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으로 발령받아 내려온지 햇수로 3년 째 입니다.
혼자 지내니 좋은 점도 있고 안좋은 점도 있습니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저는 좋은 점이 99%, 안좋은 점이 1% 정도랄까. 무엇보다도 자유로워서 좋더군요.
다시 서울로 가야한다면 많은 분들과 자주 등반하고 만나는건 좋겠지만, 답답할거라는 생각부터 드네요.
작년가을에 썼던 글 하나 올립니다.
얼마 전 회사업무 차 서산으로 출장을 갔었다.
출장이라기보다는 충청도 전체가 나와바리이니 일상 업무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태안에 있는 거래처를 들렀다가 서산시 대산읍으로 향했다.
대산으로 향하는 도로는 바다가 보이는 농촌의 향기를 듬뿍 품은 작은 국도였다.
길가에 키작은 코스모스들이 즐비하고 해바라기들도 길을 따라 피어 있고 노오랗게 익어가는 벼이삭들이 저녁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사되고 있었다.
그 때 라디오 93.9 박승화의 '가요속으로'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노래.
사랑의 듀엣이 부른 "꽃과 어린왕자'였다.
노래 가사만 보면 어찌보면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곡은 1980년 발매된 옴니버스 앨범 "사랑의 듀엣"에 수록된 곡이다.
사랑의 듀엣에는 조진원-홍종임의 "사랑하는 사람아"를 필두로 "젊은 나무들" 그리고 이 곡까지 다수의 아름다운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심명기-조채환이 부른 곡으로서 아는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자전거 탄 풍경'이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했는데 원곡의 느낌이 더 좋다.
자탄풍의 노래들도 포크기타를 곁들여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약간 템포를 빨리 하고 흥이 나는 느낌이다.
반면 감성적인 발라드 곡들은 느림의 미학에 충실했으면 하는게 개인적 느낌이자 취향이다.
영화 '노팅힐' 의 OST Ain't no sunshine 이나 'Sea of Heartbreak' 를 Bill withers 가 부른 것과 같은 느낌인데, 그것보다는 Temptation 이 부른 Ain't no sunshine 이나 'POCO'가 부른 Sea of heartbreak 가 부른 곡이 더 와닿는다.
마이클 잭슨이 어린 시절 부른 'Aint no sunshine'도 좋다.
20대 초반 나는 대학입시에 실패해 재수를 하고 있었다.
당시 서울 논현동에 있던 모 입시학원과 근처 역삼동에 있는 국립도서관을 오가며 우울한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 두 개를 가방에 넣고 새벽 버스를 타고 역삼동 국립도서관에 가면 나보다 먼저 온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을 줄에 세워놓고 한 참 기다려서 좌석표를 받아 자리를 배정받고 공부를 하다가학원 시간이 되면 걸어서 학원으로 가서 부족한 과목의 수업을 들었고 오후 5시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와서 밤 11시 까지 지내다가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학원과 도서관을 오갈 때 5월이면, 눈부신 빠알간 장미들이 부유한 집 정원 가득 그리고 담장 너머까지 흐드러지게 피었고 젊은 내 가슴 속에도 한 가득 자리잡았다.
그 때 보았던 빨간 장미들은 화려했지만 우울했다.
재니스 죠플린(Janis joplin)의 The Rose 처럼...
모의고사 시험성적도 시원찮았고 날씨마저 우중충한 비내리기 직전의 흐린 어느 날 학원수업이 끝나 걸어서 도서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작은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늘상 지난가는 길에 있는 카페임에도 눈에 들어온 이유는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때문이었는데 문이 열린 자그마한 카페 안에는 두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남자는 기타를 치고 여자와 나란히 앉아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그 때 그 들이 불렀던 노래가 바로 "꽃과 어린왕자"였다.
어떻게 그 노래를 모르겠는가.
난 그 카페에 들어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노래를 부르는 두 사람은 무척 아름다웠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내 시선에 수줍어 했다.
그 카페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가지 못한 나는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어디선가 소주를 마셨고, 새벽이 되어서야 들어간 집에는 어머니가 뜬눈으로 기다리고 계셨다.
그 해 말 다시 대학입시를 치렀고 또 원치않는 대학에 입학을, 꿈꿔오지 않은 과(전공)에 지망을 했다.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에 바로 위 누나도 대학에 다니고 있단 터라, 이듬 해 봄 입학식을 마치고 군입대영장이 나왔을 때
입영연기없이 바로 군입대를 했다.
입대 전에 파주 봉일천을 찾았고 국도변 작은 가게에서, 음악다방에서 만나 친해졌던 DJ였던, 내 블로그 이름이자( Rainbow Eyes ) 의 짝사랑의 주인공 '海美'를 만났다.
지금이나 그 때나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몇 시간을 보냈고, 헤어지기 전 그 녀는 나에게 지포 라이터를 건넸다.
라이터 뒷면 아래에는 '당신의 해미'라고 새겨져 있는 글씨가 보였다.
헤어진 전 애인에게 억지로 회수한 선물 중 하나였다.
라이터를 선뜻 받지 못하고 주저하던 나는 결국 그 라이터를 받지 못한 채 입영열차를 탔다.
군생활 중에 가끔씩 주고 받는 편지 말미에 그 녀는 듣고 싶은 노래를 적었고 나 역시 이러저러한 상투적인 문장 뒤에 그 녀와 보냈던 음악다방에서 즐겨듣던 애창곡을 적어 보내곤 했다.
군생활 절반이 지났을 무렵 그 녀가 보낸 편지에 적힌, 지금도 기억나는 노래 하나는 '해바라기'의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였는데 그 후 휴가를 나와 음악다방에 앉아 계속해서 들으며 그 녀의 심정을 헤아려보려고 했었다.
노래를 듣자니 20대의 아련한 옛 추억들이 되살아 났다.
볼륨을 크게 올려 놓고 들으며 따라불렀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바닷바람이 불었다.
창문을 열고 음악소리를 더욱 크게 올렸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흘렀다.
아무것도 아닌 옛 노래 한 곡에 눈물이 흐르다니...
갱년기인가. 아아 시바
<꽃과 어린왕자>
밤 하늘에 빛나는 수 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작은 별엔 꽃이 하나 살았다네
그 꽃을 사랑한 어린왕자 있었다네
꽃이여 내 말을 들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어린왕자 그 한 마디 남기고
별을 떠나야 하였다네
꽃은 너무나 슬퍼서 울었다네
꽃은 눈물을 흘렸다네
어린왕자는 눈물을 감추며
멀리 저 멀리 떠났다네
한 해 두 해가 지난 뒤 어린왕자 돌아왔다네
하지만 그 꽃은 이미 늙어버렸다네
왕자여 슬퍼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꽃은 그 말 한 마디만 남기고
그만 시들어 버렸다네
어린왕자는 꽃씨를 묻었다네
눈물을 흘렸다네
어린왕자의 눈물을 받은 꽃씨는
다시 살아났다네
라 라라 라라라 라라라
꽃은 다시 살아났다네
라 라 라라라 하늘가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첫댓글 이제는 갱년기도 넘고 독거 노인 수준이네 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5.15 12:0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5.15 12:00
형님...봄인데..가을분위기..ㅎㅎ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시리즈로 또 부탁합니다
무슨 일이? ㅎ
무슨 일이? ㅎ..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