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서산 천수만 철새도래지와 안면도로 천하장군 이백이십두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가 이날만큼은 포근하고 바람도 잔잔해 안면도 바닷가와 천수만 일대를 여행하는데 더없이 좋은 날씨였습니다.
처음 도착한 안면암은 천수만 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안면도의 바닷가 사찰입니다. 1998년에 세워진 조계종 금산사의 말사인데 2층 법당에서 바라보는 천수만풍경이 뛰어난데다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 여우섬을 잇는 부교와 부교탑이 독특해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곳이지요. 부교는 썰물 때는 갯벌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고, 밀물이면 물위에 뜬 부교를 건너 여우섬의 부교탑까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간 날은 물이 빠진 상태라 갯벌이 드러난 부교를 건너 여우섬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올해 6월 태안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걷는 <해변길>을 개장하면서 우선 2개의 코스를 열었습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일부 구간인 <천사길>을 걸었습니다. 천사길은 안면도의 삼봉해변과 기지포해변을 잇는 구간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유모차도 갈 수 있는 완만한 나무데크길입니다. 평소에 해안가로 접근이 불편하던 약자들을 배려한 길인데, 그 길이가 1004미터라 이름이 천사길이 된 아름다운 해변길입니다. 천하장군 회원들은 1시간 여 가량 천사길과 솔숲이 아름다운 사색의 숲길을 산책했습니다.
천사길이 끝나는 곳에서 바닷가로 나서니, 하얀 백사장과 저 멀리 보이는 잔잔한 파도가 햇볕에 반짝반짝 빛납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에 그저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 건 저만이 아니었겠지요. 바닷가를 산책하던 회원들이 띠를 형성하고 모래밭으로 떠밀려온 조개 뭉터기를 발견하고는 너도나도 조개를 줍습니다. 급한 대로 머플러를 보자기삼아 줍는 분, 가방을 조개로 가득 채운 분 등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조개줍기 놀이에 시간가는 줄을 모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닷가 산책 후에는 백사장항 어시장에 들려 싱싱한 수산물들을 구경하고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함초게장과 우럭젓국입니다. 마을의 아낙네 4명이 모여 만든 이 식당은 농촌진흥청에서 농가맛집으로 지정된 곳으로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맛깔스런 음식으로 상도 여러 차례 받은 맛집입니다. 역시나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난 맛이 밥맛을 돋우는 함초게장과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우럭젓국은 우리 회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맛있는 밥상에 생강식혜로 깔끔하게 입가심을 하고는 서산천수만 철새탐조투어에 나섭니다.
철새도래지인 서산천수만은 매년 320여종 60여 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입니다. 천수만은 1984년 서산해안과 안면도 사이의 골 깊은 바다를 간척사업으로 메우면서 드넓은 농경지 및 간월호와 부남호라는 거대한 담수호가 생겨난 곳이지요. 철새는 주로 담수호와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서식한다고 합니다.
철새탐조는 담수호와 농경지 일대를 차로 돌면서 전문철새해설사로부터 해설을 듣고, 새가 놀라지 않도록 설치한 위장대 구멍으로 새를 탐조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이날 우리가 가장 많이 본 새는 기러기입니다. 커피색으로 수수한 모습의 기러기는 암수 금슬이 좋아 한번 맺은 짝과 끝까지 같이 생활하는 새라고 하더군요. 세간에 부부금슬이 좋은 새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 원앙은 사실 짝을 계속 바꾸는 습성을 가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벼를 벤 자리에 떨어진 날곡을 주워 먹으며 쉬고 있는 기러기떼가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간월호에서는 뒤뚱거리며 물위는 뛰어가는 귀여운 물닭 무리와 가창오리, 일명 백조로 불리는 우아한 자태의 큰고니, 세계적으로 희귀종으로 분류되는 노랑부리저어새 무리도 볼 수 있었습니다. 탐조 후 철새박물관 버드랜드까지 돌아보고 나니, 이제는 철새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쩍 커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답사의 마무리는 고즈넉한 간월암에서 석양을 바라보면서 하였습니다. 간월암은 무학대사가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는데 하루에 두 번씩 밀물 때면 간월암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물에 잠겨 섬이 되는 아름다운 바닷가 사찰입니다. 특히 낙조가 아름다워 해질녘에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지요.
우리가 방문한 때가 마침 밀물 때라 2가닥의 튼튼한 끈으로 연결된 뗏목배를 타고 간월암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따로 배를 몰아주는 사람이 없어 우리끼리 줄을 당겨가며 이동하는데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배가 움직이지 않기도 했지만 다들 합심해서 배를 몰아보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해지는 간월암은 특히 아름다웠습니다. 수면 가까이에는 옅은 구름 띠가 껴있어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주홍색으로 빛나는 붉은 해와 천수만 풍경은 장관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떠났던 이번답사는 평소보다 늦은 아침 8시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동안 꽤 많은 곳을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었던 알찬 여행이었습니다. 모처럼 날도 포근해서 우리의 발걸음도 가벼웠고요.
천수만철새와 안면도, 간월암으로 다녀온 이번 여행이 즐거우셨는지요, 여행의 즐거움이 다시 돌아온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었길 바랍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잘 쉬시고 12월 영광으로 떠나는 송년답사에서 반가운 얼굴들 다시 뵙겠습니다.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그날의 여행 발자취를 빠짐없이 간략한 설명과 사진과 함께
뛰어난 글솜씨로 엮어주시니 다시한번
그날의 여행을 뒤돌아 보며 행복해하고있습니다.
벌써 12월 송년 답사가 기다려집니다.
저도 이번 천수만철새탐조와 안면도 답사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회원들 모두 식사도 맛있게 드시고 코스도 만족해하시니 준비한 제게도 보람이었습니다.
신봉공주님, 늘 예쁘게 봐주시고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감사.
초록별님! 답사기를 잘 간직하셨다가 먼 훗날 기회가 되면
책이나 아니면 여행잡지에 원고로 써도 너무 훌륭할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합니다.
배꽃공주님, 따뜻한 격려에 늘 감사합니다.
정말로 언젠가는 천하장군의 여행흔적을 책으로 담아내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집니다.
와~~ 멋 있는데 다녀오셨네요.
나 못 쫓아가서 속 상한데 다음 번에 또 데려가 주세요.
참, 맛 있는 것도 먹었다던데....
저는 멀리서 올려주시는 답사후기로 위로받고 있답니다.
회원들이 다 보고싶어요.
모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꿈나비님, 안녕하세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렇게 인터넷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겨울 잘 보내고 봄에 서울 돌아오시면 좋은 여행 함께 떠나요.^^
와~여기서도 만나네요.
저는 꿈나비님의 블로그와 싸이에서 종종 뵙지만
여기서도 만나니 또 새롭네요.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시는 모습~덩달아 저도 행복하답니다
그래도 내년 봄에는 한국으로 날아오실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