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쓰이는 '사'자에는 한자로
모일 사(社) 스승 사(師) 선비 사(士)
일 사(事) 하여금 사(使) 등 제법 많이 있어요
스승 사(師)는 존경이 필요한 직업,
선비 사(士)는 선비와 같은 직업,
일 사(事)는 중요한 일을 하는 직업에 쓴다고 흔히 알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스승 사(師)는 교사(敎師), 목사(牧師), 의사(醫師), 약사(藥師), 선사(禪師),
요리사(料理師), 간호사(看護師), 기사(技師), 마술사(魔術師), 미용사(美容師),
곡예사(曲藝師), 강사(講師)와 같이 기술을 전수해 주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한자로 스승은 모든 분야에서 가르쳐 주는 사람을 의미하지요.
또 일 사(事)는
‘일 사’이기에 큰 일이나 법적인 일과 관련된 사람이라고
흔히 풀이해서 판사(判事), 검사(檢事), 감사(監事), 도지시(道知事) 등을 보면
맞는 해석 같아 보이지요.
그러나 일 사(事)는 일보다는 종사한다는 뜻에 가까운 것으로,
원래 나라에서 하사하는 벼슬자리 를 뜻하는 말로
나라의 녹을 받아 일을 하는 직책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모든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 중에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직종을 나타내고 있어요
나중에 집사(執事), 간사(幹事), 주사(主事) 등 개인적인 영역까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지요
그리고 선비 사(士)는
‘선비 사’이기에 보통 선비처럼 우아하게 공부하는
직업을 말한다고 풀이하지만,그렇지 만은 않아요.
그냥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전사(戰士), 검사(劍士) 등의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놈 자(者)와 거의 같은 뜻이지요.
요즘 선비 사(士)자는 주로 전문직에 많이 쓰이고 있어요.
그런데 변호사(辯護士)와 변리사(辨理士)의 변 자는 비슷하지만 다르지요.
변호사의 변은 말 잘할 변(辯)이고,
변리사의 변은 분별할 변(辨) 으로
둘 다 직업을 잘 나타내는 단어이지요
두 글자 모두 辡(따질 변)이 성부로 발음을 나타내지만
말씀 언(言)과 칼 도(刂 = 刀)가 뜻을 나타내고 있어요.
또 강사(講師)와 강사(講士)도 차이가 있는데,
강사(講師)는 주로 대학에서
쓰는 용어로 학교에서 강의를 맡은 교사를 말하고,
강사(講士)는
학원이나 강연회에서 강의하는 사람을 말하지요.
그런데 조심해야 할 글자로는
대사(大使)와 장의사(葬儀社)가 있어요.
대사의 사(使)는
다른 나라와 교류하는 교류하는 사신(使臣)을 의미하고,
장의사의 사(社)는
제사를 지낸다는 뜻으로 죽음을 관장하는
직업에 맞는 글자이지요.
보일 시(示)의 뜻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示)가 들어가면 거의 모두 귀신과 관련된 글자이지요.
이외에도
직업에는 집 가(家)자가 많이 쓰이는데,
작가(作家), 화가(畵家), 연출가(演出家), 예술가(藝術家) 등이 있어요
집 가(家)는
개인적인 독특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일가(一家)’를 이루는 직업을 말하지요.
그런데 재작년에 타계한 조순 전 부총리는
서울대 교수 시절 엄한 스승으로 스승 사(師)의 대명사 였어요.
학생들이 시국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하면
가차 없이 학점을 깎았지요.
1970년 제자로 입학한 아들에겐 더 엄격했어요.
한번은 아들이 낸 기말고사 답안지가 사라지자
“네가 얼마나 공부를 안 했으면 시험지가 도망을 다 갔겠느냐”며
F(낙제)를 줬지요
수업 거부와 휴강이 성행하던 1970년대,
조순은
혼신의 힘을 다한 강의와 엄정한 학생 평가로 강단을 지켰어요.
그런 스승을
제자들은 어려워하면서도 존경했지요.
이번 주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인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도 철저한 강의 준비로 유명했어요.
버클리 교수 시절엔 영감을 불어넣는 강의에 매료된 학생들이
같은 과목을 두세 번씩 수강 신청했지요.
오펜하이머는
다른 교수들이 불성실하게 강의하는 것을 참지 못했어요
강의가 마음에 안 들면 수업 중인 교수를
강의실 밖으로 내쫓은 적도 있었지요.
강의에 대한 이런 열정은 교수직을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신의 소명으로 보는 서구 대학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됐어요.
‘교수’라는 뜻의
영어 ‘프로페서(professor)’는
라틴어 pro(앞으로)와 fateri(공표하다)에서 왔지요.
‘다중 앞에서 공적인 주제로 말하는 사람’이란 뜻이지요.
대학의 시초로 꼽히는 11세기 볼로냐 대학에서
처음 개설한 것은 신학이었어요.
교수는
신의 진리를 많은 이에게 전하는 신성한 직업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중세 이후 교수는
출신에 관계없이 귀족 대우를 받았어요
오늘날 독일 등 중부 유럽에서
교수들이 누리는 사회적 존경에는 이런 깊은 뿌리가 있지요
우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에
‘사’를 붙여쓰고 있어요.
공적인 일을 하는
판·검사에겐 ‘일 사(事)’를 쓰고,
변호사·변리사·조종사는 전문 지식을 존중하는 의미로
‘선비 사(士)’를 쓰고 있지요.
그런 전문가 중에
특히 사회에 희생하고 봉사하는 직종엔
‘남을 가르친다’는 뜻의 ‘스승 사(師)’를 붙이고 있어요.
아픈 이들을 돌보는 도덕적 사명을 수행하는 의사에게
‘스승 사(師)’를 쓰는 이유이지요.
전공의 파업 와중에
미래의 의사를 키워낼 책임을 진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하겠다고 했어요.
“사직서 제출은 진료도 강의도 안 하겠다는 의미”라고도 했지요.
의사 교수가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학생이 수업을 거부하면
교수는 말리는 것이 상례인데 이는 다른 풍경이지요.
‘의사 교수’는 최고 존칭을 다 모아 놓은 것인데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고 할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제자 위한다고
환자 생명 팽개치는 일을 하겠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지요
이런 인간들이 가르친 제자들이니 오죽하겠어요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
환자곁을 떠난 전공의들~
그래서 우리나라 의료계는
그나물에 그밥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