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토지측량용 삼각점 표석 발견
우동 반도보라빌APT 위 산기슭
지난 5월 1일 오후 2시경 옥숙표 장산습지보존위원장과 해운대구청 문헌정보과 직원 2명이 우동 반도보라아파트 뒷산을 함께 올랐다. 옥 위원장이 일제 강점기 토지측량용으로 보이는 화강암 삼각점 하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옥 위원장은 삼각점이 유실될 것을 우려해 해운대구청 문헌정보과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날 삼각점을 해운대구청으로 이동 조치하기 위해 길도 없는 산에 오른 것이다.
◇ 소중한 향토사 자료
산길을 100여 m 오르니 마침내 삼각점이 나타났다. 높이 약 50cm, 앞면 폭이 25cm 정도의 화강암 1차 가공석 위쪽에 가로·세로·높이 약 10cm의 2차 가공석이 솟아 사면에 3(三)이란 숫자가 새겨있었고 윗면에는 ‘十’자가 새겨져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은 경제 수탈을 위해 토지조사사업을 추진하면서 측량기준점을 일본에서 사용 중인 ‘동경측지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어 대마도와 거제도, 부산 절영도를 연결해 삼각점을 설치하는 측량 체계를 구축, 전 국토의 지적측량을 추진했다.
이에 앞서 대한제국 탁지부 측량용 삼각점도 있다. 역시 화강암 가공석으로 전면에 탁지부(庹支部)와 후면에 삼각점(三角點)이 새겨져 있으며 윗면의 ‘十’는 같다.
해운대구청 직원이 들고 온 문서에 따르면 삼각점은 관측 정도에 따라 1등 삼각점(대삼각 본점)과 2등 삼각점(대삼각 본점), 3등 삼각점(소삼각 일등점) 4등 삼각점(소삼각 이등점)의 4등급으로 나눈다고 되어 있었다.
◇ 삼각점 표석을 주민들에게 전시하자
삼각점을 살피던 구청 직원은 4등 삼각점으로 보인다며 간비오산 봉수대에도 이 같은 삼각점이 있다고 했다. 약 15kg에 달하는 삼각점을 산에서 반도보라아파트 주차장으로 들고 내려오면서 삼각점이 해운대 지역의 근대사를 연구하는 데 소중한 향토적 자료로 보이므로 대천공원 이산표석 옆에 역사적 유물로 전시하자는 의견을 구청 직원에게 제시했다. 그냥 해운대구청에 보관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많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전했는데 구청 직원의 동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삼각점의 가치와 주민 전시를 두고 구청 직원과 관점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