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824]가정 이곡선생-題興海縣客舍[제흥해현객사]
원문=가정집 제20권 / 율시(律詩)
題興海縣客舍
田腴地利帶魚塩。
腴=살찔 유,기름질 유.
塩=소금 염, 절일 염. 鹽의 俗字.
只恐臨民頗不廉。
古館何人能起廢。
腐椽殘瓦落前簷。
國無新法撓茶塩。
更遣才能按且廉。
民病如今在何處。
沉吟落照入虗簷。
樓臺題詠。往往皆是。盈德以南。江山自若 而樓臺闕如也。
詞人墨客所甞經過。而託興無所。安得不一爲之慨然乎。
及興海之爲郡。良田彌望。又饒山海之利。而井邑蕭條。
館舍頹落。敢望所謂樓臺者耶。因惻然有感。
留二絶于壁間。以示觀民風者云。
흥해현(興海縣) 객사에 제하다
비옥한 토지에 이로운 지형 여기에 또 어염까지 / 田腴地利帶魚鹽
단지 걱정은 백성을 공정치 못하게 대하는 것 / 只恐臨民頗不廉
오래된 관소는 어떤 이가 중건할 수 있을는지 / 古館何人能起廢
썩은 기둥 깨진 기왓장 앞 처마에 떨어지는데 / 腐椽殘瓦落前簷
다염으로 괴롭히는 왕안석의 신법도 없는 데다 / 國無新法撓茶鹽
유능한 관원을 파견하여 안찰하고 염문하게 하는데 / 更遣才能按且廉
백성들이 지금 고통 받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 民病如今在何處
침음하다 보니 떨어지는 햇빛이 빈 처마에 들어오네 / 沈吟落照入虛簷
누대(樓臺)에 제영(題詠)을 한 것은 어디를 가나 모두 그러하였다.
그런데 영덕(盈德) 이남은 강산이 똑같이 수려한데도 누대가 없기 때문에,
시인 묵객이 지나가면서도 흥치를 부칠 곳이 없으니,
어찌 이에 대해 개연(慨然)한 심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다 흥해(興海)에 와서 고을 형편을 살펴보건대,
양전(良田)이 눈앞에 가득한 데다 산해(山海)에서 나오는 이익도 많았는데
마을은 쓸쓸하고 관사(館舍)는 퇴락하였으니,
소위 누대라는 것을 어떻게 감히 바랄 수나 있었겠는가.
그래서 슬픈 생각이 들기에 벽 사이에 절구 두 수를 남겨
민풍(民風)을 관찰하는 자에게 보이기로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