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남중국해 전략 변화의 한중 관계 영향 평가
▲ 중국의 1, 2 도련선의 범위
지난 11월 26일부터 27일 동안 중국 하이난(海南) 산야(三亞)에서 개최된 ‘제5회 글로벌 해양협력과 해양거버런스 심포지움(The 5th Symposium on Global Maritime Cooperation and Ocean Governance: 5th GMCOG)’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전략이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를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이번 심포지움 첫날 오전 세션에서 필자는 ‘해군작전과 해양 법집행 작전 간 군사적 중립(military neutrality between naval operation and law enforcement)’ 주제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참가자로부터 최근 중국과 필리핀 해양경찰 간 남중국 남사군도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방지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중국이 개최한 많은 세미나와 심포지움은 남중국해에 대한 구단선(nine desh line) 또는 유형 라인(U-shaped line)에 따른 중국의 역사적 권리를 적당화하기 위한 지리적이고 법리적인 논리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강하였으나, 이번 심포지움은 중국이 남중국해 해양분쟁을 글로벌 해양협력과 거버런스 구축 차원에서 접근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합리화하고 기정 사실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하였다.
우선, 2013년부터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해 주장하는 구단선 근처에 있는 최소 7개 산호초, 간출암, 암초를 인공섬(artificial island)으로 만들었다. 특히, 긴급히 조성한 인공섬에 부두, 활주로, 항해 레이더, 기상 관측소, 거주 시설 등을 건설하면서 미국과 아세안으로부터 인공섬을 중국군의 태평양 진출을 위해 전초 기지(forward bases)로 삼아 남중국해를 군사화(militarizarion)하였다.
이는 2021년 9월 15일 미국-영국-호주 간 3국 안보동맹(AUKUS)가 결성되었고 인도가 호주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쿼드(QUAD) 장산회의에 참가한 주된 이유가 되었다.
다음으로, 중국은 남중국해에 구축한 인공섬을 중심으로 무리한 직선기선을 설정하였다. 이는 이들 인공섬 주변에 있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대만이 해양관할권을 행사하는 산호초, 간출함, 모래사주 등을 포함한 일방적 조치였다.
또한, 중국은 필리핀이 제기한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중재를 UNCLOS에 요청하여 상설국제중재소(PCA)가 결정한 판결을 거부하였다. 2016년 7월에 UNCLOS에 따른 PCA는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은 법적 근거 없어 무효이고, 남중국해에는 200마일 배타적 경계수역(EEZ)을 선포할 수 있는 섬(island)이 없다’는 파격적 중재를 내렸으나 중국은 거부하였다.
아울러, 중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의 가장 동부 끝단에 있는 필리핀의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를 인공섬으로 만들려 하였다. 이는 지난 수개월 동안 중국과 필리핀 해양경찰 간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서 물리적 충돌의 원인이 되었다. 현재 필리핀은 1999년에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 과거 2차 세계대전시 사용하던 구형 폐선된 상륙함을 좌초시켜 필리핀 해병대와 해경을 주둔하였고 이들에 대해 필리핀 해군과 해양경찰이 식량, 청수 등 보급품을 주기적으로 제공하였다. 하지만, 중국 해양경찰은 지난 수개월 간 필리핀 해양경찰 선박이 보급물을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에 공급하는 것을 저지하였다.
특히, 중국 해양경찰은 ‘중국 해양경찰법’에 따라 필리핀 해양경찰에 대해 고의적 충돌과 고수압 물대포으로 필리핀 해양경찰에 대응하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받았으며, 필리핀 해양경찰은 보급품 이송 선박에 해외 매체 기자단을 탑승시켜, 이를 저지하는 중국 해양경찰의 물리적 행위를 그대로 생중개하도록 하는 심리전까지 하였다.
이런 상황에 이번 심포지움은 과거와 매우 다른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우선,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을 글로벌 해양안보 차원으로 확대하였다. 중국은 최근 발생된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상황을 이번 심포지움 대주제인 글로벌 해양 거버런스를 구축하는 차원으로 볼 때 미미한 해양분쟁이라고 축소하였다.
필리핀 로멜 반라오이(Rommel Banlaoi) 박사는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가 필리핀으로부터 120마일 이격되어 필리핀이 선포한 200마일 EEZ 내에 있고, 중국으로부터 약 800마일에 있어 중국이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UNCLOS 원칙과 2016년 PCA 중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였으나, 중국 화양해양연구센터 소장 우시춘(吳士春) 박사는 필리핀의 주장은 중국의 글로벌 해양협력과 해양거버런스(GMCOG) 구축에 장애가 된다는 역주장을 하였하였다. 결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필리핀은 중국의 필리핀에 대한 경제적 지원 제안에 세컨드 토마스 산호초 분쟁을 묻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중국은 남중국해 해양분쟁을 남태평양 등 다른 해역에서의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의 과도한 해양 관할권 주장과 비교할 시 유일한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예를 들면, 중국 상하이차오통 대학 귀지화(郭志華) 교수는 남중국해 분쟁 이슈를 군사화하는 국가는 중국이 아닌 제3국 미국이라는 논리를 전개하였고, 중국 남해연구원 포이포(包爾補) 박사는 남태평양에 22개 해양경계 획정에 합의하였으나, 미국, 프랑스, 영국, 호주 등이 중국의 구단선 증거와 같은 증거도 없이 200마일을 벗어나는 남태평양에 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하였다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해 과도한 해양 관할권을 주장하다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비난하였다. 이제 중국은 남중국해 해양분쟁을 다른 해역과 비교하면서 기정 사실화시키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분쟁 당사국에게 남중국해 분쟁을 뒤로 하고 해양의 고질화, 해양안전, 해양환경 보호, 해양교류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해양거버런스 구축에 공동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특히, 개막식에서 중국 국무원 왕이(王毅) 외교 부장은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중국식 현대화 모델’을 남중국해에 적용할 수 있다면서, 향후 중국은 남중국해를 ‘건강한 해양(healthy ocean)’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중국 하이난성 파트얼(巴特爾) 부성장은 중국은 하이난섬(海南島)을 자유무역 항구로 개방하여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특히, 중국 남해연구원 왕성(王貹) 원장은 2030년까지 남중국해의 프라스틱 폐기물을 약 30%까지 줄이는 ‘30 by 30’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 외 많은 중국 학자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문제, 해양과학 기술 연구개발, 어업 보호, 해양탄소 중립, BBJK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발표하였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해양거버런스 구축을 위한 새로운 레짐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해양투명이니셔티브(AMTI) 해리슨 프레테 박사는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에서의 법률적 분쟁에 추가하여 해양 과학기술 우위에 따른 해저 자원 개발과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한 또 다른 레짐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스웨덴 세계해양대학교 해양연구소 노란 롱(Ronan Long) 교수는 북극해가 기후변화에 따른 해빙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해양환경 보호, 북극해 해저 개발, 해양경계 획정 갈등, 러시아의 북극해 해로 안전에 대한 기득권 주장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북극해에 적용할 새로운 레짐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향후 해양경찰 간 협력 필요성 제기였다. 많은 중국 학자와 전문가들은 중국과 아세안 간 합의된 ‘남중국해에서의 행동규칙(Single Draft of Code of Conduct in the South China Sea: COC)’로 해양경찰 간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호주 뉴사운스 웨일즈 대학교 나탈이에 크레인(Natalie Klein) 교수는 COC 내 해양경찰의 항행 자유 권리와 영해내 무해통항 권리가 애매모호하게 언급되어 향후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의 법집행 기능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 필립 사운더스(Philip Saunders) 교수는 공해상 자유(freedom)와 항해(navigation)를 분리하고 영해에서 무해(inoocent)와 통항(passage)을 분리하면 공해상 항해의 자유 권리와 영해상 무해통항을 누가 결정하는가를 알 수 있다면서 항해와 통항은 해양 사용국의 권리이지만, 공해상 자유와 영해에서의 무해는 연안국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COC가 법집행 자원에서 수행하는 남중국해 분쟁국 해양경찰의 무해통항과 항행의 자유 행위를 저지해서는 아니된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하이난섬을 국제 자유무역항(海南自由貿易港)으로 개발하는 가능성을 별도 세션으로 진행하였다. 이에 대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참가한 학자와 전문가들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경유해야 하는 하이난섬을 홍콩 자유무역항과 같이 구축하기 위해 지난 4년간 중국 하이난성 정부와 전문가들 간 연구를 진행하였다면서 이번에 하이난섬의 국제 자유무역항 개방을 토론한 것은 아마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관세 추가 부과와 동맹국의 동참 요구 등의 압력에 대비한 것이라는 필자에게 알려주었다.
중국 외교부 천샤오동(陳驍東) 부부장은 기조연설에서 2025년은 중국이 선포한 ‘해양개방의 해’라면서 중국은 동아시아 해양을 활용하여 공동이익을 지향하고. 홍콩-하이난섬-광둥성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자유무역 해상교통로를 형성하여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해양거버런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번 심포지움은 향후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을 글로벌화시키면서 중국 주도의 글로벌 해양협력과 해양거버런스 구축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인 기회였는바, 서해(黃海)를 두고 중국과 불법어선 문제, 해양환경 문제, 해양경계 획정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한국에게 향후 중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암시하였다.
우선,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제3자 개입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이 인식시켜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① 유엔해양법협약(UNCLOS) 기준과 원칙에 따른 해결, ②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 보장, ③ 대화를 통해 분쟁 해결의 3원칙을 공포하였으나, 2022년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고 미국의 원칙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이후 제3자 개입이 되었다.
특히, 2023년 4월 26일 워싱턴에서의 한국과 미국간 정상회담이후 선언된 워싱턴 선언, 같은 해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국과 미국, 일본 간 3국 정상 공동 성명서, 한국이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4개국(IP4) 자격으로 참가한 나토 정상회담 공동 성명서 모두가 남중국해에서의 해양평화와 안전이 중요하고 현상유지 타파를 우려하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한국이 마치 남중국해에 대한 제3자로 인식되었다.
이에 한국은 양자간, 3자간, 다자간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서에 언급된 남중국해에 대한 언급을 한국이 마치 남중국해 분쟁에 제3자로 개입하는 것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글로벌 해양거버런스 구축을 위해 중국과 해양협력을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그동안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 행보가 향후 한국과 중국 간 서해에도 나타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국내 안보 전문가로부터는 제기되었으나, 이제는 한중 해양협력 범위를 이번 심포지움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 해양과학 기술과 법률적 문제 간 충돌 등으로 확대시키어 중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해양협력과 해양거버런스 구축과 병행한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향후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을 남중국해로만 국한하여 보는 것이 아닌, 중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해양협력과 해양거버런스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국내 해양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일 것이다.
이번 심포지움을 중국 남해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중국 해양발전기금위원회는이미 세계 20여 개도국에 중국 해양 발전 기금(이는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해양 실크로드 개념을 위한 기금이 아님)을 투자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2022년에 창설된 화양해양연구소는 남중국해 분쟁을 어떻게 해소하고 향후 남중국해를 발전시키는가를 해양 자원 개발, 환경보호, 해양과학, 해양산업 등 해양협력과 상호연계(cross-function)시키는 포괄적 활동(이는 구단선을 주장하는 활동이 아님)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궁극적으로 이번 심포지움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남중국해를 중국의 해양 신시대를 주도하는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지시에 따라 남중국해 분쟁국만이 아닌 중국 주변국과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 학자와 전문가들을 대거 초청하였으며, 참가국들이 중국 주도의 글로벌 해양협력과 해양거버런스 구축을 위해 해양개방과 교류를 확대하는 새로운 시대를 함께 이루어가자는 중국식 해양현대화를 보인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