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04년 9월 25일(토) 오전10시
▣ 장 소 : 서울시 지하철공사 정문
<기자회견문>
서울시와 서울시지하철공사는
서울역 리프트 추락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라 !
지난 9월 24일 오후 6시 50분경 지하철 서울역에서에서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이광섭씨(남, 33세, 지체장애 1급)가 1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리프트를 이용하던 중 추락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광섭씨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많은 출혈이 있은 후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번 추락 사고는 1999년 이규식씨 혜화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흥호씨 천호역 리프트 사고, 2001년 박소엽씨 부부 오이도역 수직형리프트 추락 사망 참사, 이동석씨 영등포구청역 리프트 추락사고, 노판석씨 고속터미널역 리프트 추락사고, 2002년 윤재봉씨 발산역 리프트 추락 사망 참사, 2003년 김숙자씨 종로3가역 리프트 사고 등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리프트 사고 및 지하철에서의 안전사고에 비추어볼 때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광섭씨는 팔과 다리를 모두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며, 입과 턱을 이용해 전동휠체어를 조작하는 중증의 장애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 비장애인들처럼 정밀한 기계조작을 하는 것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그것이 그들이 지닌 ‘차이’인 것이다. 서울시와 지하철공사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동 휠체어의 오작동이라는 말은 비장애인의 기준에서는 ‘오작동’이며 ‘실수’일 수 있으나, 중증장애인들의 기준에서는 ‘일상’적이며 ‘정상’적인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방이 개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전동휠체어의 하중을 제대로 견딜 수 없는 휠체어 리프트는 그들에게 편의시설이 아니라 죽음을 부르는 기계와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02년 장애인이동권연대는 발산역 리프트 사고에 대한 공개사과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목숨을 건 39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한바 있다. 그리고 이 정당한 투쟁에 밀려 서울시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다시금 서울시가 자신의 성과와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되고 있을 뿐이며, 지하철의 승강기는 기본적인 접근과 이용조차 불가능 곳이 태반인 상황이다. 지난 9월 14일자 <한겨레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 역사 100곳 중 30여 곳은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어 반대편 방향 등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서울역의 경우에도 지하철 4호선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1대 존재하기는 하나, 서울역 광장 쪽에 있었던 이광섭씨가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먼 길을 돌아가거나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광섭씨는 무단횡단이라는 죽음의 곡예와 리프트 이용이라는 죽음의 곡예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러한 원치 않은 하나의 선택 속에서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 그리고 서울시지하철공사와 서울시도시철도공사는 이러한 사고에 대해 한 번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보상과 안전대책 마련에 대해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산역 추락 참사에 대해 그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사과를 하라는 권고조치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복해 이루어진 민사소송의 항소심에서도 국가기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1억 4천여만원의 손해배상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여전히 공개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만적인 태도는 지난 8월에 있었던 철산역과 신도림역에서의 선로 추락사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장애인을 철저히 배제하는 사회구조와 죽음을 강요하는 이동권의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장애인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고자 하는 당국의 뻔뻔스러움을 우리는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번에도 아래의 요구사항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기만적인 방식으로 무마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끝끝내 찾아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