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담임을 맡고, 학생들과 더불어 학부모님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교사' 사이트에 나와 있는 학교 선생님들의 편지글을 참고해서 제 나름대로 학부모님들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를 보낼 때 <아깝다 사교육>을 동봉해서 보내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몇몇 학부모님들께서 답장을 해 주셨고, 지난 주에 있었던 학부모총회 때 18같은 학년에서 제일 많이 어머님들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옆반 담임선생님한테 '도대체 뭔 술책(ㅋㅋ)을 부렸길래 어머님들이 많이 오셨냐?'는 말씀까지 들었습니다. 그 반은 여섯 분(저희반의 1/3) 오셨으니 말입니다...
중학교에서 담임을 하면서 교무부에서 근무를 하는데, 부서가 참 빠르게 일이 돌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유롭게 지내는 분들이 안 계시니... 정신이 없어도 뭐라 할 수 없더군요. 그러다 보니 기운이 빠질 때도 있습니다. 이거 애들한테 해줘야 하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저희 반 첫 수업 시간에 약식 MBTI검사를 해주고, 분석을 토요일에야 했습니다. 원래는 정식 검사지를 해야 하는데, 비용도 들고 해서 우선 약식으로 하고 설명을 제대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약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MBTI 강사자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네이버의 모 MBTI 까페의 부매니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 가지고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했습니다.
증명사진도 걷어서 주말에 스캔을 떴습니다. 제가 저희 반 학생들 사진파일을 구해서 개학 전 토요일에 편집을 한 뒤 인쇄를 해놓고 보았는데, 개학날에 처음 만나보니 얼굴이 많이 달라진 애들이 있어서 첫주 중에 걷은 사진을 모조리 스캔을 떴습니다. 어차피 생활기록부에 입력을 해야겠다 싶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스캔한 것을 출력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줬더니 그거 사물함에 붙이지 말라고 합니다. 다른 반 애들이 들어와서 장난친대나... 스캔한 것을 보신 딴반 선생님은 '주말에 사모님과 놀아줘야지 그런 거 하면 어쩌시려고~'라 하시더군요. 이분은 애기를 낳고 육아휴직 하다가 올해 복직하신 분이십니다.
제가 사실 학생들을 일찍 오게 합니다. 앞서 언급한 편지에 학생들을 일찍 오게 하겠다 하면서 어머님들에게 협조요청을 드렸고, 총회에 참석하신 어머님들과 전화통화가 된 어머님들께서 동의를 해 주셔서 진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자리를 바꿀 때 일찍 온 학생 10명에게 자신이 앉고 싶은 자리를 고를 권리를 줬더니 며칠 후 학생들에게 청소규칙을 만들어 보라 하니까 '늦게 온 순서대로 10명'을 청소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럼 맨날 청소하는 학생도 있을텐데?'하니까 자기들이 정했다고 하겠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다른 반은 8시 25분 지각인지라 8시 10분 쯤 10명 정도 와 있는데, 저희 반은 그 시간에 반 이상이 와 있는 겁니다. 그리고 15분을 지나면 청소라나... 합니다. 매일 20분 넘어서 오는 학생들은 매일 청소니... 몇몇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해서 이번 주말에 규칙을 만들고는 있습니다. 그래도 일찍 오는 학생들에게 이익이 가도록 짜볼 계획입니다.
며칠 전 4월 둘째 주부터 등교시간을 당기겠다 했습니다. 8시 10분까지. 늦게 오는 학생들은 청소시킨다 하면서 말입니다. 마지막 주에 중간고사가 있어서 그렇게 하려 합니다. 학생들이 뭐라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시험을 밤에 보냐?'라는 말로 먼저 일축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침형 인간이 학교 성적 올리기는 쉽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율학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허겁지겁 등교해서 시험 보면 성적이 나오겠냐 했더니 학생들이 말을 못하더군요... 그리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돌아오는 4월 첫 토요일에는 주간계획표를 짜보게 할 작정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말이지요. 제가 프랭클린 플래너에 3P바인더 양식을 첨부한 바인더 수첩을 교무수첩으로 쓰고 있는데, 주간계획표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체크해 보려 합니다. 지난 봄 방학 때 한국가이던스에서 학습클리닉 수업을 들었더니 램프플래너 사용법과 계획표 쓰는 것을 알려주는데, 괜찮다 싶어서 참고해서 해보려 합니다.
그런데 제가 부매니저로 있는 까페 회원께서 학습클리닉에 오셔서 들으셨는데, 그 이야기와 4월 첫주부터 등대지기 학교에 간다는 이야기를 지난 주에 제가 속한 MBTI 까페 모임에 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이젠 좀 쉬시라'고 하네요. 그래서 요새 학교 선생님들 논다 하는 사람들 많다 했더니 그런 말 신경 쓰지 마시고 쉴 때 쉬라 하시네요. 그래도 저를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힘이 들면서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까페는 학교 선생님들보다는 다른 직장과 상담업무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참고로... 제가 몇몇 학부모님들께는 '너무 늦게까지 학생들을 붙들어 놓는 학원은 재고하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자녀의 공부에 필요한 학원이 그 학원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니라면 일찍 끝내는 학원을 보내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물론 아침 공부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씀을 같이 드리고, 고등학교 가면 더 일찍 다녀야 한다는 말씀도 드렸더니 찾아 보겠다는 말씀들을 들었습니다.
4월 첫주 토요일에 계획표를 짜면서 한국가이던스의 MLST학습전략검사를 온라인상으로 시켜보려 합니다. 제가 학부모총회 때 학급운영방침을 설명드리면서 제가 자격을 가지고 있는 유료 심리검사들을 시키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그 점에 대하여 협조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혹시 더 좋은 검사를 알고 계신 분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MLST학습전략검사는 몇년 전 한국가이던스에서 사용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부모편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초안이 잘 안 써지고 있어서 여기 들어와 몇 자 적고 해보려 합니다.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 방 청소를 조금 하고 제 아내와 외출하고 들어와서 반 학생들 서류를 정리하고 일찍 온 순서를 워드에 입력해서 정리하고, 학부모편지 초안을 쓴 다음 학생들 주소를 라벨용지로 출력하려 하는데, 왠지 뭔가 안된다 싶어서 여기다 이런저런 이야기 주절거리고 가려 합니다.
학생들이 교사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사시는 학부모님들에 비하면 제가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노력해 보려 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 님같은 선생님만 계시다면.. 엄마들 고민 안할텐데요.. 아래 제 글에 답글 달아주셨는데... 선생님 찾아가서 말씀드려 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아직 샘이 어떤분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찾아간다는건.. 저한텐 정말 부담이거든요.. 오늘 오전 아이 머리깍이러 미용실 갔다가 아이 담임샘을 우연히 만났어요..
갑작스러워서 당황하고.. 아이에 대해 말도 못 건네고.. 그냥 왔는데.. 왠지 맘이 불편해요.. 내가 살갑게 말을 좀 더 해볼걸 그랬나.. 선생님은 아직은 제겐 너무나 먼 존재같아요..
교사 입장에서 학부모가 다수기 때문에 먼저 연락하거나 소통하기가 어렵습니다. 주변 이야기로 너무 속단하지 마시고, 또 너무 부담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먼저 연락드리는 것 자체가 불손한 일은 아니니까요. 교사가 아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차차로 도전해 보시죠. 또 자녀에대한 특별한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좀더 편하지 않을까 싶네요.
반짝반짝님께서 대답을 잘 해 주셨네요. 그냥 가기 뭐하시면 음료수 한박스(작은거)정도만 사들고 가셔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겠습니다. 학부모와 교사의 의사소통이 잘 되어야 교육이 잘 되더군요. 도전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중학교사 2년차입니다. 열정이 엿보여 좋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서두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너무 빨리 나가면 아이들이 못 따라오기도 하니까요. 글 잘 읽었습니다.
3월이 많이 바쁘고, 바빠야 하는 달이더군요. 완급조절은 경험자가 그래도 잘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험 때문에 완급조절을 어느 정도는 하지만...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의 신념대로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 참 좋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은연중에 닮아가는 것 같아요. 올 1년이 지나면 아이들이 많이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홧팅!!
님 말씀대로 은근히 닮더군요. 많이 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심히 가르칠 수 있는 열정을 끝까지 가져가도록...
선생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건강해치지 마시고 지치는 일 없도록 실망하는 일 없도록 하시면 좋겠습니다.
요새 선생님들 때문에 힘드실텐데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를 대상으로 하시는 일은 주변의 조언을 들어가면서 하시는 게 좋다 여겨집니다. 건강 유지하고 지치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해 가며 노력하겠습니다~
같은 교사로써
를 짝짝짝... 그러나 너무 학기초 힘드시면 금새 지치시니 한템포 쉬었다 가세요

예 적절한 시기에 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3월의 고생은 사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야 다음 달부터가 좀 편안해진다고... 이제 쉴 때가 오겠죠?
제가 지낸 10대를 뒤돌아 볼때 지금까지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도 선생님,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친 사람도 선생님이었습니다. 인생의 성실함도, 인간에 대한 불신감도 모두 학교에서 배웁니다, 아이들에게 교사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아시는 분이신것 같아 마음이 훈훈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훈훈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