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민소환제가 있다면? 탄핵사유는 이미 넘친다
[ 시민언론민들레 | 곽노현 칼럼 mindle@mindlenews.com ] 2023.03.19 12:34
[곽노현 칼럼] 4년 남은 임기에 절망하는 국민들, 어떤 방법 있을까
민주당의 쌍끌이 특검과 윤 대통령의 대일 굴욕외교를 둘러싸고 여야 격돌 정국이 지속 중이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쌍끌이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는 62.7%가, 50억 클럽 특검에는 74.4%가 찬성하며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기업의 대리배상 방안에 대해선 35%가 찬성하고 59%가 반대한다고 말해준다. 여론은 민주당의 쌍끌이 특검에 찬성하고 대통령의 대일 굴욕해법에 반대하는 게 명백하다. 여론조사결과가 저 정도로 일방적으로 나오면 대통령이 쌍끌이 특검을 수용해야 맞지만 꿈쩍도 않는다. 윤석열 검찰정권의 선택적이고 자의적인 수사 지연과 은폐를 드러낼 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들이 장군 출신을 요직에 박아놓았듯이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을 곳곳의 요직에 등용하며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부린다. 윤 대통령의 검찰정권 행태는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엄연히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5년 임기 '대통령 무책임제의 지배'로 오해하고 법의 지배를 법을 빙자한 제멋대로 지배로 타락시켰으며 인권보장이 아니라 검찰권력 보장을 앞세우며 헌법국가의 원칙과 기강을 두루 짓밟는다.
'5년 임기 대통령 무책임제의 지배'로 오해하는 윤 대통령
지난 6일 윤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도 아랑곳없이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방적으로 면제하고 아무 잘못도 없는 한국 대기업에게 배상기금 조성 목적 출연을 강요하는 이른바 '강제동원피해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놓아서 국민을 경악시켰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는 대법원 판결을 대놓고 무시하는 민주적 기본질서 문란행위일 뿐 아니라 가해자인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피해자인 우리 국민의 기본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행위로서 엄연히 대통령 탄핵사유다.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강연에서 일본의 조선 지배를 정당하다고 했던 인물을 칭송해 물의를 빚었다. 2023.3.17 연합뉴스
대법원 판결을 방패 삼아 강제동원 관련 일본의 공식사죄를 이끌어내도 시원찮을 판에 윤 대통령은 스스로 대법원 판결을 내팽개치며 과거사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입장에 굴복해 들어가며 미국의 기대와 요구에 충실하게 부응했다.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쏘아붙였듯이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사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8일에 끝난 국힘당의 당대표 경선은 윤 대통령을 위한, 윤 대통령에 의한,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였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을 차례로 후보군에서 쳐내고 안철수를 최종 ‘디스’하는 잔혹하고 불공정한 경선과정이었다. 차라리 일방적으로 당대표를 지명할 일이지 왜 저 험한 꼴을 보이며 경선을 하느냐는 탄식소리가 도처에서 들렸다. 결국 윤 대통령이 점지한 김기현 후보가 간신히 당대표로 당선되었으나 정당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꼴을 온 국민이 지켜봐야 했다.
임기 첫해 막강한 대통령의 칼춤을 지켜본 국힘당 인사들이 자리 욕심과 공천 기대에 눈을 감고 검찰을 앞세운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닫았지만 대통령 힘이 빠지면 이번에 당한 집단수모를 반드시 되돌려 주게 돼 있다. 정치권에 입문한 지 1년도 안 돼 '눈 떠보니 대통령'이 된 윤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성공신화에 도취대 못 볼지 몰라도 이번의 후보 가지치기는 거대한 비극을 예약한 것과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후보 정리 작업은 정당법에 위배되는 대통령의 권력남용행위로서 엄연히 탄핵사유다.
그 밖에도 대통령 탄핵사유가 차고 넘치지만 국힘당이 탄핵소추를 막고도 남을 의석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힘당이 분당하지 않는 이상 탄핵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를 맴돈다는 여론조사결과는 지금 당장 불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60% 넘게 소환파면에 찬성표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준다. 이미 지난여름부터 매주 토요일에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과 타도를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진다. 윤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 천공법사도 끊임없이 스캔들을 일으킨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문제를 드러내며, 이토록 강렬한 조롱과 규탄대상으로 전락한 '국민 밉상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어쩌다 대통령'의 자아도취와 권력중독, 나아질 기미 없어
‘어쩌다 대통령’이 된 후 자아도취와 권력중독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윤 대통령은 정신 차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도 노동개혁을 추진한다고 느닷없이 주 69시간 탄력근로시간제를 들고 나와서 MZ세대 젊은이들의 반발을 사자 성급하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범한 국민의 노동하는 삶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아무 준비도, 협의도 없이 살인적인 주 69시간 근로시간제를 불쑥 꺼내들었다가 황급히 발을 빼나. 상상을 뛰어넘는 무책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불리하면 거짓말을 둘러대는 윤 대통령의 악습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우기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억지를 부렸다. 무속인의 조언을 받아서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TV토론에 나와선 거짓말로 동네할머니가 써 줬다고 둘러댔다. 최근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무려 인권옹호관으로 데리고 일했던 정순신 부장검사의 자식 일을 몰랐다고 발뺌했다.
잘못 뽑았다 판단되면 국민이 파면할 수 있어야
많은 국민들은 건들건들 으스대기 좋아하고 제대로 준비된 구석이 없는 윤 대통령이 앞으로도 4년이나 더 임기를 보장받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 앞에 절망한다. 명백한 제도 미비다. 국민이 뽑았지만 잘못 뽑았다고 판단하면 임기 중에라도 국민이 소환해서 불신임하고 파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헌법에 국회소추에 따른 헌재 탄핵 절차만 있고 국민의 대통령 소환제도가 없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제도 미비다. 요즘 부쩍 대통령 국민소환제를 가진 나라와 국민이 부럽다. 예를 들어, 에콰도르, 베네수엘라,니카라과, 멕시코 등 중남미의 대통령제 국가들이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대통령(주지사) 국민소환제도가 있다.
에콰도르에선 유권자의 15% 이상이 요구하면 첫 1년과 끝 1년을 제외하고 한번은 대통령에 대해서도 소환투표가 가능하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임기의 절반을 지난 모든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유권자의 20%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소환투표를 실시한다. 차베스 대통령은 2004년 소환투표에서 살아남았다. 미국은 연방대통령에 대해선 국민소환제도가 없지만 우리나라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는 주지사에 대해 국민소환제를 두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주지사 국민소환에 성공한 사례도 한 번 있었다. 2003년 민주당의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소환되고 나서 유명한 영화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공화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선출됐던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주지사는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같은 존재이지 시도지사와는 위상이 완전히 다른 존재다. 우리나라의 시도지사는 캘리포니아 주의 LA 시장이나 오렌지카운티 장으로 보면 된다. 남한 면적 4배 크기의 땅에 인구 3950만 명이 사는 캘리포니아 주는 GDP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커서 세계 6위를 자랑한다. 주지사를 정점으로 행정부, 법률을 제정하는 양원제 입법부,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사법부가 있고 수많은 지자체를 거느린다는 점에서 엄연히 한 나라(state)다. 그 대외원수이자 행정수반을 주지사(governor)라고 부르지만 실은 '치사(治事)'가 바른 번역어다. 우리처럼 ‘일을 안다’는 의미의 지사가 아닌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 국민투표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사건이다.
주지사 소환 성공한 캘리포니아 주가 요즘 부쩍 부럽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헌법으로 소환사유를 정해 놓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소환사유가 없다. 유권자 과반수가 맘에 안 들면 주지사를 위시한 선출직 공직자를 이유여하 불문곡직 소환, 파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범죄행위가 없더라도, 헌법위반행위나 불법위법행위가 없더라도,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행위가 없더라도 국민소환이 가능하다. 뽑아놓고 보니 멍청하고 무능하다든가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도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다. 주권자가 대표자의 신임을 거두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소환요건이 가장 느슨하다. 주지사의 경우 직전 주지사 선거에서 표를 던진 유효투표자의 12% 이상이 서명하면 소환투표가 실시된다. 캘리포니아 주 국민은 2003년에 딱 한 번 주지사 국민소환에 성공했다. 2021년에도 주지사 소환선거가 있었지만 뉴섬 주지사는 62% 지지를 받고 살아남았다. 미네소타 주는 주지사 소환요건이 캘리포니아의 2배가 넘는 25%로 규정돼 있다. 주지사 국민소환권을 인정하는 미국의 대부분 주는 헌법상 직전 선거 투표자 수의 25% 이상의 서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주지사 소환투표를 실시하기가 몹시 어렵다. 에콰도르 헌법의 총유권자 15% 요건이나 베네수엘라 헌법의 총유권자 20% 요건은 미네소타 주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건 캘리포니아 주가 국민소환을 통한 대의권력(선출직) 통제에 제일 진심이라는 사실과 내가 캘리포니아 주를 요즘 부쩍 부러워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