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현지 가이드와의 만남
-호주, 뉴질랜드, 피지를 다녀와서(4)-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석곤
여행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여행은 건강과 돈, 그리고 시간이 따라줘야 한다. 청년은 시간과 건강이 있는데 돈이 없고, 직장인은 돈과 건강은 있는데 시간이 없으며, 노년기는 시간과 돈이 있어도, 건강이 없다고 한다. 나는 정년퇴임을 한 지 7년째다. 다행히 세 가지가 따라주어 하나님께 감사하며, 열나흘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 피지 여행을 마쳤다.
가이드는, 호주의 골드코스트와 시드니, 뉴질랜드의 남섬과 북섬, 피지의 난디 등 가는 곳마다 달랐다. 다 현지에서 여러 해 거주한 우리 교민 가이드였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안내를 하느라 안간힘을 다 써 주니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았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잭(Jacky)이라 부른다는 이상은 가이드를 만났다. 이틀 동안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를 관광했다. 시내 싸우스 뱅크(South Bank)를 둘러보고, 파라다이스 컨트리농장에서 체험활동을 했다. 다음날 골드코스트의 스카이 포인트 전망대를 오르고, 열대과일농장을 견학했다. 이동할 때마다 차 안은 가이드가 해준 호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이야기로 꽉 찼다. 이야기는 근거가 깊고 조리있어서 우리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가 자랑한 것처럼 독서를 많이 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가이드는 책을 가지고 오신 분께서 여행 중에 다 읽으시면 그 책을 선물로 받아 읽는다면서, 우리한테도 선물로 달라고 했다. 한 분이 주었다. 나는 원로 문인의 수필집을 읽는 중이라 망설이다 새벽에 공항으로 갈 때 주었다. 6월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꼭 참여해서 좋은 뜻을 반영하는 정치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시드니에서 만난 박현서 가이드는 이틀 동안 안내했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에버튼 하우스, 수족관, 달링항구, 시드니 동부해안, 시드니 타워, 오페라하우스, 시드니항 만찬, 유람선관광을 같이 했다. 선택관광으로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을 앞에서, 하버브릿지를 걸으며 위에서, 건너가서 바다 건너편 뒤쪽을 감상했다. 가이드는 28년 현지거주로 안내에 여유가 있고 자신감이 넘쳤다. 호텔 팁을 한화로 주라고 했다. 우리 관광객은 너도나도 실천해 시드니에 ‘한화 환전소’가 저절로 생기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 시드니 10만 명 교민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도 높아질 거라 했다. 해외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데, 가이드 말을 따르니 뿌듯했다.
박난희 가이드는 뉴질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만났다. 에이번강과 헤글리공원, 사인 오브 타카헤(Sign of the Takahe)를 둘러보았다. 퀸스타운으로 이동하며 켄터베리 대평원과 푸카키, 데카포호수를 감상하고, 선한 양치기 개 동상, 초대교회도 둘러보았다. 피요르드 국립공원과 밀포드 사운드, 퀸스타운 주변을 관광했다. 남편 사업으로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크라이스트처치에 이민 와서 아시아인으로 차별대우를 받았던 고생담을 들을 땐 가슴이 찡했다. 두 번의 대지진 때, 많은 교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지만 남아서 후유증을 앓으며 살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생활한다고 했다. 가이드 경력 5년이라지만 베테랑답게 사흘 동안 혼합 팀의 여행 분위기를 조절하려 애를 썼다. 차가 멈추기만 하면 바로 포토 존을 찾아 자세 시범을 보여주며 일일이 사진을 찍어 주었다. 피오로드 국립공원을 가는 길에서는 노래자랑까지 열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비행기 결항으로 밤늦게 북섬 오클랜드에서 이형철 가이드를 만나 사흘을 안내 받았다. 오클랜드의 와이토모 반딧불 석회동굴을 보고 로토루아로 갔다. 마오리 원주민 민속촌과 온천, 레디우드 삼림욕장을 관광했다. 폴리네시안 풀 유황 온천욕과 항이디너(전통만찬)를 하고 원주민 민속 쇼도 감상했다. 아그로돔농장 방문과 팜 투어, 스카이라인 곤돌라에 탑승해 시가지를 조망했다. 가이드가 경력이 많아서인지 입담이 좋았다. 하나하나 안내를 할 때마다 웃음을 자아냈다. 자기가 가이드를 한 것은 자기 딸 때문이라며, 교민 2세로 자란 약사 딸 자랑을 했다. 아들이 있으면 자기 달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다음날은 피지로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은 도시락이라 예고했다. 밤새 손수 싼 김밥 도시락을 공항까지 들고 온 게다. 시드니를 떠날 때 도시락인 빵, 달걀, 주스보다 정성이 듬뿍 담긴 맛집 도시락이었다.
피지 난디에서 이틀 동안의 가이드는 김진경이었다. 전통재래시장과 시내가게 쇼핑, 티부아 아일랜드를 안내했다. 가이드는 난디 대한항공 회사원으로 근무하다 한인 총각과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다. 곱디고운 뽀얀 얼굴의 아가씨가 지금은 피지인 중년 아주머니와 비슷했다. 부모님도 피지에서 농사를 짓다가 귀국하신 지가 2년 된다고 했다. 이제는 한국에서 살라면 못 살 것 같다는 말을 한 거로 봐 행복한 교민 생활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현지인과 어우렁더우렁 살며 한류 문화를 전하며 외교사절 몫을 잘 하고 있었다. 첫날 물을 한 병씩 주면서 쇼핑 절제로 알뜰 여행을 권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날 만찬 때였다. 전국에서 만난 일행이 낯이 익고 친근해졌는데도 자기소개를 안 했다고 하니까, 기어코 여행 사연을 곁들여 소개하도록 해 웃음바다가 됐다. 우리 일행 스물한 명은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여행할 때 세 가지 요소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여행지를 선정하고, 좋은 일행을 만나고, 좋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두 가지만 맘에 차도 좋은 여행인데, 3박자가 척척 맞았으니 얼마나 좋은 여행인가? 가이드 다섯이 경쟁이라도 하듯 안내를 잘 해주어서 더욱 자랑할 만한 여행이 되어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2018.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