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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죽음은 오락거리이자 구경거리에 불과 했다. 아무도 토끼의 목숨에 관해 애달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미로 즐긴 것이다. 동물의 생명은 인간에게 하찮은 것인가? 잠시 정신이 들고 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풀을 뜯어 주고, 물을 주고, 배추를 던져 주고,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고, 토끼장 청소를 해주고, 그렇게 길러 정이 든, 내 토끼가 저렇게 된다면 내 마음은 어떨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까 본 광경이 눈앞에 선했다. 뒤통수 탁, 배 쓱, 다리 싹둑, 내장 쏙, 신문지에 돌돌돌, 이렇게 말리면 끝이다. 몇 분이나 걸렸을까. 그냥 전광석화라는 표현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건 볼 수 없는 구경거리였다. 어른들도 한치의 미동이 없었다. 얼마나 집중했던지 배고픈 걸 느끼지 못했다. 긴장이 풀리자 슬슬 배가 고파왔다. 그래도 가자고 조르는 녀석은 없었다. 복습하는 셈 치고 몇 마리 더 잡는 것을 보고 싶었다. 빤한 순서였다. 태정태세문단세는 외우지 못해도 이것만큼은 그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토끼 잡는 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탁, 치고 칼질하면 되는 그런 수월한 일이 너무 쉬워 보였다.
들은 이야기로는, 돈을 받고 토끼를 잡아 주고, 껍데기는 토끼잡이가 가져가고 내장은 모아 두었다가 돼지나 개한테 준다고 했다. 그들은 부부 조였다. 남편은 전적으로 토끼만 잡고, 부인은 조수 겸 경리로, 뒷수발을 맡아 가죽 정리를 한다고 했다. 우린 떠날 수가 없었다. 토끼잡이의 능수능란한 칼 솜씨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어 꼼짝달싹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귀신에 홀리는 모양이다. 그러던 중, 보느라고 보다가 옆에 있던 토끼 천사 곰보를 보게 됐다. 표정이 정상이 아니었다. 정말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였다. 나보다도 더 빠져있었고, 흥미진진함이 그의 이마에 쓰여 있었다. 나야 토끼가 그냥 토끼지만, 곰보는 토끼 사랑에, 오직 토끼에게 헌신하고 봉사하는 녀석이었다. 그런 곰보가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곰보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의 얼굴은 이미 토끼를 배반하고 있었다. 재미란 특정인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토끼를 사랑한다면 우리와 아주 달랐어야 했다. ‘곰보가 토끼 직이는 것을 즐기고 있구나!’ 그 생각이 스쳐 갔다. 우린 즐겨도 곰보는 슬픈 척은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