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차 어느 자리 어느곳 어떤자리에서 해서는 안될 말 때문에 다시는 보기 싫은 사람이 되면 아예 만나지 말아야 한다 꼴깝떠는 꼴(내숭덩어리)을 자신이 모르는체... 너!나 잘 하세요 어느 회합이나 모임이든 간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지. 그 말을 인정하면서도 한 번 본, 모습에 쉽게 판단하는 우매함을 반복하지. 자신이 엄청난 혜안을 갖은 사람인 양, 그 사람의 본모습으로 규정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인정하니?
어떤 나무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하여, 그 밑에 가기를 꺼리고 심지어 베어버릴 생각까지도 하지. 한편 어떤 나무에게서는 달콤한 냄새가 난다 하여 그 밑에 가기를 즐기며, 그 나무가 다치지 않도록 울타리를 만들어 보호하기도 하지.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하지. 오늘 만난 그 사람을 첫인상이라는 틀에 넣고 겉모습이나 느낌, 향기만을 너무 믿고 쉽게 타인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 쉽게 판단하지 마. 당신이 생각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 그래도 가끔은 첫인상이 맞을 때도 있더라, 희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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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 책이 해주는 역할을, 그림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다.''
- E.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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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
언제런가 자동차가 함부로 부러지도록 안아버려
고향에서 걸음걸이 배우다가 너를 만났던 날이,
개울 돌멩이고 싶었고 너는 개울 너머 구름이었는지
뫼비우스 돌고 돌아 마타리꽃 활짝 피었던 날이,
슬픔은 제일 좋은 음료라서 강을 넘고 바다 건너
어스름 눈빛으로 피로 풀고 시름 즐거워했던 날이,
최루탄 까맣게 하얗게 날리어도 오아시스에서
뼈와 뼈가 부딪혀 금金으로 필 것 같았던 꽃,
산 그림자의 자세를 배워 가을을 따라 문득
네 돌아가니 금세 떨어졌던 것 정녕코 언제였던가.
함박눈
그녀를 보내고 돌아오는 밤길
잊으라는지 비웃는 것인지
길을 막고 쏟아지는 눈이다
다시 시작하라는 것인지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인지
산길 하얗게 내리는 눈이고
한여름 펄럭이던 옷자락 접고
한 점으로 돌아간 나무들처럼
마침표를 찍고 돌아가라고,
끝내 첫 페이지를 펴는 눈이다
식어버린 눈빛과 웃음 던지는
그녀의 이름을 접고 또 접어도
36.5도로 묶어 놓는 눈
잎새 떨어진 가지처럼
식은 추억만 남은
그녀와의 마른 이야기
가지마다 걸어 놓는 함박눈,
이미 비석처럼 누운 가슴에
수의壽衣처럼 내리는 첫눈이다.
행복
말하지마 마타리꽃
너는 교외별전,
단 한 벌의 옷도
홑이파리로 입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서정주의 동천冬天,
초승달처럼
숨어드는 줄기로
하늘 높이 내건
네 시어詩語,
오늘도
얼음처럼 서걱 인다.
회상回想
먼지 쌓인 일기장을 열고
올해도 끝끝내 돌아와
창문 두드리는 봄비가
너를 유리창에 그렸다가
지우고 또 그려 놓는다
징검다리 수수밭 건너
걸었던 논두렁 밭두렁
네 웃음처럼 다시 피는
진달래 철쭉 산수유
길이 끝나는 곳에 암자庵子,
가슴에 피어난 얼굴을
잘도 그리는 비
우울을 창문에 대면
마지막 네 손길의
눈물처럼 달겨드는 빗물,
산다는 것에
그리움이 영글더니
한숨만 굵어지더니
네 가고 없는 가지로
찬비가 오고 말았더냐!
구절초
뜨락을 댕겨가는 햇빛
울타리는 바람에 흔들린다
개울을 건너는 산그림자
풀잎마다 내린 서리
네 편지 담근 항아리에
푸른 소금기 서렸다
그 소금 입에 물지 못하고
씁쓸하게 써버린 시
사람, 그리운 사람아
쓸쓸한 시詩같은 사람아
언제나 가을이면
구절초처럼 피는 사람아
올해도 메밀꽃은
십리 산길 피었다
네 돌아간 산비알
하얗게 피었다.
마타리꽃
네 이름은 마타리 꽃이지만
부처님 손가락처럼 가는 줄기와 잎새,
겨드랑이는 넓어 그리로 푸른 하늘
맘대로 드나드는 산바람이다
하고 싶은 말 꼭 깨문 입술처럼
오종종하게 머리 맞대고 핀 너는,
김 소월이 끝내 적지 못한
한 하운이 숨겨둔 손수건인지 모르고,
두보가 적으려는 마지막 싯귀
보들레르의 행복이었는지 모른다.
이제 십년 이십년 삽 십년 지나
바다로 갔던 물이 다시금 잎새에 맺혀,
첫사랑이 네 주머니에 했던 말
가르쳐 줄 만도한데,
이슬만 툭툭 털며
오늘도 생글거리기만 하는 마타리꽃.
첫눈이 오면,
저절로 펴져 해마다 읽는다
부쳐진 정열이 반송 되어
피지 못하고 말라버린 편지의
행과 행 사이로 날린 눈발
공연히 눕더니 곧 녹는다
데우면 드러나는 글씨처럼
첫눈 내리면 죽은 가지 꽃피듯이
걸어오는 네 이름
다시 돌아온다고 하고선
이렇게 이름만 오는 날,
어둡도록 걷는 산길
어두워도 걷는 산길이다
산다는 것에 발목 시리도록
살아야 하는 손목이 시리도록
펑펑 내리는 눈,
소금처럼 눌러 붙은
네 이름 위로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부질없는 네 이름을
다시 부르게 하는 첫눈이다.
첫눈이 되자
십년 이십년 삼십년
오지 않는 사람아,
떠나갔던 그대로
눈은 매년 돌아와
내 가슴에 쌓이는데
달겨드는데,
낡은 울타리도
해마다 한번은
가지마다 꽃피우는
첫눈인데,
오라 너와 나
첫눈이 되자
이젠 눈꽃이 되자.
편지
가더니 나를 산속에 접어두고
머리에 도는 구름 따라 가더니,
못잊을 사람아 바람만 도는
묵정밭에 산 채로 날 묻고,
칠성판으로 감겨드는 가을날
산굽이 돌아가더니 끝내 가더니,
성황당 언덕배기 양지바른 언덕
목화밭이 네 편지처럼 피었다
읽고 또 읽어 보니
목화처럼 피는 네 이름,
바람 구름 개울도
따라서 읽는 네 편지이다.
허기진 편지便紙
지금은 칠월 너도 칠월에 있겠구나
가끔 강물의 구름이 네 얼굴 비쳤다가
아닌 척 또 가고 있다
소식은 이미 끊어진지 오래지만
네 이름처럼 고운 꽃들이
바람불적마다 즐거움 잃지 않고 흔들리어,
도지는 염병에 편지 쓰려니
강둑의 꽃들이 편지를 먼저 채워버렸다
받아 보아라, 강둑에 쓰여 진 내 편지를.
소나기
소나기 우르르 달려간 뒤 개울가에 나가면
소녀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겠다
한 발짝 다가서면 수수 밭으로 비켜서거나
두 발짝 지나면 담배 밭으로 숨어 있겠다
황톳물이 발목 차올라 소녀를 엎고
개울 건너기 좋게 햇빛은 등짝에 쏟아지고,
바람이 소녀의 치마를 살짝살짝 들추면
구름 사이 푸른 하늘은 실눈 뜨겠다
내 마음속에는 겨울에도 우르르 달려가는
소나기 뚝 그친 꿈결 한가운데로,
소녀는 첫 눈발처럼 개울가로 나오겠다
눈매에 나풀거리는 푸른 잎 감추면서,
누군가 들을지 모르는 여름 발자국 소리
안으로 여미며 살금살금 걸어 나오겠다.
금란金蘭
홀로 가련다 햇빛이 당기고
달빛이 미는 길
가려면 외로워야 하는 길
쓸쓸해지련다
이슬 맺히어
바람 멎은 풀섶에 발등 적시면
더 외로워지는
아침 길을 가리라
홀로 서니 나이테 여물고
여름에도 찬바람 불어
이내빛
성긴 가지 드리운 낙낙장송,
그 외로워서
푸른가지 나도 떨구리라
죽어서도
서럽잖을 금란金蘭
산으로 가리어져 더 곧은 잎새에
음각으로 새겨지는
낮과 밤의 발자국,
돌아 서서 홀로 삼키리라.
빗물
비가 내리고 바람 부니
궁금해지는 너
그리움이 나뭇가지에
빗물처럼 맺혔다 떨어진다
산 나뭇가지건 죽은 나뭇가지건
맺혔다가
바닥에 버려지는
빗물,
빗물이 머물렀던 가지에는
속잎이 피지만
그리움이 머물렀던 가지에는
식은 물방울만 떨어진다
잘 있는지 궁금한 것도
천형天刑이리라
찻잔은 이미 식어
있다....강태승.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