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이하 광주U대회) 육상 남자 10종 경기에 출전하는 토마스 판데르 플레센(25·벨기에)은 지난해 9월 고환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2009 노비사드 유럽주니어선수권에서 벨기에 선수로는 최초로 10종 경기 정상에 올랐고, 2011 오스트라바 유럽23세 이하 선수권과 2013 카잔 U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승승장구하던 유망주였다.
암 수술을 받은 플레센은 한동안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탈모 증세가 나타나는 등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재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광주U대회에서 수술 이후 9개월 만에 10종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호전됐다. 대회 2연패(連覇)에 도전하는 플레센은 벨기에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금메달을 따낸 U대회에 다시 출전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광주U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148개국 1만3000여명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만큼 다양한 이색 선수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여자 사격 대표 김고운(20· 남부대)은 3살 때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는 광주 상일중 3학년 재학 시절 우연히 본 소설에 등장한 '킬러'의 모습에 반해 사격 선수의 길을 걸었다. 마침 상일중에는 사격부가 있었다.
김고운은 청각장애를 자신만의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경기할 때 보청기를 일부러 뺀다고 한다. 주변의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표적에 집중할 수 있어 편하게 총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고운은 입문 1년도 안 돼 출전한 2010 한화회장배 대회 중등부에서 1위를 하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첫 국제대회인 광주U대회에서는 10m 공기소총에 출전한다.
기보배(27·광주광역시청)는 이미 성인 무대를 휩쓴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2013 터키 안탈리아 세계선수권에서도 단체·혼성부 2관왕에 올랐다. 실업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기보배는 광주여대 교육대학원 재학 중이라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는 17세 이상, 28세 이하 선수에게 대회 참가를 허용하고 있다. 또 대학생·대학원생 또는 대회 전년도에 학위를 받은 졸업생이라는 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실력보다는 외모로 유명세를 떨친 선수도 있다. 호주의 여자 허들 선수인 미셸 제네커(22)다. 그는 2012 IAAF(국제육상연맹)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경기 전 워밍업을 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제네커는 좌우로 허리를 흔드는가 하면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면서 자신의 건강한 몸매를 뽐냈다. 당시 조회 수 수십만건을 기록했던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현재 600만건에 육박한다. 2013년에는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수영복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남자 유도 100㎏ 이상급에 출전하는 김수완(27·남양주시청)은 광주U대회가 은퇴 무대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최근 경찰청이 실시한 무도(武道) 특별채용에 합격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경찰 제복을 입는다.
대(代)를 이어 U대회에 출전하는 남자 농구의 허웅(22·동부)도 눈길을 끈다. 허웅은 허재(50) 전 KCC 감독의 장남이다. 허 전 감독은 1987 자그레브 U대회에 출전했다. 여자 축구 대표팀에서는 김우리(21·수원FMC), 김두리(21·현대제철) '쌍둥이 자매'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