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귀환…증시 한파·고환율에도 반도체 '줍줍'
[주간개미소식지]
외인 1.5조 담아…삼전·하이닉스 집중매수
라이온하트·골프존커머스는 상장 철회국내 증시에서는 환율 급등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조5000억원 넘게 담았을 정도다.
외국인 장바구니를 살펴보면 반도체 '톱 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순매수액 가운데 9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비교 국가인 대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기대주였던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골프존커머스가 돌연 상장을 철회했다.
이들은 당초 이번주에 각각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잇단 상장 철회로 공모주 투자심리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외국인, 삼전·SK하이닉스 '줍줍'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0.90% 내린 2212.55로 마무리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전 하락세를 보였지만, 오히려 결과 확인 후 낙폭을 축소했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의 '사자'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5430억원을 순매수했다. 매도 우위인 기관과 개인이 쏟아낸 물량을 모두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처음 1400원선을 돌파한 뒤 내내 1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통상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증시 가치를 떨어뜨려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특히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삼성전자(7623억원), SK하이닉스(6554억원) 두 종목에만 1조4177억원의 자금이 쏠렸다.
전체 매수액의 90%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자주 비교되는 대만의 정보기술(IT) 업황 사이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국내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공통분모에도 양안 관계 악화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가 한국보다 대만 IT 업황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이 맞물려 코스피의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달러 환산 기준 코스피지수는 작년 7월 초 전고점 대비 약 48% 하락했다.
박 연구원은 "각종 불확실성과 신용 리스크를 고려하면 달러 환산 기준 코스피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외국인 입장에서 현재 달러 환산 코스피 지수는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어닝시즌을 앞두고 증권가의 실적 컨센서스 조율이 이어질 예정이다. 전 업종에 대한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준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6.1% 증가한 723조원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4.0% 줄어든 53조원, 당기순이익은 23.5% 감소한 37조원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으로 매출액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수익성은 꺾일 전망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위축 영향으로 원자재 및 소재업종과 IT 업종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다만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도 업황 성장 모멘텀이 이어지는 산업재와 2차전지, 필수소비재 업종의 이익 모멘텀은 양호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실적 부진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주가 하방 압력을 높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승미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30~40% 가량 빠진 상황에서 낙폭 과대 종목은 오히려 실적 확인 후 단기적인 상승을 노려볼 수 있다"고 전했다.
상장 레이스 중도 포기 잇달아
IPO 시장에서는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골프존에서 물적분할된 골프존커머스와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다 돌연 지난 13일 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골프존커머스는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1~12일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1만200~1만2700원)에서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최대 3360억원으로 전망됐다.
오딘 개발사로 유명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시장 침체에 일보후퇴를 택했다. 이 회사는 희망 공모가 상단 5만3000원 기준으로 4조4997억원의 시총이 예상된 바 있다. 시장 침체와 더불어 카카오 계열사의 잇따른 사업부 분할과 재상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여론 역시 상장 추진에 부담을 가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상장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상장예비심사 승인 6개월 안에 상장하면 되는 만큼 내년 3월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만 철회한 터라 상장은 차후 재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경기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추진 시기를 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