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이직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개인에게는 이직이 경력 개발 등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 인재의 이직이 상당한 비용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우수 인재들이 떠나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요즘 기업 경영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 최근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CEO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인재 확보’에 있다고 한다. 우리 기업의 경영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는 각종 국내 경영 관련 조사나 언론 매체들에 게시된 CEO들의 관심사에 잘 나타나 있다. 인재 확보의 중요성 인식과 함께 많은 기업들은 나름대로 인재 확보에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들은 믿고 일을 맡길만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한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 데에도 있겠지만, 힘들여 확보하고 육성한 우수 인재들이 회사를 떠난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HR 컨설팅 회사인 Hewitt Associates의 ‘2003년 아시아 최고의 직장(Best Employer in Asia)’ 조사에 따르면, 핵심 인재로 평가되는 인력의 25%가 이직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회사 내에서 핵심 인재로 인정 받고 있다 할지라도 기회만 있으면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Deutsche Bank의 한 HR 임원은 “인재 전쟁은 우수 인재를 얼마나 잘 채용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우수 인재를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높아지는 이직률 최근의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 구성원들의 이직률은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노동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이직률은 외환 위기 이후인 98~2001년에 22.2%로, 93~96년의 18.9%에 비해 증가했다고 한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점차 사라져가는 사회 전반의 풍조를 감안할 경우 이직률은 앞으로도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채용 정보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약 80%가 현재의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이직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약 40%로 나타났다. 이렇듯 이직률이 높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외환 위기를 계기로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어차피 한 직장에서 정년 퇴직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특정 회사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기회가 되면 다른 직장으로 옮겨 승진 기회를 확보한다든지, 근무 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니즈가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직이 경력 개발의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직장에서의 경력 개발보다 더 좋은 직무나 업무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로의 이직이 짧은 기간 안에 더 좋은 경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셋째는 사회적으로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 들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쉽게 이직을 시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이직을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개인 입장에서는 이직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는 면에서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애써 확보한 우수 인재의 이직시, 기업은 업무 공백으로 인한 손해, 핵심 정보·지식의 유출 우려, 인재 확보 및 육성에 들었던 시간과 자원, 적절한 대체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엄청난 직·간접적인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Brad Smart는 ‘탑 그레이딩’에서 GE, Motorola 등 54개 기업을 대상으로 관리직에 대한 이직 비용을 계산해본 결과, 평균 기본 연봉인 11만불의 24배인 270만불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우수 인재들의 이직을 최소화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인재들이 왜 떠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인재, 왜 떠나는가? 인재들이 이직하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가장 크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이유들을 중심으로 보면 다음 5가지로 정리된다. ● 개인의 성장 비전이 없으면 떠난다 성과주의 인사의 확산, 경영 변화에 따른 인력의 유연화, 구조 조정 등으로 장기적인 고용 안정이 보장되기 어려운 현실이 되면서, 최근 구성원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이 속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조직 내에서 승진 및 학습 기회가 없는 등 자신의 발전 기회가 없거나,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조직에 대한 헌신이 떨어지고 결국 이직 의사를 표명하게 된다. HR 관련 컨설팅 기관인 Robert Half International에서 수행한 우수 인재의 이직 원인 서베이를 보면, 경력 개발 기회의 부족이 전체 응답자의 39%로 가장 높은 이직 원인으로 꼽혔다. 사원들의 이직률이 매우 낮은 일본 GE의 인사 담당자는 우수 인재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공하고 싶고, 꿈을 이루고 싶은 그들의 경력 욕구를 조직이 뒷받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수 인재의 유지는 급여 인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줌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맞춤 신사복 유통 할인업체인 Men’s Wearhouse는 경쟁사에 비해 낮은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주요 배경도 전문성을 높여 주기 위한 교육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등 성장 비전을 제시해주는 데 있다고 한다. ● 업무 과부하로 피로도가 누적될 때 떠난다 업무 과부하는 조직에서 개인에게 부여하는 자원(시간, 보상 등)에 비해 구성원이 수행해야 할 업무 양이 많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업무가 과부하되어 있는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지치고(Burn Out), 스트레스 증가, 조직 분위기 침체 등으로 피로도가 누적되어 구성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질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도한 업무 부하는 직무 스트레스를 야기하여 조직 불만을 유발하게 되는데, 구성원들은 이의 탈출구로써 이직이라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고 한다. Bailey Strategic Human Resources사의 CEO인 Beverly J. Bailey 역시 상시적 야근과 과다한 업무는 구성원들을 피로하게 하여 생산성을 저하시키며, 결근 및 상해 등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또한 미국 노동부 산하의 임금 및 근로 시간 담당 부서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과 근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의 매력도 이미 사라졌다고 한다. 구성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반면, 조직은 경영 환경의 변화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자 하다보니 업무량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차이가 자칫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우수 인재의 이직률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직무 재설계 등의 방법을 통해 업무량을 조절하거나, 단순한 업무의 아웃소싱, 업무 처리의 효율화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불만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일례로 한국 Sun Microsystems는 되도록 주말에는 구성원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업무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 이직률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 구성원간 보상의 불공정성을 느낄 때 떠난다 이직 원인으로 빠지지 않는 요소가 바로 보상이다. 보상에 대한 불만은 보상 불공성 문제에서 야기될 수 있는데, 보상의 불공정성은 보상 크기(절대 수준)의 불공정성과 보상 절차 및 방식의 불공정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중 보상 크기의 불공정성은 자신의 절대적 노력의 대가만큼의 보상을 해주지 않을 때 야기된다. 그런데 조직은 보상 재원이 한정되어 있는 반면, 구성원들은 보상 수준이 많으면 많을수록 만족하기 때문에 보상 수준을 통해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직률이 업계의 1/4 수준에 불과한 SAS처럼, 경쟁사에 비해 높지 않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이직률이 낮은 회사의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직에 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보상 절차 및 방식의 불공정성이다. 이는 보상의 불투명성, 보상의 객관성 결여 등으로 인해 타인의 노력 대비 보상 수준과 자신의 노력 대비 보상 수준이 동일하다고 느끼지 않게 될 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성과주의가 확산되는 요즘, 보상 절차 및 방식의 공정성 이슈는 더욱 중요한 이직 원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즉, 성과에 따라 보상이 차등됨에 있어서 차등에 대한 합당하고 공정한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은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한다는 불만과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결국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따라서 우수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에 비해 높은 임금을 줘야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회사 내부의 임금 불균형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 감성이 결여된 메마른 문화일 때 떠난다 최근 일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 풍조가 확산되고 동료들간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조직 분위기가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을 하는 기계가 아니며, 동료들과의 친밀한 인간 관계나 일의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한다. 따라서 정서적으로 메마른 문화나, 즐거움이 결여된 조직일 때 구성원들은 조직 적응에 실패하여 결국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구 기업 사이에서는 Fun 경영을 실천하거나 구성원간의 인간적 관계 구축 등을 강화하는 활동들이 확산되고 있다. Wharton 경영대학원 교수인 Peter Cappelli는 ‘동료간의 유대 관계’가 우수 인재를 유지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Peter Cappelli에 따르면 회사에 대한 충성은 사라질지 몰라도 동료간의 유대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핵심 인물간의 감정적 유대를 발전시킨다면 우수 인재의 이직률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한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에 있는 Ingage Solutions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골프 리그, 투자 클럽, 소프트볼 경기단 등을 만들어 구성원간의 유대를 강화한 결과, 연간 이직률이 7%대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Fun 경영으로 유명한 Southwest Airlines 역시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 외에도 각종 회사 행사 때, 축하 파티를 수시로 개최함으로써 조직 내 인간 관계 구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이 회사의 로고를 ‘LUV’라고 할 정도로 사랑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구성원간의 감성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Southwest Airlines는 비록 보상 수준이 타 경쟁업체에 비해 높지 않지만, 이직률이 4%대로 경쟁사의 절반 수준이다. ● 리더와의 갈등이 지속될 때 떠난다 이직을 야기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이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의 하나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SHRM에서 발표된 Rosalind Jeffries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 원인의 75%는 무능한 리더 때문이라고 한다. Corporate Leadership Council의 조사에서도 우수 인재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리더의 평판(Boss Reputation)이 꼽혔다. 또한 갤럽의 연구원인 Marcus Buck-ingham과 Curt Coffman에 따르면, 구성원들은 아무리 회사가 혁신적이라고 해도 같이 근무하기 싫은 리더 때문에 이직하고 싶어하고, 차라리 회사가 부족함이 있더라도 훌륭한 리더가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한 조사에서 20, 30대 직장인의 약 72%가 직장 상사 때문에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리더는 이직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일례로 한국 Sun Microsystems의 경우, 최근 CEO가 바뀌면서 약 350명의 구성원 중 유학을 제외하고 타회사로 이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구성원과의 지속적인 이메일 접촉 등 구성원에게 한발짝 다가서서 벽 없는 리더가 되고자 했던 CEO의 노력이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직률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실행력 기업들이 인재 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는 인재 확보 및 유지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속적인 실행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는 인재 관리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거나 단기간의 이벤트성으로 실행되는 정책들이 많고, 정작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장기적 안목보다는 당장의 급한 불 끄기에 연연하는 실정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을 수립했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사람과 문화는 결코 짧은 시간 안에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끝-
박지원 | 2004.07.02 | 주간경제 7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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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같은 경우 리더와의 갈등, 조직원과의 갈등, 그리고 자신의 역활에 대한 불만등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네요...그땐 그런걸 막연하게만 느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확실히 정리가 되는군요.. 좋은 글 감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