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고기.”
명절이다. 아버지 댁에 가서 인사도 드리고, 같이 식사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꼭 같이 점심을 먹었으면 해서 일주일 전부터 점심 드시지 말고 같이 식사하자고 신신당부를 드렸다.
출발하는 날 아침, 김민정 씨가 1층에서부터 반긴다. 빨리 출발하고 싶었나 보다.
“김민정 씨, 아버지께 지금 전화 드릴까요? 같이 지금 출발한다고, 같이 점심 먹자고?”
“네. 아빠.”
손으로 수화기 모양을 만든다. 얼른 전화해 아버지께 곧 출발한다고 말씀드렸다. 열심히 달려 밀양에 도착했다. 아버지께서 민정 씨를 보자마자 ‘밥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하신다. 딸은 아버지를 뵙자마자 준비한 용돈 봉투부터 내민다. 이게 모두 아파트 현관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서론은 건너뛰고, 본론부터다.
“이게 뭐고? 용돈이가?”
“히히히.”
아버지께서 봉투를 펼쳐 보시고는 “고맙다.” 하셨다.
빠른 용돈 전달이 끝나고, 곧바로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버지는 생선파, 딸은 고기파라서 둘 다 먹을 수 있는 한식 뷔페로 골랐다. 다행히 식사를 맛있게 하셨다.
시장을 같이 보려고 했는데, 명절 준비도 이미 다 하셨고 연휴 기간 동안 드실 것도 많다고 하셨다. 필요하신 것도 없다고 하셔서 오늘은 시장 대신 아버지 댁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김민정 씨가 세배를 드리더니, 가져간 지갑을 내민다. 아버지께서 웃으시더니 “뭐? 돈 달라꼬?” 하신다.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세배를 받았지만, 기분이 좋으신 듯했다.
“아버님, 설날은 이래저래 지나갔는데 추석에는 아버님 댁에서 민정 씨 자고 가도 되나요? 명절에는 부모님 댁에서 자고, 가족들이랑 시간도 보내고 하면 좋잖아요. 민정 씨가 와서 지내는 게 힘드시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버님께서 딸집에 오셔도 좋구요.”
“추석에는 하루 자고 가도 돼.”
“진짜요? 민정 씨 좋겠네요. 민정 씨도 고향 집에서 지내고 오고.”
“예, 예.”
추석에는 아버지 댁에서 하루 지낸다. 부녀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달에는 꼭 시장을 가기로 했다. 아버지가 신발을 사 주고 싶다고 하셨다.
“민정이 다음에 오면 이런 거(아버지 신발과 비슷한) 하나 사줄게. 이거 비싼 기라.”
“….”
“김민정 씨, 아버지께서 민정 씨 신발 사 주고 싶으신가 봐요.”
“예, 예. 아빠.”
“민정 씨 좋겠네요.”
“히히.”
“아버님, 다음 달에는 꼭 같이 시장에 가요. 민정 씨가 아버님 반찬 사 드리고 싶다고 그러셨어요. 그리고 다음에도 출발하기 전에 연락드릴 테니까 꼭 점심 같이 먹어요. 아버님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민정 씨랑 같이 식당 찾아둘게요.”
“그래.”
2025년 1월 24일 금요일, 구주영
아버님 말씀마다 감동입니다. 아버지 마음 온전히 느껴집니다. 신아름
설 연휴에 아버지 찾아뵙고 식사하고 세배했군요. 아버지께 용돈 드리고 아버지께 세뱃돈을 받았고요. 설 풍경답습니다. '밥 안 먹고 기다렸다.', '추석에는 하루 자고 가도 돼.', '다음에 오면 이런 거 하나 사 줄게.' 아버지 말씀마다 기쁘고 고맙기 한량없습니다. 딸을 반갑고 기쁘게 맞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사시니, 이렇게 지내시게 거드시니, 감사 감사합니다. 월평
첫댓글 이제 아버지께서 먼저 딸을 기다리시는 것 같아요. 전에는 딸의 기다림이 더 길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