 여성이 80∼90%를 차지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남성들에게는 강직성 척추염이 늘고 있는 추세이며, 소아 류마티스 환자는 드물다.
류마티스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치료자의 경험이 특히 중요한 분야이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접할 수 있는 한양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의 강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증상의 환자들이 찾아오는데, 제주도나 낙도 환자들은 물론, 심지어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같이 먼 이국에 사는 교포들까지 찾는다고. 당연히 다른 병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환자들을 많이 접할 수 있고, 치료방법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주어진다.
‘삶의 질’을 생각하는 의사
류마티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여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한다.
“남편이 아플 때 부인이 병원에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죠. 반대로 부인이 아프면….”하고 한 교수가 말꼬리를 흐린다.
류마티스내과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리면서 쉽게 치료되지도 않는 환자들이 많아서 환자를 류마티스내과 의사는 환자를 “살기 편하게 만드는 것(Quality of Life)”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한다고 한다.
류마티스와 의약분업
류마티스 내과의 치료행위는 약물치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기나 처치가 별로 없어,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의료환경 변화로 인한 제약이 특히 심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면역학적 지식이 많이 축적됨에 따라, 이를 치료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한 치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런 요법을 사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경제적인 부담(환자 1인단 연간 1,500만원 정도)이 많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류마티스 환자에 대한 보험적용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물학적 제제는 현재 공식적인 수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수가체계 하에서는 외국에서 치료효과를 인정받아 일반화된 약물치료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선생님, 오래 오래 사세요”
“한번은 20대 환자 하나가 진료 예약을 한 후 진료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통증을 참지 못하고 용감하게(?) 응급실로 쳐들어 와 입원했어요. 결국 한 달간 치료를 받은 후 걸어나갔죠.” 예약 환자가 많이 밀려 있었을 때를 회상하며 정성수 교수가 설명한다.
지난 두 달 동안 교수들과 전임의들의 연장근무를 통해 기존의 예약환자를 다 소화하고, 지금은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단다.
정 교수는 또, “아침에 눈을 뜬 뒤, 침대에서 내려오는 데 세 시간 걸려요”라고 고통을 호소하던 환자가 치료가 끝나고 웃으며 생활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대현 교수는 엄살(?)이 심했던 70대 관절염 환자의 일화를 덧붙인다. “한번은 무남독녀로 태어나 귀하게 자라신 공주병(?)이 심한 할머니가 관절염으로 입원했어요. 너무 아파서 ‘나 죽어버릴 거야’라고 때를 많이 쓰셔서 의사들을 힘들게 했는데, 지금은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대요.”
유 교수는 또 류마티스 치료를 하다보니 ‘오래 살라’는 덕담도 듣는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달 전쯤 환자가 하나가 다리를 질질 끌고 병원에 들어온 적이 있었단다. 그 환자는 2주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그 환자가 퇴원한 후 꼭 한 달만에 통원치료를 받으러 와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오래 오래 사시래요”라고. 이유인즉, 더 오래 살아서 더 많은 사람 병을 고쳐줘야 한다며 주위 사람들이 전하라는 말이었단다.
민간요법 먼저, 병원은 나중
“류마티스 환자 치고 민간요법 안 해 본 사람이 없어요” 류마티스 내과 의사로서 안타까운 점을 묻자, 유대현 교수와 정상수 교수가 탄식조로 대답한다.
“환자들이 민간요법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치료를 해야 하는 ‘루프스’ 환자들이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민간요법에 의존하다가 병을 키워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죠”라고 씁쓸해 했다.
두 교수에 따르면, 관절염 중에도 저절로 좋아질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민간요법 때문에 좋아졌다고 맹신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의사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란다.
취재 중에 기자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에 쏠렸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스위치를 끄는데, 그들은 “어디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하는 표정들이다. ‘16화음’ 전화벨 소리를 처음 들어본다는 그들은, 기자의 핸드폰을 뺏어(?)들고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이것저것 묻기까지 했다. 얼마나 병원 안에만 처박혀 있었으면….
첫댓글 한양대 하악하악
한양대가 류마티스 부분 최고잖아 ㅇㅇ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