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타당성 조사(豫備妥當性調査)”는 ‘대규모 개발 사업의 시작에 앞서 경제성, 투자 우선순위, 재원 조달 방법 따위를 개략적으로 조사하는 일’입니다. 이를 줄임말로 “예타”라고 흔히 말합니다.
‘예타’는 대규모 재정사업 시행 전에 그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결과를 제시하여 합리적인 재정집행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기술성 등을 판단하여 재정 운영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예타 면제 대상’이 있는데, 공공청사, 교정시설, 초중등 교육시설의 신/증축사업, 문화재 복원 사업, 국가 안보에 관계되거나 보안을 요하는 국방 산업, 남북교류협력 관련 또는 국가 간 협약, 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재난 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 식품안전 등의 문제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 법령에 따라 추진해야 하는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예산을 지원받아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60조 3,109억 원 규모의 88개 사업, 박근혜 정부에서는 23조 6,169억 원 규모의 85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았으며, 문재인 정부는 120조 원 규모의 149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습니다.
정권별로 따져보면 문재인 정권이 1999년 예타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면제 조치를 하였는데,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비판하며 예타 제도 강화를 내세웠지만 특별법 제정 등으로 이를 피하는 정치권의 꼼수가 이어져 걱정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급증하는 예타 면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을 잇는 11조3000억 원짜리 고속 전철을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게 하자는 특별법이 “여야 의원 261명 발의”라는 기록을 세우고도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가 재정 낭비를 막으려는 일말의 사명감을 발휘하였고 국회의원들에게도 한 가닥 양심이 남아 있다는 증거라면 다행이겠다. 그러나 올해 발의된 다른 예타 면제 사업이 92조원에 이르고 대부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필자는 예타 맹신자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이나 선진 금융기관들이 타당성이 없다고 확신한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등의 사업들 위에 건설되었다. 타당성 조사 면제가 아니라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도 추진해야 할 사업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국가재정법 제38조 제2항이 10개 호에 걸쳐서 예타 제외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최근의 사례로 김천-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도 있다.
달빛고속전철 같은 사업은 타당성 조사가 사실 필요 없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뻔해서 예타 비용조차도 아까운 경우이다. 그러나 타당성이 없어도 얼마나 없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예타는 해 보는 것이 좋다. 흔히 써 먹는 “지역 균형 발전” 등 정책적 배려를 근거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알고 판단해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이다.
예타 면제 특별법만 나오면 여야가 눈을 감고 담합하는 작태는 개탄스럽지만 기재부가 중심을 잃지 않고 버텨만 준다면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들 특별법의 핵심은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예산에 얼마를 반드시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을 담으면 바로 위헌이다.
우리 헌법은 기획재정부에는 예타에서 부정적 결론이 나온 사업에도 예산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지만 국회에는 예산을 삭감할 권한만 주고, “항목의 신설이나 증액의 경우 행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 헌법을 기초한 현자들은 먼 훗날 어떤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될지를 꿰뚫어 본 것 같다.
앞으로라도 이런 시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런 타당성 없는 사업들이 초래한 국가적 손실, 나아가 그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쓸 기회를 상실한 지방의 손실 실상을 구체화해서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국민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경제성 없는, 건설업자 일감 만들기 이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업이 지역 발전에 쓰일 돈을 몽땅 빨아들이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흔히 새만금 사업을 든다. 지금까지 15조 원 정도 들어간 것으로 아는데(대외비라고 한다!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 그 땅이 어디에 쓰일지 아직도 불투명하다.
지방 공항들도 전형적인 예인데 각각 3000억 원, 3500억 원을 들인 무안(그 유명한 고추 공항이다), 양양 공항의 최근 10년간 운영 손실이 각각 1308억원, 1134억 원이라고 한다. 울진 공항은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없어 아예 비행 훈련 시설로 전용되었다.
이런 돈으로 할 수 있었을 일을 생각해 보자. 합계출산율이 0.7까지 떨어져 남의 나라에서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된 저출산 문제에 돈을 더 쓸 수도 있었고, 유지관리비를 아끼다가 행정전산망이 마비되어 IT 산업 홍보차 외국에 나가있던 장관이 망신을 당하는 일도 없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기의 질, 양, 가격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원시적인 정전 사태가 계속되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의대와 병원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려 의료 산업을 성장 동력 산업으로 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방이 타당성 없는 사업들을 밀고 나가는 것은 그것을 안 한다고 그 돈을 내가 원하는 더 나은 일에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돈을 주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교부금, 보조금, 직접 사업비 등 명목을 불문하고 지방에 쓰일 돈을 다 묶어서 지방에 일괄해서 나누어 주고 그 돈으로 뭘 할지는 지방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새만금이건 엑스포건 그 돈을 다른 데 쓸 수도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런 바보 같은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무주, 진안, 장수 등 낙후 내륙 개발에도 기업의 투자와 좋은 학교, 병원을 유치하는 데에도 그 돈을 쓸 수 있게 했어야 한다.
돈을 아끼면 내가 원하는 데에 쓸 수 있을 때, 그럴 때 사람들은 돈을 아낀다. 인간의 본성이다.>조선일보.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조선 칼럼, 당신 돈이라면 그렇게 쓰시겠습니까
제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루 저녁에 수백 만원하는 술자리에 가는 사람도 그게 자기 돈이라면 절대 쓰지 않을 겁니다. 다 남의 돈이니 흥청망청해도 기분이 좋을 겁니다.
정치인들이 세금 아낄 줄을 안다면 나라 빚이 400조 원까지 늘어날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공짜 좋아하고 그게 남의 돈으로 선심을 쓰니 결국 나라 빚만 늘고 있습니다.
이제 무슨 올림픽이니, 아시언게임이니, 잼버리대회 하는 것들은 그만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나라의 체면상 한 번 정도는 할 일이지만 빚잔치는 할수록 손해이고 그 피해는 국민들이 다 떠안습니다.
아직도 나라 빚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그런 작자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하루아침에 나라가 거덜 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가 좋은 반면교사일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