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오백 원
내가 자란 보육원은 산골 마을에 있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아 주위에 인적이 드물었다. 산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주었다. 봄에는 버찌, 앵두, 산딸기, 고사리 따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놀며 살구, 산포도를 먹었다. 가을에 는 감과 밤이 가득했으며, 겨울에는 썰매를 타고 놀다 꽁꽁 언 홍시를 찾아 먹곤 했다.
하나 겨울이면 추운 날씨로 무척 힘들었다. 옷가지가 넉넉하지 않은 탓에 90여 명의 아이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는 어려웠다. 게다 가 6킬로미터 떨어진 학교에 가려면 높은 산을 넘어 험난한 길을 걸어 야했다. 다행히 등굣길에는 승합차로 태워 주었지만 하굣길이 문제였 다. 보육원에 돌아가려면 허름한 신발을 신고 걷는 수밖에 없었다.
영하 15도쯤 되는 날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나는 티셔츠 차림으로 보육원까지 걸어가야 했다. 너무 추웠다. 1킬로미터쯤 걸은 무렵 다리 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추위에 몸이 굳은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영혼이 날아갈 것만 같이 시야가 희미해졌다. '하늘은 따뜻하겠지. 그곳에는 그리운 가족도 있겠지.'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나에게 따뜻한 옷을 덮어 주었다. 천사의 정체는 바로 고참 장철호 형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형이 자신의 외투를 벗어 쓰러진 나에게 입히고, 움 직이지 못하는 나를 안아 보육원까지 데리고 왔다. 겨울 방학이 되었다. 설날이면 보육원에서 1년에 단 한 번 용돈을 주 었다. 나는 원장님에게 절하고 세뱃돈으로 오백 원을 받았다.
돈을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었던 나는 오백 원을 철호 형에게 맡겼다. 하지만 철호 형에게 끝내 오백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형이 성인이 되 며 추운 겨울에 홀로 보육원을 떠난 것이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전화 한 통 을 받았다. 마흔두 살이 된 철호 형이 정말로 천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 독거인이라 장례를 치러 줄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은 순간, 내 마음의 보물 상자가 열렸다. 나는 곧장 달려갔다. 형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나는 상주가 되어 형이 하늘나라 가는 길을 끝까지 배웅했다. 마지막 으로 유품을 정리할 겸 형의 집에 들렀다. 평생 홀로 살았지만 마치 떠 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집이 깔끔했다. 그때 거실 탁자에서 반짝이는 동전을 발견했다. 오백 원이었다. 순간 몸에 전율이 일었다. 마치 철호 형이 내가 맡긴 오백 원을 돌려주고 가 려는 듯 했다. 눈물이 흘렀다.
조윤환 | 고아 권익 연대 대표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은 그를 믿고 사랑해 준 사람들의 열매다. _ 김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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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글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무량대수억 님 !
고운 걸음으로
다녀가신 흔적
감사드립니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늦가을,, 멋진 추억 마니
만들어 가시길
소망합니다
^♡^
진한 감동이 흐르는 감동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하모니5 님 !
반갑습니다
고은 멘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말 사이에 비가오더니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이
느껴지는 11월입니다..
환절기 건강하게 보내셔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
동트는새벽 님 !!
고은 답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좋은 하루되세요~^^
어린 유아시절 정말 고생 많으셨군요 지금은 평온을 찾으셨죠?저도 그에 못지않은 유아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칠순을 넘기고 연금으로 여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게 즐감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아지 랑이20 님!
어려웠던 지난날을
뒤돌아보게 하는 멘트,
고운 걸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과 행복, 기쁨이
함께하시길 소망합니다
^♡^
돌아온 오백 원..
눈앞이 찡하네요..
감동글 공유해 주신 망실봉님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고운 답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깊어가는 가을 🍂🍁
산간 내륙지방은
초겨울이네요,,
웃음과 기쁨 가득한
행복한 나날들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