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아시아판 커버스토리 11월7일자 ;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서
(Breaking Through)
지난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는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이 열렸다. 낡은 강의실에서였지만 행사는 철두철미 21세기적인 것이었다. 한국 줄기세포 은행은 당뇨병이나 파킨슨병의 새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전세계 연구자들에게 복제된 배아줄기세포를 제공하게 된다. 홀을 가득 메운 초청인사 가운데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이안 윌머트 박사 같은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선두주자들도 있었다. 강의실에는 “세계의 희망. 한국의 꿈” 이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줄기세포은행은 세계적 뉴스가 되었고 이는 바로 요즘 한국의 꿈이기도 하다. VCR이나 전자렌지를 그저 베껴서 제조하는 나라가 아니라 첨단 과학국가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다. 제2의 도시 부산이 아펙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국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분수령에 서 있다. 전후 일본에서 가져온 수출중심적 경제모델은 경제성장을 일구어냈다.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렸던 아펙 정상회의 때만 해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10,000달러로 정의되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나라로 알려졌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삼성전자, LG전자), 자동차(기아차, 현대차), 제철(포스코), 조선(현대중공업) 기업들의 본고장이다. 한국은 이제 초고속열차와 컴퓨터로 통제되는 김치냉장고의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제조업과 수출에 대한 의존으로 말미암아 한국은 동일한 청사진을 따르고 있는 나라 특히 중국 같은 해외 경쟁국들에 대해 약점을 갖게 되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가차 없이 노출시켰다. 재벌의 경직되고 비밀스러운 경영방식, 부패와 정실, 그리고 한국 생산품의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 기술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4.6% 성장했으며 올해에는 4%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중국의 성장률은 9%를 넘고 있다.
1997년 금융위기로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자체적인 발명과 재능에서 동력을 찾는 선진적 경제를 창출하기로 했다. 이는 장벽을 허물고 개방한다는 아펙의 지향과도 맞아떨어진다. 전통적으로 고립되어 있었으며 외부세계에 대한 불신과 한이 많았던 나라로서는 주목할 만한 전환이다. 한국인들은 이제 해외 도처를 드나들고, 많은 외국어들을 배우며, 중국과 인도에서 터키와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온갖 곳에 투자하고 있다. 1989년 이전까지 일반 국민은 정부가 허가한 업무나 가족방문의 경우에만 여권을 받을 수 있었으며 해외투자는 ‘배신’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혁신, 개방, 그리고 글로벌 무대 -특히 IT나 생명공학, 그리고 연예오락 등 많은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들- 에서 경쟁하려는 열의는 이제 국민적 구호가 되었다.
“한국인들은 자신을 ‘무모함’ ‘성급함’으로 자랑스럽게 묘사”
익숙지 않은 경제적 게임의 구도로 가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무모함(reckless)”, “성급함(hasty)” 같은 형용사로 자신들을 자랑스럽게 묘사한다. “한국은 머리만이 아니라 기본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황우석 박사는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세계줄기세포허브를 구상한 지 6개월 만에 결실을 끌어낸 사람이다. 척수 손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나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이는 전혀 성급한 일이 아니다. 지난주 이 센터의 연구를 통해 혜택을 받게 될 사람들로부터 세포기증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하자 과부하로 서버가 거의 다운되기에 이르렀다. 황 박사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한 경제적 환골탈태에 원동력을 제공하는 일을 시급하게 추진하는 데는 하등 잘못이 없다. “우리는 다른 종류의 국가적 성장 동력원을 찾아야만 한다.”
하드웨어는 끝났다. 중국은 전세계 월마트나 까르푸에서 팔리는 인형들과 생활기기들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브랜드 있는 고가 제품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소매가 124,000달러(1억2천만원)인 폭 2미터의 PDP TV를 선보였다.) 한국의 주 자원은 두뇌이며 한국은 평균 이상이다. 젊은층에서 고등학교 1학년, 즉 10년 이상 교육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 97%로 이는 세계 최고 비율이다. 한국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다. 국민이 선진국가들의 국민들처럼 똑똑하고 교육이 잘 되어 있다면 더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다.
요즈음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 수출품 가운데 하나는 영화, TV프로, 팝 가수, 인터넷 게임 등 연예오락인데 이것도 재능의 승리다. TV연속극 ‘대장금’은 올해 홍콩 TV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후진타오 중국 주석도 방문중인 한국 국회의원에게 자신도 팬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최고스타 장동건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한국에서 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던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했던 장동건은 현재 미국-중국-한국이 합작한 거대예산 영화 ‘무극(The Promise)’에서 홍콩의 스타 세실리아 청의 상대역을 맡고 있다. ‘무극’은 중국 정부가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경쟁부문에 출품하기 위해 선정한 영화다.
이러한 문화적 수출의 해외 인기는 “한류”라고 불려왔는데 현재 그 절정에 올라 있다. 올 1~9월 동안 55만 명의 관광객이 TV드라마가 촬영된 현장을 둘러보는 한류패키지 투어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금도 매시간 중국, 타이완, 일본, 홍콩,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리니지게임을 하고 있다. 리니지는 서울에 있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컴퓨터 게임이다. 비나 보아 같은 가수들은 아시아 전역에 걸쳐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1~6월 한국영화의 해외 흥행실적은 4,200만달러(2002년 1,500만 달러, 2004년 한 해 전체 5,8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컴퓨터 게임 수출은 4,800만 달러(2004년 3,7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전자제품 수출에 비하면 미미하다. 올해 한국 전자제품 수출액은 1,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반기문 외교 “11위 경제규모에 비해 5천년 역사는 잘 안 알려져”
그러나 돈이 다는 아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늦은 감이 있지만 한류가 한국에 존중감을 가져다줬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세계에서 11번째 경제국가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5천년 역사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반 장관은 말했다.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정치학)도 “한류는 우리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님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그들의 예술이 한국 특유의 감성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가족관계가 잘 묘사된다. 일본에서 히트하고 있는 4개 TV연속극을 감독한 윤석호 프로듀서는 핍박에 대한 깊은 슬픔을 표현한 한국말인 ‘한’에 대해 얘기한다. “한국드라마들은 슬픔을 특히 잘 표현한다. ‘가을동화’의 작가는 원고를 쓸 때 울음이 나오곤 했다. 배우들도 연습 때 울기 시작했다.” 문화상품 수출을 장려하는 정부기금의 운영 책임을 맡은 영화제작자 신현택씨는 ‘한’의 또 다른 측면을 강조한다. 원한감정이 그것이다. 주한미군에서 일본정치인들에 이르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분노이다. “원한은 우리 민족감정의 일부”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에겐 이것을 표현하는 재능이 있다.”
신씨는 한류가 잦아들 것을 우려한다. 그가 말하는 해결책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영화업계에 적극적으로 합작과 교차수분(受粉)을 요청하는 것이다. “우리는 홍콩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재키 찬(성룡)류의 액션영화들은 근사했다. 그러나 그런 영화들은 아시아 나머지 지역과 호흡을 같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인기는 끝났다.” 바꿔 말해 한국은 이 분야에서 독불장군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헝그리정신…서구에서는 ‘15년간 365일 쉼없는 연구’ 못해” 황우석 박사의 시도 ‘가히 혁명적’으로 소개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창설자 황우석 박사는 토요일 동트자마자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천장에서 강철케이블로 거꾸로 매달린 만삭의 암퇘지 옆에 서 있다. “준비됐어?” 그는 수술 팀에게 외친다. 황 박사는 돼지의 복부를 30cm 정도 베고 팔을 집어넣어 돼지의 자궁을 끌어낸다. 그 속에 복제된 검정색 새끼돼지가 떨고 있었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돼지들은 언젠가는 다른 종의 이식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장기를 돼지장기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황 박사는 지난 5월 당뇨 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로부터 11개의 인간줄기세포 라인을 복제했다고 발표해 주요 뉴스를 장식했다. 그로부터 10주 후 그는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를 공개, 또다시 머릿기사를 제공했다.
황 교수는 인간을 복제할 의도는 없고 그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한국을 위해 꾀하는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황 박사는 “선박과 반도체는 한국적 산업이 아니었다. 우리는 바깥세계에서 그것들을 도입했다”고 상기시킨다. “앞으로 전진하는 길은 한국인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36년 동안 일제의 점령을 당했고 한국전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결과 다른 나라들이 따라잡기 힘든 “헝그리 정신(hungry fighting spirit)”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진은 15년 동안 일년 365일을 쉬지 않고 연구해 왔다. 그만큼 집중력과 근면이 진정 필요했다. 서양문화로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런 시련을 견딜 수도 없다. “앞으로 수십 년 더 헌신하면 우리는 세계의 최선진국 중 하나로 발전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이것이 나의 꿈이다.”
“오마이뉴스는 돈을 벌러 만든 게 아니고 사회변화를 위해 만든 것”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도 새로운 한국 건설을 원하고 있다. 오씨가 2000년 창간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27명의 본사직원 외에 일반시민들이 제공하는 기사들을 올린다. 오씨는 이들을 시민기자 혹은 뉴스게릴라로 부른다. 전국 40,000명의 시민기자들이 하루 200 꼴로 기사를 쏟아낸다.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기사가 뜨면 네티즌들은 댓글을 올려 즉각적 피드백과 토론이 이루어진다. 오씨는 과거 독재시절 때부터 영향력을 지녀 온 한국의 보수적인 주류언론의 힘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는 80년대 중반 한국에서 독재를 몰아내려 했던 반정부 학생시위세대다.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88년부터 89년까지 형을 살았다. 그는 기득권층이 통제할 수 없는 인터넷의 매력을 깨달았다. 오마이뉴스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고 사회변화를 위해 창설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실제로 현재의 한국 집권세력은 학생운동세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독재에 반대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그러나 언론계, 정계, 대기업에는 옛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또 아시아금융위기로 많은 재벌들이 기업관행을 개혁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과정이 끝났다고는 볼 수 없다. 삼성그룹의 임원 2명이 최근 그룹의 통제권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아들에게 이전하기 위해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최태원 SK 회장은 2003년 주식 및 회계 부정으로 투옥됐었다.
한국의 집권세력은 학생운동세력…재벌·언론·정계 구시대 네트워크도 여전
세계 21개국 지도자들은 부산 아펙 폐막식 때 한국 전통의상 두루마기를 입고 해운대 근처의 한국식 정원에서 포즈를 취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지도자들을 정원에서 이끌어내 한국의 변화와 개방의 조짐들을 보게 해야 할 것이다. 부산 역에서 한손에는 캠핑용 가방, 다른 한손에는 두꺼운 GQ 잡지 1부를 들고 있는 젊은 병사라든가, 서울의 프레스코 레스토랑에서 모든 손님들에게 배포되는 전단광고라든가. 이 광고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우리는 신선한 샐러드와 파스타를 자랑합니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는 이탈리아음식시장에서 수많은 경쟁자들 중 하나가 되어 모든 고객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항상 야심적이고 경쟁심이 강하며 시대를 따라갈 뿐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려 노력하는 모습, 이것이 오늘의 한국이다.
(타임지 기사는 해외홍보원의 번역을 참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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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심한 중복 기사입니다.
중복이면 또 어떤가요..^^ 퍼오신분 무안하게시리..
전문 번역 기사는 처음인 듯...
황교수는 가난한 농촌에서 자라나서 겨우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조국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것 같습니다.다른 학자들이 황교수만큼 나라의 미래의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지를 못했습니다.공무원들보면 정말 한심해요 무슨 법 조항은 해마다 만들어 밥그릇수 늘리고 꼬투리잡아 국민위에 군림하고 돈 뜯을 궁리만 하고..
진짜 저런분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존경합니다. 황박사님...
RUNX3 발견하신 충북대 교수님도 대단한 분이시던데..정부의 지원금이 없어서 아버지 유산을 팔고 집팔아서 연구비 대고, 그나마 황우석 박사님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그 분은 몇번째 정부 지원금을 못 타서 친척들한테까지 돈 빌리면서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시더라구요. 그때 자기 스승인 일본인 교수랑
싱가폴에 스카웃 되었는데 스승님은 가셨는데 그분은 좋은 자리 마다하고 아니가셨죠. 그놈의 애국심 때문에.. 한다면 어떻게든 우리나라에서 발견해서 발전시키고 싶다고..그 분이 아버지 유산을 팔았다고 했을 때 그만 우시고 말았죠. 죄송스럽다며, 진짜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씁쓸합니다. 정부에서 이런 분들한테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부분 한국 연구실 정말 열악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기적을 일구어 내었는데..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정말 필요합니다. 요즘 세계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생명과학분야에 경쟁하고 있습니까? 이런분들이야말로 한국을 살릴 분이고 빛내분들이고 이끌어 나갈 분들이죠.
안타깝네요....ㅠㅠ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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