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김홍종 교수님의 제9회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공개강좌 (2002년 2월 27일)의 원고입니다. 웹으로 옮기면서 약간의 편집을 거쳤음을 밝힙니다.
피버노바(Fever Nova), 2002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축구 좋아하시죠? 올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월드컵 축구 대회가 열리는 해이지요. 월드컵 대회가 몇 년마다 열립니까? 4년? 그렇습니다. (국제 수학자 대회도 같은 해에 열리지요.) 2002년 월드컵 공식 축구공 공급업체인 아디다스는 2001년 11월 30일 새로이 제작된 공식 축구공의 이름을 피버노바(FeverNova)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이 이름은 열정을 상징하는 영어 ‘피버(Fever)’와 짧은 기간 환하게 빛나는 별을 뜻하는 스페인어 ‘노바(Nova)’가 결합된 것이랍니다. 축구공의 국제 규격은 둘레 69±1 cm, 무게 430±20 g 입니다. 피버노바의 원형은 1970년 멕시코 대회 때 사용된 텔스타(Telstar)라는 이름의 축구공입니다. 텔스타는 열 두개의 오각형과 스무 개의 육각형 가죽을 기워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못 만들어 비가 스며들기도 하였지만, 그 후부터는 한 가닥의 실로 서른 두 개의 가죽을 기웠습니다. 요즈음은 천연가죽 대신 인조가죽을 사용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1452-1519 |
텔스타, 1970 |
텔스타 모양의 다면체는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설명한 다면체에 나타납니다. 아르키메데스는 "꼭지점의 모습이 일정한 다면체"를 연구하였고, 그 중 하나가 정이십면체의 꼭지점 주위를 깎아만든 "깎은 정이십면체"입니다. 정이십면체는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 다섯 개가 모여 있는데, 이 꼭지점을 깎으면 오각형이 되고, 처음의 삼각형 면은 육각형으로 바뀝니다. 깎은 정이십면체는 이러한 다면체를 건축 설계에 이용한 미국의 건축가 풀러(Buckminster Fuller, 1895- 1983)의 이름을 따서 "버키 공"이라도 부르지요.
정십이면체의 모형
아르키메데스 다면체
1980년대에 미국의 컬(R. Curl)과 스몰리(R. Smally), 영국의 크로터(H. Kroto) 등의 화학자가 헬륨 기체 통에서 흑연을 고온으로 가열하여 탄소 동소체 C60 을 얻었는데 이 공로로 1996년에 노벨 화학상을 탔지요. 탄소 60개로 이루어진 이 동소체가 바로 버키 공처럼 생겼습니다.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과정에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의 기능이 가장 중요합니다. 뉴런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수상돌기의 끝에는 클라쓰린(Clathrin)이라는 분자가 있는데 이것이 생긴 모양도 버키 공과 똑 같습니다. 사람의 몸 속에 축구공 모양이 있어서 다들 축구를 좋아하나 봅니다. 바이러스들 중에도 다면체 모양을 한 것이 많지요.
축구공의 전개도
입체 그림 - 눈을 모아 두 그림을 하나로 겹쳐 보이게 하면 축구공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
육각형과 오각형 축구공에 정육각형과 정오각형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육각형은 벌집에서도 볼 수 있고 거북이의 등에도 나타납니다. 이러한 모양으로 가죽을 자르면 버리는 부분이 가장 작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칠각형이나 정팔각형 등은 정육각형보다 둥글기는 하지만, 이들로 평면에 남는 부분이 없이 채울 수는 없습니다. 정육각형은 평면을 채우기에는 적합하지만 정육각형만으로 공 모양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정육각형을 한 꼭지점에 세 개 모으면 360° 가 되어 곡면이 생기지 않고 평면이 되기 때문이죠. (이로부터 정육각형의 한 꼭지각의 크기가 120° 인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러므로 정육각형에 가까운 정오각형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마치 일년이 열두 달이듯이, 육각형과 오각형을 이용하여 공 모양을 만들려면 반드시 열 두 개의 오각형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산티아고 제1회 월드컵대회는 1930년 우르과이에서 열렸습니다. 13개국이 참가하였는데 우르과이와 아르헨티나가 결승전에서 서로 자기나라 공을 사용하자고 하여 결국 전반전과 후반전에 사용한 공이 달랐습니다. 공식적인 공은 1960년대에 처음 사용되었는데 산티아고라고 불렀죠. 산티아고는 볼록 팔각형과 오목 팔각형 모양의 가죽을 기워서 만들었는데, 동그란 공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하학적으로 말하면, 팔각형만으로는 공 모양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각형으로 공 모양을 만들려면 삼각형이나 사각형, 또는 오각형을 반드시 사용하여야 하지요. 산티아고에 가장 가까운 다면체는 정육각형 여덟 개와 정사각형 여섯 개로 만든 14면체입니다. 이 다면체 역시 아르키메데스의 목록에 나오는 것으로 정팔면체의 꼭지점을 깎아서 만들 수 있으므로 그 이름은 "깎은 정팔면체"입니다. 아르키메데스 다면체 중에서 공간을 빈틈없이 가득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다면체입니다. 이러한 제품은 많이 만들어도 쌓아두거나 운반하기 쉬운 모양이지요. 안압지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주사위도 이러한 모양입니다. 우리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50,60년대의 축구공 |
FIFA 최초의 공인구, 산티아고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깎은 정팔면체 |
안압지 주사위, 신라시대 |
둥글기 재기 자, 이제 다면체가 둥근 정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생각하여 보기로 합니다. 축구공의 한 꼭지점에는 오각형 하나와 육각형 둘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을 평면에 펼치면 온각인 360° 에서 12° 가 부족한 각이 나옵니다. 그 이유는 정오각형의 한 꼭지각은 108° 이고 정육각형의 한 꼭지각은 120° 이기 때문이지요.
360° - (108° + 120° + 120° ) = 12°
이 각도를 외각이라 부릅시다. 그러므로 다면체에서는 꼭지점의 외각을 살펴보고 둥근 정도를 말할 수 있습니다. 외각이 작으면 작을수록 둥글다고 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정육면체는 한 꼭지점에서 외각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요? 정육면체는 한 꼭지점에 정사각형이 세 개 모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펼친 도형에서는 한 꼭지점에 90° 가 세 개 모여 있고, 따라서 외각은 360° - (90° + 90° + 90° ) = 90°
입니다. 이 값은 축구공의 한 외각인 12 보다 훨씬 큰 값이니, 정육면체가 축구공보다 둥글지 않다는 것을 잘 측정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가 조금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정육면체에는 꼭지점이 여덟 개 있고 따라서 외각을 모두 더하면
8 × 90° = 720°
입니다. 데카르트가 발견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모든 볼록 다면체에서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평면에서 다각형의 외각을 모두 더하면 360° 인 것처럼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정사면체는 모든 면이 정삼각형이고, 각 꼭지점에는 세 면이 모여 있으므로, 한 꼭지점의 외각은 360° - (60° + 60° + 60° ) = 180° 입니다. 따라서 총 외각은 역시
4 × 180° = 720°
입니다. 데카르트의 정리를 축구공에 적용하여 성립하는지 따져 보아도 되지만, 거꾸로 데카르트의 정리를 이용하여 축구공에 꼭지점이 몇 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축구공에서 꼭지점의 외각은 12° 이고, 이것을 꼭지점의 개수만큼 모으면 720° 가 되어야 하므로, 축구공의 꼭지점의 개수는 60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외비와 체면비 다면체의 둥근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외각을 측정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다면체에 내접하는 공과 외접하는 공에서 지름의 비율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비율을 "내외비"라고 부른다면 내외비가 1 에 가까울수록 둥글지요. 다음 표는 정다면체와 "깎은 정이십면체"(축구공)의 경우에 내외비를 측정한 것입니다.
다면체 |
정사면체 |
정육면체 |
정팔면체 |
정십이면체 |
정이십면체 |
깎은 정이십면체 |
내외비 |
3 |
약 1.73 |
약 1.73 |
약 1.26 |
약 1.26 |
약 1.13 |
내외비 외에도 둥근 정도를 측정하는 법으로 겉넓이(표면적)에 대한 부피(체적)의 비를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같은 겉넓이를 가지는 모양 중에서 가장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는 것은 공뿐입니다. 그런데 닮은꼴의 경우에 겉넓이는 닮음비의 제곱에 비례하고, 부피는 닮음비의 세제곱에 비례합니다. 다시 말해, 닮음비가 2 라면 넓이는 네 배이고, 부피는 여덟 배라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겉넓이와 부피의 단순한 비를 구하는 것보다는 닮은꼴에 대하여도 변화 없는 값을 얻는 것이 적절합니다. 보기를 들면 다면체와 같은 겉넓이를 가지는 공의 부피에 대한 다면체의 부피의 비를 구하여 둥근 정도를 판정하여도 되지요.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의 업적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공의 부피와 겉넓이를 구한 것이라고 말하고, 묘비에 그것을 새겨 둘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공에 외접하는 원기둥을 생각한다면, 공의 부피는 이 원기둥 부피의 2/3 이고 공의 겉넓이는 원기둥의 옆넓이와 같다는 것을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하였습니다.
모서리 해밀턴(W. Hamilton, 1805-1865)이라는 아일랜드의 수학자는 사원수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언젠가 정이십면체로 "세계일주"라는 게임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 게임의 목적은 정이십면체의 모서리를 따라 꼭지점을 모두 한번씩 지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요즈음 실제로 배낭 메고 세계일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러 나라의 여러 도시를 두루 다닌 다음 집으로 돌아와야겠지요. 이러한 방법을 해밀턴의 회로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그래프에 해밀턴의 회로가 있는지를 발견하는 쉬운 방법이 있는가?"라는 문제는 현재 100만 불의 상금이 붙어 있습니다. 축구공에서도 모서리를 따라 꼭지점을 오직 한번씩 지나 다시 처음 위치로 되돌아오는 것이 가능할까요? 처음 위치로 되돌아오지는 않더라도 모서리를 따라 모든 꼭지점을 오직 한번씩 지나는 경로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축구공을 연결 상태가 같도록 평면에 펼쳐 놓은 그림
축구공 모양 다면체의 모서리의 개수는 얼마일까요? 우리는 이미 꼭지점의 개수가 60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꼭지점에는 정육각형 두 개와 정오각형 하나가 모여 있으니, 한 꼭지점에서 만나는 모서리 수는 모두 세 개입니다. 그러므로 전체 모서리 수는 60 × 3 / 2 = 90
입니다. "나누기 2"를 하는 이유는 모서리마다 꼭지점이 두 개 있기 때문이지요. 이 아흔 개의 모서리 중에서 오각형의 변인 것은 모두
5 × 12 = 60
개입니다. 나머지 30개는 육각형끼리 만나서 이루는 모서리입니다. 대칭성 축구공 모양 다면체는 마주보는 오각형면의 중심을 지나는 축의 둘레로 72° 를 돌려도 그 모양은 변화가 없습니다. 또 마주보는 육각형면의 중심을 지나는 축의 둘레로 120° 돌려도 변화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육각형끼리 이루는 모서리의 중심과 마주보는 모서리의 중심을 지나는 축의 둘레로 180° 회전시켜도 그 모양이 같습니다. 거울 속의 축구공도 자신과 같은 모양입니다. 그러므로 축구공 모양 다면체에서의 대칭성의 크기는
2×(4×(12/2) + 2×(20/2) + 30/2 + 1) = 120 = 5×4×3×2×1
입니다. 이러한 대칭성과 오차방정식의 해법이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점박이 공 피버노바의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골프 공처럼 점박이 무늬가 촘촘히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평면에 점을 고르게 배열하려면 벌집 모양처럼 하는 것이 가장 조밀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의 표면, 즉, 구면에 점을 고르게 배열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구면에 점을 고르게 배열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뿐입니다. 그들은 모두 다섯 가지 정다면체(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와 외접구가 만나는 점들입니다. 그 밖에는 구면에 많은 점들을 고르게 배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고르게 배열하려면 돔(dome)을 설계하는 것처럼 하면 됩니다. 돔을 만들려면 우선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 n등분하면서 각 면을 작은 삼각형들로 조각이 나도록 합니다. 그런 다음 다면체를 부풀려 모든 꼭지점이 외접하는 구면에 놓이도록 하면 됩니다.
다면체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면체 연구는 크리스탈 등의 결정이론, 바이러스나 생명체 연구, 재료공학, 금속공학, 신소재 연구, 지구과학, 건축 이론 등이나, 예술 작품, 달력 제작, 주사위 등의 놀이기구를 만드는 데에도 많이 활용됩니다. 퀴즈 문제 1. 공이 날아가면서 그리는 자취는 어떠한 곡선인가요? 2. 여러 축구팀이 경기하여 우승 팀을 가리려고 합니다. 추첨을 통하여 시합할 짝을 정한 다음, 진 팀은 탈락하고 남은 팀끼리 또 다시 짝을 정하여 시합하는 것을 계속하여, 마지막에 남은 두 팀으로 우승을 정합니다. 이와 같은 경기 방법을 토너먼트(tournament)라고 하지요. 혹시 시합에 남은 팀의 수가 홀수라서 짝을 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면, 추첨으로 한 팀을 정하여 그 팀은 시합하지 않고 이긴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와 같은 토너먼트에 1000 개의 팀이 참가한다면, 모두 몇 번의 시합을 하여야 우승팀을 정할 수 있나요? 아름다운 풀이만이 가치 있습니다. 3. 떨어진 높이의 반만큼 튀어 오르는 공을 1 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공이 멈출 때까지 움직이는 거리는 모두 얼마인가요? 4. 축구공 하나에 같은 크기의 축구공을 최대 몇 개까지 접하도록 할 수 있습니까? (고차원에서 이러한 관찰은 현대적인 통신 이론에 주요하게 쓰입니다. 신호를 보낼 때에 오류가 나지 않고 잡음도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하지요.) 5. 정다면체에서 해밀턴의 회로를 구하여 보세요. 6. 축구공의 지름은 몇 cm 인가요? 참고문헌 유클리드, 기하학 원론, 이무현 옮김, 교우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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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머야~머야~어지럽게..
우와...이거 진짜 지루하다
좀 길긴하지만, 언니들이나 오빠들에게 도움되는 것 같네요.. ^-^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당!
너무 어려워요,.,.
어려워용 ㅡㅜㅜ
어지러워~!! 어려워~!!
어려워요ㅡ^ㅜ
어질어질
지루해
헉걱!!!!!!!!!!!!!!!!!!1
어버버버버(골골골)
ㅋ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