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업을 짓지 말자 / 선일스님
너나없이 시끄러운 일을 만드는 것은 입으로 짓는 업으로 생기는 것입니다.
가정생활이나, 정치, 친구관계, 부부관계, 절에서의 신도와 산도들 간의 불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심할 때는 서로 간에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절에서의 수행 중에서 묵언수행을 으뜸으로 여깁니다.
역대의 큰스님들이 이 묵언수행을 하시고 도를 얻으시는 과정을 닦아 나가시었습니다.
하물며 신도님들이 복 지으려고 절에 와 정진하시고, 봉사하면서 구업을 짓는 다는 것은 모래로 탑을 쌓는 격이며,
그나마 적은 복마져도 다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육화경은 부처님의 법을 깨닫기 위해 함께 수행하는 대중들이 화합하여 함께 지내는 여섯 가지 규법을 말합니다.
그중에 두 번째가 구화무쟁(口和無諍) 즉 구업을 화합하여 다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여섯가지를 전부 열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몸으로 화합하여 함께 머무는 신화동주(身和同住).
② 구업을 화합하여 다툼이 없도록 하는 구화무쟁(口和無諍).
③ 뜻을 화합하여 서로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의화무위(意和無違).
④ 이념과 사상으로 화합하여 견해를 함께 하는 견화동해(見和同解).
⑤ 계로 화합하여 실천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 계화동준(戒和同遵).
⑥ 경제적인 이익으로 화합하여 균등히 배분하는 이화동균(利 和同均).
하지만 이 여섯 가지도 다 입으로 전달하기에 진정 구업 다스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범어인 무사바다(mrsava da)는 ‘진실한 언어’를 가리키며, 그릇된 말(邪語)의 반대인 정어(正語)를 뜻합니다.
그릇된 말이란 거짓말(妄語) · 추악한 말(麤語) · 이간하는 말(兩舌) · 아첨하는 말(綺語)의 넷을 가리키며,
이 가운데 특히 삼가야 할 것은 거짓말인 망어입니다.
망어를 저지르는 동기는 역시 탐․진․ 치 삼독(三毒)과 무명에서 찾아야 합니다.
요컨대 망어는 우리의 청정한 본원심을 가리고 물들이는 죄업이요
보살심에 근원적으로 위배되는 말인 것입니다.
『대지도론』 권十三에는 망어로 인해 얻게 되는 열 가지 허물을 들고 있습니다.
① 입에서 나쁜 냄새가 나며
② 선신이 멀리 떠나고 신이 편리함을 얻으며
③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남이 믿어 주지 않으며
④ 지혜 있는 이가 의논하는 곳에 결코 참여할 수 없으며
⑤ 항상 비방을 당하고 추악한 소리를 들으며
⑥ 사람들이 공경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지만 따르는 이가 없으며
⑦ 항상 근심 걱정이 많으며
⑧ 비방하는 업의 인연을 심으며
⑨ 목숨을 마치매 지옥에 떨어지며
⑩ 지옥에서 나와 사람이 되더라도 항상 비방을 입는다.
『범망경』에서 망어계에 무거운 비중을 둔 까닭은, 망어가 바로 도의 장애가 되기 때문인 것입니다.
흔히 망어라고 하면 그 속에 네 가지 종류의 말이 포함됩니다.
첫째는 망언(妄言)입니다.
실제로 있는 것을 없다고 하고 실제로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부터,
바른 법을 그른 법이라 하고 그른 법을 바른 법이라고 설법하는 등 마음을 어겨서 하는 말은 다 망언인 것입니다.
둘째는 비단결처럼 발라 붙이는 말인 기어(綺語)입니다.
화사하고 아첨하는 말로써 뜻도 없고 이익도 없는 말 내지 무용한 정치적 논란이나 모략,
또는 음식을 두고 하는 잡담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셋째는 두 가지 말로 이간하는 말인 양설(兩舌)입니다.
이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저 사람에게는 저렇게 말해서 둘 사이를 이간시켜 서로 다투어 생기게 하는 말입니다.
넷째는 악담인 악구(惡口)입니다.
추악한 말로써 남을 욕하고 분노케 하며, 저주하는 말로써 상대로 하여금
견디기 어렵게 하는 등의 폭언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리고 방편 망어는 망어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짓된 갖가지 교묘한 언어와 술책을 써서
상대로 하여금 그 망어를 믿고 따르게 하는 것입니다.
혹 사람을 보내서 그렇게 말하도록 하거나, 혹은 글을 써 보내어 그것을 보고 속게 하거나,
혹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거짓된 것을 보고 믿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건을 조작해 보이는 등을 말하는 바,
이것은 다 중죄에 해당합니다.
혹은 다른 이를 찬탄하는 말을 하면서 은밀하게 자신을 훌륭한 사람으로 유도하는 것도
또한 중죄를 범한 것이라고 합니다.
항상 말을 조심하고 남을 생각하는 자세로 살아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