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그대는 좋은가
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은 이끼와 돌과 조롱길을 덮고 있다
낙엽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
낙엽은 덧없이 버림을 받아 땅위에 딩군다
시몬
그대는 좋은가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저녁노을의 낙엽모습은 외롭고 허전하다
바람에 불리울 적마다 상냥스러이 외친다
시몬
그대는 좋은가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을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소리내어 운다
낙엽은 운명의 소리와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함께 낸다
시몬
그대는 좋은가
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밤 바람이 몸에 스민다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라
시몬
그대는 좋은가
낙엽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 엽 / 레미 드 구르몽(Rémy de Gourmont 1858 /1915)
#
우리의 고독, 나의 고독은 끝끝내 허상의 이데아인 "시몬" 의 숲에서
한 잎의 낙엽으로 쓸쓸하게 딩굴다가 사라져야 하는가
저 가을이 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感光의 色調를 운명으로 여기며
그 어떤 대책도 없이 속절없음으로 마감해야 하는가..무엇일까....
낙엽을 밟으면 낙엽은 왜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내는 것일까....
운명과 여인의 옷자락엔 어떤 비장한 함수가 있기에 함께하는 것일까..
알 것도 같은, 그러나 전혀 感이 잡히지 않는 저 호소라니...
삶의 유혹따윈 필요가 없어, 감미롭고 매혹적인 목소리나 몸짓에도 관심이 없어
내 영혼의 우울한 성벽에 담쟁이 넝쿨처럼 걸려있는 안테나
주파수의 감도를 높이는 것은 아마도 시몬을 찾기위한 몸부림일 것이고
그 몸부림 속에는 침묵보다 더 깊은, 사랑보다 더 귀한 원시적인 "울림"을 간구하기 위함일 거야.
눈빛과 눈빛이 마주하는 그 찰나의 공간 속에서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에 전류처럼 흐르는 느낌 속에서
그러다 마침내 영혼으로 닿는 그 아늑한 진공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리하여 눈부시게 산화해 버리고 싶은 최후의 희열같은 거.....
알아,
시몬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그러나,이 가을에는 시몬이라는 추상명사에 나를 맡기고 싶다.
그를 찾아 죽도록 해메고 싶고 미치도록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단 한번 피어터질 마지막 불꽃이 그의 이름 속에서 사라진다 해도
나는 그의 이름 속에서 귀의(歸依)하기를 진심으로 열망한다
하수가....
첫댓글
가을이 남기는
낙엽이 주는 것이
넘 진하게 다가와서,
황홀한 것인지
고혹됨인지요.
아무튼 잘 일고 갑니다.
회원 정보에 나이가 숨겨져 있네요.
열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하시느라 수고가 참 많으시겠습니다
그래도 화원 님들을 위해서 하시는 일이니
보람은 있으시지요?
회원정보..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이 시가 중학교 때에는 왜 그렇게나 좋앗을까?
이성 또는 친구와 낙엽을 밟으며 산책 하는거를 연상 시켯다
그게 좋앗던거 같다
충성
충성!! 이라구요? ㅎㅎㅎ
그래요, 맞아요
나도 중학교 다닐 때 학교의 아주 작은 도서관에서
처음 읽었었지요
허나, 그때는 저 시의 깊이를 몰랐었지요
지금은 전혀 다른 빛깔로 보이지요
고맙습니다
낙엽 하나에도
이렇게 절절한 가슴을 가지신
강하수님의 감성지수가
부러운 아침입니다.
일어나기 싫어서
잠자리에서 등을 떼지 못하는 제가
그래도 눈꼽은 떼고 글을 읽고
댓글을 씁니다.
집앞의 나무들은
이미 낙엽을 다 떨궈버려서
사시나무 떨듯 추우면 어쩌나 걱정됩니다.ㅋㅋ
감성지수라고 말씀하셨는데..
와우~ 대단하십니다 감성지수를 말씀하시다니...
요즘은 "지수"라 일컬어 지는 것들이 참 많지요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지능지수, 사회적 지수, 양심지수, 행복지수, 감정지수, 행복지수...
이 외에도 너무 많으니 그야말로 허참! 입니다 ㅎㅎ
그래요,
겨울의 초입니다
내일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하더군요
그쪽 동네 눈이 오거나 말거나..
이쪽 동네는 아직 따뜻하답니다
어떻든,
추워도 춥다하시지 말고 콩콩 뛰어다녀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