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독도 강치가 멸종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넘나들고, 역사 사료와 구술채록자료를 넘나들며 독도 강치의 멸종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나에게는 이 책이 참 소중하다.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중 육상 생물들에 대한 책들은 꽤 있지만, 멸종한 해양 포유류에 대한 교양서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일본)은 강치를 멸종시킬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것이다.
기각류란 발이 지느러미 형태인 생물을 말한다. 기각류는 크게 물범류, 바다사자류, 바다코끼리로 나누어진다. 바다사자류는 또한 여러가지로 나누어지는데, 바다사자속, 큰바다사자속, 남아메리카바다사자속, 오스트레일리아바다사자속, 뉴질랜드바다사자속 이렇게 5개의 속이 있다.
바다사자속에는 3종류의 생물이 속해있는데, 캘리포니아바다사자, 갈라파고스바다사자, 바다사자 이렇게 3종이다. 이 중에서 마지막 '바다사자'를 우리나라에서는 '강치'라고 부르고 있다. 강치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아쉽게도 현재 지구상에 살아있는 강치는 단 한마리도 없는 것으로 본다. 완전히 멸종한 것이다.
강치는 왜 멸종했는가?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최소 수만마리의 강치가 우리나라 동해안과 울릉도, 독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치는 일본 해안에도 살았다. 그런데 20세기 이후 일본의 어부들과 어렵회사들이 엄청난 수의 강치를 사냥하기 시작한다. 강치의 가죽으로 가방, 모자 등을 만들고, 강치의 고기에서 기름을 짜서 팔았다. 1920년대부터는 서커스단에 팔기 위해 강치를 잡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일본 강치어렵회사는 1904~1941년에 강치를 무려 1만 6,500마리나 잡았다. 그런데 이미 1916~1928년는 1년에 100~300마리밖에 잡지 못하고, 1933~1941년에는 연간 16~49마리밖에 잡지 못한다. 왜냐? 이미 그 시절부터 강치의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강점기가 끝난 이후에도 독도에는 수십마리의 강치가 살아남아 있었다. 그러나 개체군의 크기가 늘어나지 않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왜 그랬을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개체군 감소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는 주장이 있다. 수만마리였던 강치 개체군이 수십마리로 줄어들면, 그 안에서 근친교배가 이루어져 유전적 다양성이 극도로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생존에 불리한 유전적 특성이 계속 쌓이면서 기형 개체가 태어나기 시작한다. 그런 상태가 되면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종이 멸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야생생물기금 WWF에 따르면, 강치의 번식이 확인된 것은 1972년이 마지막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식 기록이 확인된 것은 1975년 독도에서 강치 2마리가 발견된 것이 마지막이다. 만약 강치가 멸종하지 않았다면 울릉도와 독도는 물론 우리나라 동해안 곳곳에서 지금도 강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고향인 동해안 어딘가에도 강치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울릉도 항구에 내리면 강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배를 타고 독도에 가서 강치를 망원경으로 구경하는 생태관광상품이 운영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울릉도 항구에는 강치 인형, 강치 엽서와 강치 그림을 파는 기념품 상점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이 강치를 멸종시키면서 현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가 강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해서 식민지로 만들고,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들까지 괴롭혔다. 호랑이, 반달가슴곰 등 육상 포유류는 물론 강치 같은 해양 포유류들은 그로 인해 멸종했다. 일본에게 그럴 권리가 있었는가? 아니, 인간에게 그럴 권리가 있었는가? 일본은 지금도 자기들이 독도에서 강치와 해산물을 잡으며 독도를 개척하고 경영했기 때문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게 맞는 말일까? 우리나라는 독도 생태계가 그 지경에 이를 때까지 무엇을 했는가? 애초에 왜 일제강점기를 겪어야만 했을까? 해방 이후 강치를 보호하기 위해 더 노력할 수는 없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씁쓸하게 남는 책이다.
첫댓글 강치에 대한 책을 초등학교 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회가 되면 선생님께서 읽으신 책도 읽어 보아야겠어요.
강치에 대한 책이 또 있었네요. 둘 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