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선천적인 것에 기인한
생물학적인 유전자가 아니라
후천적으로 배우고 훈련받은 '좋은 습관' 이다
나는 후천적으로 습득한 이것이야말로
내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우월한 유전자라 생각한다
내가 말을 하고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아버지는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아버지는 늘 정돈되고, 보기 좋게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부모로부터 좋은 행동을 본받고 배운 것이
몸에 자동으로 습관화되어
오랫동안 그 행동을 실천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금수저보다 한 수 위인
다이아몬드 수저라고 생각한다
내가 박물관이나 전시회,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인테리어와 그림, 건축 예술에
관심이 많은 것도
잘 정돈되고 보기 좋게 진열된
물건이나 예술 작품들을 보면
아주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는 것 자체가
어린 시절에는 교육일 수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대청마루에서
붓글씨를 쓰면 먹을 갈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에 맡아본 묵향은
내 아버지의 인품처럼 꾸밈이 없이 담백하고
바위섬처럼 단단한 올곧은 마음의 견고함이
느껴졌던 걸로 기억된다
아버지께서 붓글씨를 다 쓰고 나면
오빠와 언니와 동생은
서로 뒷정리를 하려고 했다
아버지께
이쁨 받으려고 서로 경쟁을 했던 것 같다
뒷정리를 다하면
붓글씨 쓰느라고 힘든 아버지의
양어깨를 오빠와 언니는 주물러주었다
어머니는 알이 제법 굵고 뽀얀 국물이 우러난
홍합탕과 김치 부침개, 시원한 동치미
싱싱한 굴, 해삼, 멍게를 초장과 함께
간식으로 내오셨다
집에서 직접 담근 포도주처럼 가정의 화목이
익어가는 휴일을 보냈던 어린 시절은 동화처럼
내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다
어머니는 내 집에 온 손님에게는
항상 최상의 음식으로 대접하고
과일 하나를 선물하더라도 좋은 것만 골라 주셨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보고 배운 것이 몸에 익어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행하는 걸 보면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낀다
머리로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슴과 손과 발이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건
습관이 되어 쉽게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으로도 사랑으로도 음식으로도
마음이 달래 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조용히 집안 정리를 한다
그러면 다시 마음이 차분해진다
물건과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과 귀중한 것을 분별하기 어렵고
필요한 물건을 다시 사용하고 싶을 때
찾기가 어렵다
생각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정리와 메모를 하지 않으면 분별하기가 힘들고
시간을 낭비하고 엉뚱한 곳에서 헤맬 수 있다
또한 정리는 아주 창의적인
뇌와 손의 협응 운동이며
머리를 맑게 하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집에서나, 일하는 곳에서나
우리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지 않으며
능률적이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좋지 않다
모든지 불필요하게 쌓이는 것들은
그때그때 정리를 해서 버려야 한다
그때그때 정리하고 버리지 않으면
일이 많아져
나중에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림과 비움이 혁명이 되고 치유가 될 수도 있다
사적인 물건이 많은 집은
현대인에게 아주 소중한 공간이다
집이 있어야 물건을 보관하고
물건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슐라르(Bachelard, G.)는
“집은 세계 안에 있는 우리의 일부이며
우리가 경험하는 최초의 세계이다.” 라고 하며
*하이데거는
“인간은 집에서 살게 되면서
비로소 평화를 누리게 된다.” 고 말했다
나에게 있어 집은 창조의 터전이요
성전처럼 신성한 곳이다
씻고, 요리를 하고, 먹고, 자고, 읽고, 쓰고
기도를 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많은 일들을 집에서 한다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구를 재배치하고
물건을 찾기 쉽고,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을
나는 '내 인생의 최고의 가치' 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일과 공부를 할 때도
아주 가치 있게 활용된다
만약에 거주할 집이 없다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 일 수밖에 없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집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어디서 짐을 풀고, 여독을 풀겠는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이 거리에서
방랑만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일인가
날씨가 추운 겨울엔 집 없는 노숙자들이 걱정된다
내 몸이 기거하는 집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이 기거하는 '존재의 집' 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내 마음이 좌표를 잃지 않고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내 존재의 집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내 자리를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
나를 지켜주는 '나의 내면의 집'
나는 이것을 '지조' 라고 부른다
세속적인 것과 타협하지 않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 것이며
고독과 상실감에 몸부림칠지언정
길이 아니라면
절대로 마음의 빗장을 열지 말아야 한다
나의 즐거운 집...네가 있어
내가 이렇게 평화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단다
고마워 나의 집...
언제나 깨끗하고 소중하게 너를 가꾸고 지켜줄게
사랑하고 또 사랑해...
먼 여행길에서 돌아와도
언제나 자기 자기를 지키는 나의 집
나도 너처럼 먼 길 돌고 돌아서 다시 돌아왔을 때
언제나 고향처럼 정겹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이 노래 들으면 아버지 생각에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 나도 요렇게 깜찍할 때가 있었는데...
첫댓글
님의 글을 읽는 느낌은
군악대의 행진곡에 맞춰 종횡의 줄이
질서 정연하게 걷는 모습입니다.
성경 구절이나
불경을 읽는 마음인 것 같아요.
스텐레스 수저라도 좋아요.
편히 먹을 수 있다면,
금수저, 은수저도 불편한데
다이야몬드 수저라니....ㅎ
과찬의 말씀에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가다듬고자
저도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채찍질한답니다
정말
다이아몬드 수저로
밥을 먹는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오네요
설거지 할 때
엄청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항상 재치와
정성이 가득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정말 훌륭하신 아버님 어머님이시네요
저는 제딸에게 좋은 아버지노릇을 못한거 같아 반성합니다
그산 님, 반갑습니다
저도 제 딸한테
저희 부모님처럼
못한 것 같아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있답니다
자식을
제대로 훈육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요
그산 님은 그산 님
나름대로의
교육관이 있었을 겁니다
그산 님은
겸손하신 분 같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지혜님은 참 반듯하고
성실하실 것 같습니다.
잘 정돈된 집안과
마음이 기거하는 존재의 집,내면의 집.
사실은 저도 비슷한 글을 쓰고 있었거든요.
엊그제 아들 하는 말이
부모님에게서 배운 좋은 생활습관들이
지가 받은 커다란 유산이라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서
저는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던 중이었습니다.
지혜님 글이 워낙 월등해서
고개 끄덕이며 공감했고요.
어부의 노래도
참 오랜만에 듣습니다.
예전에 즐겨부르던 노래라서
많이 정겨워요.
그러셨군요...
아드 님으로부터
그런 좋은 말을 들었다니
너무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으시겠습니다
정말
존경스럽고 부럽습니다
댓글에서 느낀 제라 님은
언제나 따뜻하고
멋진 분이시니
그런 좋은 말을
충분히 들을만합니다
'어부의 노래' 들을수록
참 소박한 가사가 심금을
울리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라 님의 가정이
신의 보호아래
늘 평온하고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삶의지혜
지금 자녀들을 키운다면
더 잘 키울 수 있을텐데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아이들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고 느껴서
고마울 일이지요.
아들녀석 사춘기때 내가 혼구녕을 내고
아들한테 엄마가 심해서 속상했지? 미안해 라고
다독여 주면 아들녀석 대답은
엄마가 저를 사랑해서 그러신거 알아요.
꼭 그렇게 대답하곤 했었거든요.
딸네미도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부모님 덕분에 행복하게 잘 산다고 말하며
저하고 지금도 밤새이야기를 나눌정도예요.
아이들이 잘 커주고 결혼들 해서
행복하고 안정되게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답니다.
제 자랑이 심했지요? ㅋㅋㅋ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자랑이 되어버렸네요.
이해하시길요.ㅋㅋ
@제라
그런 자랑질이라면
천 번을 하셔도 좋습니다
자애롭고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자녀분들이 참으로
행복해 보입니다
제라 님도
늘 행복하시고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빕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말 가정교육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인 것 같습니다
공부나 몸의
성장에만 급급한 나머지
인성이나 마음의 성장에는
사실상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현세태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잘못 성장을
하게 되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해를 끼치게 되지요
공감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으셨네요.
차분하게 써 내려간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스 님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하루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 즐거웠고 감사합니다.
글을 너무나 반듯하게 잘 쓰시네요.
늘 집이란 공간에서 글을 쓰시니 더욱 행복을 느끼실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최민규 님, 처음 뵙습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 즐거웠다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잠자리에 드시길 바랍니다
@삶의지혜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는데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부족한 글이라뇨?
저는 지금껏 개인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책과 담을 쌓고 있다가 수 일 전 이곳에 가입하여 멋진 많은 글들을 접하고 조금씩 안정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삶의 지혜 님을 비롯한 우리 카페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많은 분들의 도움 덕택이라 사료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가 되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니고 무었이겠습니까?
@최민규
기분 좋은 토요일 아침입니다
댓글 속에서 긍정의 미학과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처럼
행복의 밭을 소중히 가꾸고자 하는
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 곳에서의 시간이
보람되고
유쾌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삶의지혜 네네~~너무 감사드립니다. 말씀 대로 긍정의 미학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삶의 지혜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멀리서나마 빕니다.
먹고 자고 입는 것, 유행따라 가는 것 등등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생존을 원하는 분들은 사색 혹은 글을 많이 쓰시고 노력하시는 덕분에
이렇게 저 같은 凡人도 여러 가지 훌륭한 글을 읽고서 찐한 감동을 받고 행복을 느낄 수가 있어서 최고인 것 같습니다.
다시 1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민규
이렇게
글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지 않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건강이 최우선이니
항상 건강하시고
마음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삶의지혜 네네~~
너무나 옳으신 말씀입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제일입니다.
마음의 평화! 정신 건강이 최우선이겠지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는 삶의 지혜 님처럼 글을 잘쓰는 것은 무리입니다만, 좋은 글 감상은 무척 좋아하기에 다행으로 생각하며
님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저는 그 덕택으로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좋은 습관이라는 멋진 다이아몬드를 물려주신
아버님에 대한 추억향기 가득한 수필 참 좋네요
저도 참 너무 좋은 아버지를 가졌단 것에
항상 감사한답니다.
늘 서재에서 책을 가까이하셨던 아버지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책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몹시도 그립네요
날씨가 겨울 흉내를 마구 내고 있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그렇지요...
눈으로 본 것은
자연스럽게 다가와
몸에 익히게 되지요
겨울꽃장수 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늘 행복하셔야 합니다
행복바이러스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건강, 평화를
사수하시길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