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7 (일) 노무현 외손자 끌어안은 이재명… "씩씩하게 살아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월 26일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손자를 끌어안고 "튼튼하게, 씩씩하게 (살아달라)"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고양 일산문화공원 유세 현장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이자 선대위 대변인인 곽상언 변호사의 손을 잡고 무대에 깜짝 등장한 곽모군을 보고 "예상 못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서 누군가 했다. 한 말씀 하겠나"고 마이크를 넘겼다.
곽군은 이에 관중을 향해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했고 이재명 후보는 "박수 한 번 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이재명 후보는 곽군에게 외할머니인 권양숙 여사의 안부를 물었고, "곽군, 화이팅"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곽군은 악수 후엔 이재명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 끌어안으면서 응원했다. 곽상언 변호사는 이날 "오늘 집에 애를 볼 사람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데려왔다"고 웃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고양시 유세에서도 '선제타격'과 '사드배치' 등을 언급한 윤 후보에 대한 맹공을 이어갔다.
이재명 후보는 "평범 이하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대통령이 나와서, 전쟁을 좋아하는 주술사가 전쟁을 하면 네 인생 편다고 해서 넘어가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여러분은 걱정하지 마시고 대통령만 잘 뽑아달라. 유능한 안보 대통령이 누군가"라고 말했다. 또 "여러분이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떤 일을 당할 수 있다. 전쟁은 정치하는 어른들이 결정하지만 전장에서 죽어가는 것은 그 결정에 참여하지도 못한 우리 젊은이들이다. 이런 위험성이 만분의 일, 천만분의 일이라도 생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양시 유세 현장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답게 수백명의 인파가 운집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그 와중에 유세 현장에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에 이재명 후보 발언 시간에 노래를 크게 틀어놓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연설 도중 "허경영 후보 연설원 여러분, 원래 유세장에서는 서로 양보해주고 그러는 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 아닌가. 존경하는 허경영 후보는 서로 협조하고 공존하자. 부탁한다"고 잠시 스피커 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선대위 대변인인 곽상언 변호사는 이날 무대에서 "처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생긴 곳이 고양시라고 한다. 특별히 감사하다"며 "국민이 윤 후보를 키우면 윤 후보는 국민을 버리고 배신할 것이다. 이재명의 이야기와 사랑, 약속을 받아달라. 3월9일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박용진 의원도 "보수정부 10년간 연평도 포격 사건, 천안함 도발, 발목지뢰 도발 때 그들은 뭐했나. 벌벌 떨었다. 보수주의의 가장 큰 잘못이 뭔지 아나. 입으로만 센 척을 한다는 것"이라며 "센 척하는 윤석열 후보는 안방 구석으로 가고 진정한 강력한 안보, 민주당의 기호 1번 이재명을 청와대로 가게 해달라"고 외쳤다.
11일 남겨놓은 대선 초접전… 尹 36.5% vs 李 34.9%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TV조선·칸타코리아가 2월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36.5%, 이재명 후보는 34.9%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6% 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8.5%,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1%로 집계됐다.
같은 곳에서 12~13일 진행한 조사와 비교해 윤석열 후보는 지지율이 2.3% 포인트 하락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1.7% 포인트 상승하며 격차가 줄었다. 수도권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에 비해 열세를 보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지지율을 뒤집었다.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는 36.0%, 윤석열 후보는 34.6%를 기록했고 인천·경기에서 이재명 후보는 36.9%, 윤석열 후보는 32.9%였다.
특히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선 응답자의 37.5%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49.4%로 나왔다. 이밖에 이번 대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묻는 항목에서는 '야당으로 정권 교체'가 49.4%, '여당의 정권 재창출'이 37.9%로 차이가 11.5% 포인트였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책임 공방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45.0%,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27.2%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17년전 기생충알 김치에서… 또 터진 썩은 배추 김치
김장철이면 새벽 3시까지도 공장에서 김치를 직접 담근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김치 공정'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만났을 때에는 "김치 종주국 지위를 잃으면 역사를 빼앗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 바쁘고 힘들어 김치를 담가 먹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김치를 아예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돌직구도 날렸는데요.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는 것이 당연했던 1986년 시절 '사 먹는 김치'를 내세워 창업에 성공한 김순자 대표다웠습니다.
2005년 11월, 이른바 '기생충 알 김치' 파문이 터졌습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기생충 알 김치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한성식품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때 한성식품은 청와대에 김치를 납품할 정도로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 알 파문 이후 소비자들의 서슬 푸른 항의가 이어졌고요. 3000여 곳의 거래처는 한순간에 등을 돌렸습니다. 김순자 대표는 다소 억울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해당 기생충 알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적인 정부 발표로 회사가 휘청거리자 김 대표는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김치에 진심이고, 카리스마가 넘쳤으니까요.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현재 일명 '썩은 김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김치 재료로 쓰이는 무와 배추 위생 상태 불량에서 비롯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곳은 다름 아닌 한성식품의 자회사 '효원'. 효원의 내부 직원이 찍은 김치 공장 영상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촬영을 한 것인데, 김치 재료에 쓰는 배추와 무가 얼마나 불량했으면 작업자들조차 "나는 안 먹는다" "쉰내 난다" "아휴 더러워" 등의 말을 했고요, 해당 장면은 지난 2월 22일 고스란히 방송을 탔습니다.
한성식품은 영상 공개 바로 다음 날로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순자 대표 명의로 낸 사과문을 통해서입니다. 연락히 간신히 닿은 김 대표는 "지금으로서는 어떤 할 말도 없다"고 했습니다. 소비자들과 각종 김장 레시피 등을 공유하며 소통하던 SNS는 일제히 문을 닫았습니다. 김치 판매 창구로 활용된 홈페이지는 며칠 째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한성식품은 자회사 효원이 운영하는 '진천' 공장의 문제이며, 한성식품의 김치를 제조하는 부천, 서산, 정선 공장은 어떤 문제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썩거나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재료 손질 과정에서 전량 폐기해 완제품 김치에는 쓰지 않았다"거나 "공개된 영상은 일부일 뿐 왜곡됐다" 등의 해명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거 아세요? 2005년 기생충 알 김치 파문이 일었던 공장과 현재 썩은 김치 의혹이 제기된 공장은 진천에 위치한 같은 공장입니다. 한성식품에서 수출용 김치를 제조하기 위해 효원이란 자회사를 세워 진천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는 점이 다를 뿐, 불미스러운 일이 또 발생한 것입니다. 우연일 수 있습니다만 2005년과 2022년에 한성식품이 내놓은 해명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한성식품 김치를 납품받아 판매한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의 해명도 17년 전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그저 우리가 판매한 김치는 한성식품의 진천 공장에서 만든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성식품으로 싸그리 묶여 불량 김치를 판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 항의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인데, 정녕 진천 공장의 문제라고만 말하면 다 끝나는 것일까요.
김순자 대표는 2007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 2012년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식품명장 1호로 선정됐습니다. 2005년 기생충 알 김치 파동으로 인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입니다. 2019년부터는 한국식품안전협회장까지 지냈습니다. 이 같은 명성을 바탕으로 김순자 대표가 '김치명인이 만든 김치' '우리 국산 재료로 만든 김치' '내 아이, 내 손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라고 강조해 사세를 더 키운 것은 물론입니다. 더 큰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17년 전 기생충 알 파문이 정부 발표에서 시작됐던 것과 달리 이번 썩은 김치 파문은 내부 직원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럼에도 진천 공장의 제조 김치는 대부분 수출용이라는 해명은(내수용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라는 의도에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알몸 김치 파문 등이 터졌을 때마다 중국 당국에서 들었던 말과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립니다.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을 때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더더욱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 THANK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