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성"이라는 낱말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 것은 사실, 우리 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즉, 각종 매체에서 다루는 역사시대의 묘사에 대한 사실성과 고증성을 높인다는 것은 최근에 시작된 사조로써,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사실성이 높은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보다 깊이 심취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좋은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지요. 일견,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멸의 이순신"은 드라마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극예술에 속하는 것이며, 본질적으로 그것을 감상하고 관찰하는 이들에게 극적인 감동과 이해를 주는 것이 목적인 것이지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 아니고, 연출자가 마음 속으로 그리고 있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그 의도에 부합하는 대로 사실관계를 변형하거나 그럴듯한 허구를 창작해낼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즉, 예술은 예술이 담당하는 영역이 따로 있으며, 역사가 그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예술가는 어느 정도 정확한 사실관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창작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있는 것이며, 그러한 자유가 존중받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공정하지 못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예술이 그 소재나 주제로 과거의 역사를 다루게 된다면, 어느 정도 까지 역사적 사실에서 일탈하는 것이 허용되느냐는 항상 논란을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극예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증성"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1)"고증성"이라는 것이 유일한 사실이라는 믿음은 또한 터무니없는 오만이며, 2)고증성에 충실한 것이 반드시 역사성에 충실하다는 법도 없으며, 3)고증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왜곡"이라 함은 지나친 처사입니다.
1. "고증주의"의 허구
우선, "고증"이 기반을 두는 것은 어디 까지나 역사의 사료일 뿐이지 역사 그 자체는 아닙니다. 객관적인 역사, 사실만을 기술하는 역사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동일한 사건에 대한 서술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고, 궁극적으로는 "역사"라는 것도 다만 어떠한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인과관계가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애초에 유일무이한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서술의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면, 이러한 과정 또한 "고증"을 입버릇 처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식으로 "절대적인 진실"을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차원에서 결국에는 "역사적 검토" 혹은 "고증"의 과정 또한 "판타지"와는 별반 다를 바 없는 "해석"의 일환일 뿐이 되어버립니다.
즉, 좀 과격하게 얘기하자면, "고증된 사실"이란 것 또한 실상은, "여러 허구 중에서 가장 그럴듯 한 허구"일 뿐이라는 겁니다.
"고증성을 중시한다"는 숱한 의견의 맥락을 되짚어보면, 그러한 얘기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마치, 이러저러한 사료가 무슨 절대적 진실을 언급하고 있는 바이블인양 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는, 예술은 어느 정도 고증성에서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 것은 물론이요, 애초에 그 "고증"이라는 것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매양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그다지 "절대적 진실", "역사적 사실"에 항상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한차례, "실증주의 역사학"의 바람이 분 적이 있습니다. 오로지 사료와 증거 그 자체에 의존한다는 학풍이었지만, 이러한 학풍은 거센 비판을 받은 뒤에 사라져버린지 오래입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역사학이 "해석의 학문"이라는 점을 간과하며, 특정한 사료의 조합 및 취사선택에 따라 "실증주의" 또한 다른 역사관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해석의 일환'일 뿐이며, 실증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 만큼 객관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무의미해진 것입니다.
고증 및 고증성, 그 전체적인 과정이라 볼 수 있는 "실증"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오히려, 극예술의 가치를 폄훼하는 억압적 도그마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2. 고증성 논란의 음습한 배후
제목이 좀 실례될지 모르지만, 이러한 "고증성"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토양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역사학계라든지 고고학계가 아니라, 가장 자유롭다는 인터넷의 아마츄어들 사이에서입니다. 실제로, "고증성"에 대한 시비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것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이며, 애초에 그런 시비가 터져나오는 기원 또한 이러한 게시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세상 모든 현상이 그렇 듯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면을 찾는다면, 정보를 접하기가 쉬워질 수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관심을 요했던 "역사"라는 분야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정보사회화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겠죠. 대중적인 관심 및 교양으로서의 역사의 가치가 높아질 수록 그러한 주제에 대한 논란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어두운 면이 있는데, 이러한 논의가 일부, "자칭 전문가"들에 의해 독점되는 경향이 있으며, 극단적인 아마츄어리즘 및 그릇된 방법론들로 인해 일종의 "지식의 나열을 통한 권력싸움"화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칭, "오타쿠화"입니다.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거론되기까지 했던 "오타쿠"라는 말은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널리 퍼진 말이 되었습니다. 오타쿠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가기 때문에 타인이 쉽게 접해보지 못한 심도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때는, 이것저것 많은 것에 신경써야 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타쿠적" 생활방식이, 제약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생활방식인양 찬양받기도 했죠.
그러나, "오타쿠화"가 한 세대 이상 진행된 지금,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오타쿠"들은 지식을 사유화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몰두하는 주제에 대한 애정의 강도와 자기주장의 객관성을 혼동합니다. 자신이 파고들어 발굴해낸 지식의 소유권이 자신에게만 있으며, 자신이 한 해석만이 유일하게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실성의 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들먹이게 됩니다. 이러한 오타쿠화가 가장 널리 진행된 분야는 물론, 아는 분은 다 알지만, 밀리터리 분야 및 역사, 특히 전쟁사 분야입니다.
밀리터리 게시판이나 사이트, 혹은 전쟁사 사이트에 가보면.. 우와, 정말 대단하죠? 무슨 웨스트 포인트 전사연구실에 온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체를 추적해보면 누구나 다 마찬가지로 일개 시민, 일개 학생, 뭐, "보통사람"에 불과한 것인데, 어떻게 전문적으로 역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더 이색적인 주장을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만이 역사를 다룰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역사가란 다름아닌, 모든 과학이 그렇듯, 역사학을 공부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익힌 사람을 얘기합니다. 민간요법의 효능을 막무가내로 무시하는 것도 그릇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나소나 의사를 자처하며 효능이 의심스러운 처방전을 대량으로 내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일이겠죠?
역사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화려한 이설이나 구미당기는 야사가 정사로 체택되지 못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며, 그것을 기존 역사학게의 컨스피러시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세칭 "재야사학"이라고 불리우는 아마츄어집단의 공통된 성향입니다. 밀리터리 매니아들이라든지, 고대사 매니아들의 연구나 주장을 보면 흥미로운 것은 많아도, 결국에는 독창적인 연구, 스스로 사료를 발굴하거나 해석한 결과 등은 하나도 없이, 과거의 누가 이미 주장해놓은 것을 갖고, "누가누가 더 희한한 사실을 많이 알고 있나"를 통해 서로 미친듯이 "지식권력" 싸움을 해대는 곳이 바로 인터넷 게시판들입니다.
이 "지식권력"의 소유여부에 따라 누가 "전문가"이고 누가 "허접"인지가 갈리게 되며, 이러한 논쟁의 속성 상, 한번 그 논쟁에서 밀리면 모든 권력 및 추종자들을 잃게 되고 게시판에서 고립되게 되죠. 이것이 각종 인터넷 논쟁, 고증성 논쟁 등이 종종 과열되는 원인이며, 오타쿠들의 소유물이 된 전쟁사의 음습한 배경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곳이 과도한 고증성 논쟁의 출발지점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사나 동양사학을 전공한 박사가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신문에 역사왜곡 기고를 합니까? 그것을 역사왜곡이라고 볼까요? 한국사 바로잡기에 정진하는 사람이라면, "불멸.."을 보다가 게거품을 물며 그 허구성에 일희일비할까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역사를 사랑하는 만큼, 극예술 또한 나름의 목적 및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니아들이고 오타쿠들입니다. 그러한 쉬운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저건 진짜다/가짜다"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역사적 사명감이 투철한게 아니라 단순히 어리석은 겁니다.
"알렉산더"를 보고 그게 고증성에서 벗어난 엉터리라고 노발대발 하는 사람 있습니까? "트로이"를 보면서 그게 호메로스의 불충한 졸작이라고 화내는 사람은 못본 것 같군요. "알렉산더"의 전투묘사나 시대적 고증은 뛰어나다고 하지만, 그 스토리 및 드라마 관계의 전개는 그 어느 작품 못지 않게 "허구적"인 면이 많습니다. "트로이"의 경우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신화적 요소를 배재한 채 전적으로 인간중심의 입장에서 그 전쟁을 묘사하고 있죠. 서사시에 충실하려면 신들도 나오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러한 텍스트 및 역사적 사실관계의 "고증성"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이 미친 듯이 "전투"라는 것의 묘사 그 자체에 매달리는 것은 왜 입니까?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니아화된 역사, 오타쿠화된 역사의 진실이 그 해답에 담겨 있으니까요,
3. 왜곡
왜곡의 사전적 정의는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함"이라고 되어 있으나, 순전히 그 정의에만 입각한다면 사실상, 모든 예술은 "왜곡행위"가 됩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닌 이상 "예술"에는 왜곡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그러한 것에 시시콜콜 왜곡시비를 거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 될테지요.
그렇다면, 예술이 진정 "왜곡"의 문제에 노출될 때는 어느 때가 될까요?
애초부터 "순수예술" 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제 믿음이지만, 어쨌거나, 예술매체에서의 왜곡이 문제가 된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그 본연의 주장이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서라 해도, 고의적으로 사실관계를 그릇되게 묘사하여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를 "왜곡"의 기준으로 삼고 싶습니다.
물론, 밀리터리 매니아나 전쟁사 오타쿠들에겐, 폭발성 중공탄이 쓰이지 않던 시대에 쏜 대포가 임팩트 순간 폭발할 때 그건 '심각한 오해'요 엄청난 '역사왜곡'이 될테지요. 하지만, 매니아와 오타쿠들의 오류는, 자신의 기준이 별로 보편적인 기준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꾸만 잊어먹는다는 겁니다.
"불멸의 이순신"의 목표는, 전란에 임하여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인격적으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어떻게 활약하였는가를 보여주는데 있습니다. 전투와 전쟁은 그 인물이 겪게 되는 숱한 경험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러한 부분적인 경험의 생동감과 화려함을 불어넣기 위해 "폭발하지 않는 포탄이지만, 그래도 쾅쾅~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라고 하는 것 정도를 '왜곡'이라고 한다면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 것을 따지려면 애초에 왜 이순신 얼굴을 갖고 따지지 않습니까?
그나마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영정 모습을 토대로 레이텍스 마스크라도 만든 뒤에, 그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여 연기를 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배우의 생김새에서 전혀 이순신 갖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 이가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런 의견조차도 존중해줘야 하는건가요? 누군가 한평생 이순신 얼굴모습을 연구한 사람이, 자신이 모아놓은 자료에 입각하여, "별로 이순신 닮지 않은 배우를 이순신 배역에 정한 것은 역사왜곡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여러분은 그에 동의하실 수 있습니까? 드라마 제작진에서 연기 잘할 성 싶은 배우를 쓰는 것 조차도 "왜곡"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걸까요?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은 왠만하면 피식~ 웃고 넘기겠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머리 속에서 0.1 초면 이런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이순신 얼굴..." 얘기를 듣게 되는 사람의 머리 속에 0.1초 동안 흐르는 생각>
* 왜 누가 죽는 때만 되면 갑자기 모든 소음이, 전장의 모든 액션이 멎는거냐?
* 칼에 찔린 것도 아니고, 아예 꼬챙이 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아?
*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 그런데 다 안다.
* 심장에 총 맞은 사람이 유언이 너무 길잖아?
* 게다가.. 대사가 너무 많아. 차라리, 이순신 장군의 원래 유언 그대로..
짧고, 그리고 굵게.. "지금 싸움이 한창이다. 너는 내 죽었다는 말을 알리지 말라"
그리 끝내고 조용히 눈을 감게 하는 것이 더 비장하지 않을까?
* 게다가.. 장군~ 장군~ 통곡도.. 조선시대였다면 그럴 법 하지만.. 그래도, 오늘날
사람들의 감각에 맞춰, 장수들의 얼굴을 멋진 각도로 잡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
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드라마로써는 더 멋졌을텐데 말야..
대충.. 사실성에 입각해서 따진 다면, 이런 식으로 따진다는 거죠.
왜냐하면, 바로 위에 지적한 문제들은 "불멸..."이 따르고 있는 "옛날 드라마/사극의 고전패턴"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오늘날 세대의 시청자들에게 별로 큰 어필을 못하는 만큼 사실성과 고증성은 그 자체로 따져야 할게 아니라, 사실성과 고증성의 부족이 어떻게 드라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시청자의 몰입감을 방해하느냐의 입장에서 비판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의 KBS 사극들은 아무래도 트렌디한 면이나 극작가들의 센스의 역량이 MBC 사극들보다 너무 떨어지걸랑요. MBC 사극이라고 해서 왜곡이 없는 것도 아니죠. 아예 "다모" 같은 슈퍼판타지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 갖고 왜곡성을 따지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습니다. 왜냐하면, MBC는 극적인 목적에서 사실관계를 변형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어필할 수 있는 식으로, 그것을 보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식으로 한다는 겁니다. "다모" 보면서 "조선후기의 치안제도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는 초왜곡 작품이다"라고 하는 사람 누구 있나요?
반면, KBS의 "불멸..."은 시종 보수적이고 무거운 방식으로 전개되며, 카메라 앵글이나 조명 등의 방식도 너무나 구닥다리 식인데.. 그런 상태에서 괜히 액션 장면을 과장하거나 함으로써 젊은 세대에 영합하려는 수법이 너무 얄팍해서 거부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드라마라고 해도 사람들이 '왜곡성'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고요.
예술은 예술의 잣대로써 비판을 가하는 법이지, 역사학이나 고고학의 잣대로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로써 어거지가 많기 때문에 "이러이러하면 보다 더 극적이고 사실적이고 멋진 드라마가 되었을텐데"하는 의도로 비판을 해야 그것이 양성적이고 건설적인 비판이 된다는 겁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첫댓글 저 역시 이성적으로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느 종교전도가가 쓴 환단고기라는 판타지 소설 하나가 사람들을 말그대로 얼마나 베려놓고 있는가를 보면 도저히 이성만으로 판단할 수가 없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고증실패가 곧 역사왜곡이라는 것은 저 역시 억지라고 봅니다. 사실 중요한 문제는 그 드라마의 의도가 진실되고 관념적인 역사, 다시말해 총이나 갑옷따위의 세세한 고증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거기서 우리에게 주는 이야기가 무엇이며 그 사극이 어떤 식의
가치관을 우리에게 주입시키길 욕구하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멸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만(신파극적인 장면이 너무도 난무하는 것 같습니다. 이거야말로 불멸이 역사다큐가 아닌 드라마로 분류되는 하나의 기준이 되겠지요.) 막상 그것을 비판하는 방법론이 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성이 없거나 부수적인 부분이라면 이것이 과연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닌 저를 포함한 보통의 상당수의 사람들이 보기에도 어필할 만한 설득력이 있을까요?. 불멸이 애국주의를 조장하고(애국주의는 쇼비니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역사왜곡을 한다고 한다면 거기에 핀트를 맞추어야지
전체적으로 흐름으로 보면 미미하거나 무시해도 좋은 부분들로 비판의 방향을 틀어 논지를 파편화시킨다면? 게다가 크웨사님 말씀대로 비판자가 사용하는 비판도구 자체가 아직도 확실한 입증이 요구되는 것이라면 글쎄요....제가 볼때도 회의적인데요.
드라마는 드라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준다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이 무책임한 한마디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세세한 부분에서부터 신경을 쓰지 않는것은 자칫 제작팀의 역사인식이나 지식수준을 의심하게 하는바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와 신뢰도 또한 떨어뜨릴 수 밖에요.
조금 다른이야기지만 최근 우리사회에 팽배한 민족주의. 위험합니다. 이녀석...많은 것을 왜곡시키고,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은 허구다라는 이유있는 지적을 하는 학자는 대번에 친일파-쳐죽일놈이 되고마는 세태. 위험합니다...사실 성웅 이순신의 이미지는 일제강점기-군사정권을 거치면서
만들어져 버렸습니다만...그 와중에 나쁜역으로서 원균이 찍힌 것이고...이번에 좀 복원해주려다가 몰매만 맞고...;
아. 뭐. 창을 들던 칼을 들던 드라마 전개만 매끄러우면 별 상관 없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지요...ㅎ 다만 아쉽다는 것일뿐. 못만드는거 티나잖아요...
그런 성향의 애국주의는 물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임진왜란을 침략전쟁이라 부르고 울분을 가지며 그러한 침략전쟁에서 자행된 온갖 악행을 미화시키는 일부 얼빠진 인간들에 대한 비판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자에게 착취당하는 침략전쟁에 대한 당연한 울분과 강자입장에서 타자에 대해
자행되는 쇼비니즘이 어찌 같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그런식으로 따진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친일파 청산 문제같은 역사적인 화두도 결국 왜곡된 쇼비니즘에 경도된 생각없는 사람들의 무식한 만행이 되어 버리겠지요.
저도 KWEASSA님의 의견에 동감하는부분이 많습니다.. 고의적으로 역사의 큰틀에서 왜곡하여 주요한 사실관계를 창작하는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불멸의 이순신이 정도를 넘어섰다고는 생각되지않습니다....하지만 kbs의 감성을 지휘하는 센스는 고리타분하다못해 지나친오버로 연기력을 가늠하던 70년대 헐리웃연극같습니다
(~10부정도)초반까지는 그래도 이야기의 흐름이 매력이있었다고봅니다만.중반부터 병졸들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훽훽 쓰러지고 한번씩 울고자빠지는 원맨쇼를 볼때 ....이게 큰의미를 내포한 역사드라마인지 아니면... 정예멤버 5명이서 연극셋트위에서 연극혈전을 벌이는건지 답답한게 많았습니다
kbs는 담백한 감성의 각본을 쓰지못하고 다양성있는 연출을 하지못하더군요..좀더 깊이있게 주연과 조연들의 갈등을 시청자가 생각지못했던 각도에서 신선하게 보여주지는못할망정... 각본은 내팽겨치고 그냥 역사순대로 억지스러운 연출력만으로 승부를하려했던게 안타깝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막사안에서 병졸하나가 눈물을 글썽글썽흘리며 드라마시간의 20분은 잡아먹는 센스]
허나 알아두셔야 할 것이 드라마 자체에 깔린 역사관입니다. 고증문제야 고증개판인것과 역사적 왜곡과는 직접적으로 연과시킬 수는 없겠지요. 공감가는 부분도 많으나 드라마라는 특성을 빌미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명백한 왜곡은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원균이 되겠지요.
성격이야 단편적 기록에 의존하니 왈가왈부 할 순 없겠으나 이미 명백히 그의 성향과 악행이 기록된 상태에서 재조명이란 미명아래 결국 과장된 '허구'를 마치 사실인냥 포장하는 것은 왜곡의 수준이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원균과 대화해보셨습니까?
약간 빗나간 반론들이 달려서 문제긴 합니다만 고증문제는 특히나 불멸의 경우는 제작진의 성의문제라고 보여집니다.
그럼 님은 해보셨습니까?
아니요 저는 원균하고 태어난 시기가 엇갈려 대화는 못해봤습니다....
다크킬러님이 말씀하시는 원균에 대한 미화나 왜장들을 사람처럼 안 그린 부분(허나 미화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이 물론 보는 관점마다 틀리겠지만 왜곡이라면 왜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허나 그외에 소품이나 장치같은 부분을 일컬어 역사왜곡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거죠. 그건 부실내지 실패라고 말해야 합니다
고증주의의 허구라 하셨으나.. 이미 나와있는 신빙성있는 사료마저 참고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저로썬 이해되지 않습니다. 무슨 바이블인냥 맹신하는 것도 문제겠으나 표현의 자유 드라마라는 이유로 이를 무시하는 것도 결코 옳은 행동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분명 존재하는 사실적 기록을
무시할 수는 없죠. 매번 달라진다는 것도 솔직히 말이안되는 겁니다. 엄연히 존재했고 그리고 그에대한 증거가 타당하다면 최소한 그것을 뒤엎는 사료와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바뀔 수가 없는것이죠.
그리고 고증문제와 여기서 말하는 왜곡은 별게라고 보입니다.
저도 불멸이 고증을 개판?으로 한것에 대해서는 정말 정말 잘했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나 고증의 문제는 예를 들어 다크킬러님이 실수로 바로 윗글에서 별개를 별게로 잘못 기입하신 것과 다크킬러님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큰 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 그렇죠. 이글에 대한 답글을 근 40분가량 작성하고 있었는데 피시방에 새로들어온 빌어먹을놈의 신제품 마우스의 특수기능 뒤로가기 버튼을 누름으로써 싹 날라갓네요. 흠...욕이 막 지금 한바가지로 나오는데 참고 있습니다;;; 하....나중에 다시쓰던가 해야되는데 제 딴에는 심하게 방대한 글인지라..아~~ 이 허무감
securitad님/ "전체적인 성격에"에서 "큰 틀에"로 정정하시고. "한것에 대해서는"에서 "한것에 대해"로 정정하시거나 .."정말 정말 잘했군"을 "정말 잘했군"으로 으로정정하시면 "~는 볼 수 없습니다"를 뒤에쓰는 고충은 없으셨을듯합니다...추가로 "아무런 상관관계"는 그냥"상관관계"로 정정하셔도 될듯합니다^^
예~ 필드에 앉아님의 탁월한 지적, 감사합니다. 제가 워낙 글쓰는 능력이 딸려서 말이죠....... 글 잘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웬지 부럽습니다^^
닻을 올려님 정확히 지적하면 국수주의입니다...뭐 이것도 민족주의에서 나온 것이지만 민족주의중에서도 타민족을 인정하고 우리민족을 사랑하는 민족주의도 있으니까요(현재 일명 재야사학은 대부분 국수주의죠...게다가 사실성은 기대할수 없고요)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은 역시 여러가지로 연구해봐야죠 실제로 반박
하는 사람들 의견이 꼭 틀리다고 하기는 힘든데 교과서에는 자본주의 맹아론만 집어넣었군요...근데 이순신의 경우는 여러가지 기록을 보면 성웅화한 흔적은 여러번보입니다 심지어 자살론도 어느 양반이 쓴 책에서 자살한 것처럼 표현해서 나온거죠...게다가 대한제국말기 신채호선생이 이순신전을 발행하는 것을 보면
당시 민중들이 이순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수있고요 물론 신채호선생님의 연구방향이 꼭 옳다고 하기는 그렇지만(너무 역사를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듭니다)
어떠한 국수주의자도 자신이 국수주의라 여기지 않습니다. 민족이나 국가를 위한다고 여기겠지요...그런 의미에서 최근 등장한 국사해체론에 저는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다른거 다 접어두고 한가지 확실한 건 이렇게 나름대로 자기의 논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80% 이상은 우리나라 정치를 말아먹고 사회를 좀먹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긍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들과 논쟁을 벌이는 것은 GOD가 하느님이냐 신이냐라는 논쟁과 똑같은것입니다.
하나의 진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진실인양 포장해서 남들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려면 자신의 의견보다 남의 의견을 더 귀기울이고 남의 의견을 책잡으려 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입니다.
KWEASSA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저도 일관적으로 불멸을 비판하는 이유가 고증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저도 글쓰신분 말씀에 동의합니다. 여기 카페를 애기하는건 아니지만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욕하고 비난하는걸 보면..저게 과연 잘못된 역사를 비난하는건지 뭔가 꼬투리잡고 화풀이하는건지, 자기 지식을 조금이라도 뽐내볼려는건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드라마보시고 하나라도 깨달은게 있다면 뭐 시청자로서
나름대로 성과죠;;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에 무지했지만 이번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된것 하나만으로 만족합니다--;
코호트님의 말씀에 일정부분 동감을 표합니다. 최근인가?.....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40%가 넘어간다는 충격적인 신문기사를 접했습니다. 이게 작금의 우리 현실인 거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겠습니까? 그것은 역사를 무조건 어렵게 생각하거나 자신들의 인생과는 별개로 느끼기 때문입니
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사회만의 특징도 아니지만(미국은 정말 심하더군요). 미래의 우리사회가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적 능력을 갖춘 인간형을 요구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분위기에 편승되어 실용학문이 아닌 역사학 같은 인문학 계열의 학문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겠지요.
따라서 전 불멸의 역사왜곡 문제를 떠나 이번기회에 역사에 대한 관심을 대폭 증대시켰다는 점에서만큼은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사료를 뒤적거리고 교양서적을 탐독하며 역사적 사실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차후의 문제이지요. 이런 행위 역시 역사에 관심이 없다면
시도조차도 안되는 일입니다. 크웨사님의 말씀에서처럼 기성 역사학계가 인터넷의 오타구들과는 달리 불멸에 대해 어느 정도 관대한 것도 알고보면 이런 이유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