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가입자의 의무 중 고지의무와 통지의무가 있다. 고지의무는 보험계약 당시 중요한 사실에 대해 보험사에게 알려야 할 의무이다. 반면 통지의무는 보험계약 성립 후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중요한 사실, 즉 사고 발생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된 경우 이에 대해 보험사에게 알릴 의무이다.
고지의무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고 통지의무는 보험계약 성립 후 보험기간 중의 시점을 기준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인데 최근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보험가입자인 A는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사망보험에 가입했다. A는 보험계약 때마다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사무원, 사무직 관리자, 건설업 대표 등으로 직업을 기재했다. 일용직 근로자는 일반 사무직보다 직업 위험도가 높아 보험 가입이 까다롭고 보험료도 비쌌기 때문이다.
이후 A는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유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 측이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 보험계약을 즉시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판시했다.
①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를 나눠 별도로 규정했는 바, 고지의무는 중요한 사실이 보험계약 성립 시에 존재하는 경우에 발생하고 통지의무는 보험계약 성립 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후 보험기간 중에 사고 발생위험이 새롭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발생한다.
② 보험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보험계약 성립 시 고지된 위험과 보험기간 중 객관적으로 존재하게 된 위험에 차이가 생기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기간 중 사고발생의 위험이 새롭게 변경 또는 증가됐다고 할 수 없다.
③ A가 고지의무를 위반했으나 보험기간 중 실제 직업이 변경되지는 않았으므로 그 직업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에게 고지된 것과 다르더라도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④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해지해야 한다.
⑤ 결론적으로 A는 통지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고 고지의무를 위반했는데, 고지의무 위반에 대해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제척기간이 도과했기 때문에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