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와 깨진 유리창
갈6:1-5
먼저 아주 상식적인 물음으로 시작하겠습니다. 100-1은 얼마일까요? 그렇다면 100+1은 얼마일까요? 그렇습니다. 상식은 99와 101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중국정부가 최근들어 대대적인 세무감사에 나서면서 내걸은 캐치프레이즈는 '100-1=0'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100건 가운데 1건만 잘못돼도 전부 잘못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중국 각 세무공무원의 비장한 결의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즉 백번 잘 하다가도 단 한번의 잘못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소한 실수 하나가 전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100+1도 101이 아닌 200 또는 그 이상의 수가 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라는 책에 소개된 베두인족의 민화입니다. 한 노인이 천막 근처에서 칠면조를 키웠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칠면조를 훔쳐갔습니다. 노인은 아들들을 불러 칠면조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칠면조 한 마리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며 무시했습니다. 몇 주 뒤 낙타를 도둑맞았습니다. 아들들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노인은 "칠면조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몇 주 뒤 이번에는 말이 없어졌습니다. 이번에도 노인은 "칠면조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몇 주 뒤 노인의 딸이 강간당했습니다. 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칠면조 때문이다. 놈들이 칠면조를 빼앗아 가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1982년 미국의 범죄 심리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lson)과 조지 켈링(Georgy Kelling)은 '깨진 유리창'이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을 통해 저자들은 가게 주인이 깨진 유리창과 같은 사소한 피해를 방치하면 절도나 폭력, 살인과 같은 더 큰 강력 범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2005년 마이클 레빈(Michael Levin)은 이러한 이론을 경영에 적용하여「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책을 썼습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어떤 건물에 유리창이 깨어져 있으면 사람의 심리상 그 건물은 관리가 안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도둑과 폭력을 비롯한 범죄들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법칙은 개인의 삶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나 단체에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사소한 실수로 개인의 인생을 망치듯이 한 사람의 구성원의 잘못으로 조직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 지저분한 화장실,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등 작고 사소한 실수를 방치하면 결국 기업이나 조직의 존립여부까지 좌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역으로 이용하여 뉴욕 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합니다. 낙서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는 창문이 깨져있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당시 교통국의 데빗 간 국장은 겔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지하철 낙서 지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시작합니다. 대다수의 교통국의 직원들은 우선 범죄 단속부터 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간 국장은 지하철 낙서 지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지하철이 얼마나 더러운지 개시한 지 5년이나 지난 1989년에야 드디어 모든 낙서 지우기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낙서 지우기를 하고 나서 그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에서의 흉악 범죄 발생률이 75%나 급감했다는 것입니다. 그 후, 1994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지하철에서 성과를 올린 범죄 억제 대책을 뉴욕시 경찰에 도입하여, 낙서를 지우고, 보행자의 신호 무시나 빈 캔을 아무데나 버리는 등 경범죄의 단속을 철저하게 계속한 결과,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가정과 학교의 잃어버린 칠면조와 깨진 유리창은 무엇입니까? 개인의 발전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반드시 깨어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고 잃어버린 칠면조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유리창을 갈아 끼우고 칠면조를 되찾는 일은 대단하고 복잡스러운 일이 아니며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대충 경제적이라고 생각되는 강력 접착제나 투명 테이프로 붙여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선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깨어진 유리창을 새 유리로 갈아 끼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깨어진 유리창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삶에 그리고 우리 학교에 멋진 스테인드 글라스는 없을지라도 깨어진 유리창만큼은 갈아 끼워야 할 것입니다. 또한 칠면조가 없어지거나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깨진 유리창이나 도둑맞은 칠면조는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식전수의 업무만 아니라 환경과 인성교육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전인교육 특히 신앙교육은 그러한 의지와 바탕이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더욱 우리들의 끊임없는 기도와 관심과 열정이 요구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