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작은집④ : 다람쥐가 찾아오는 마름모집, 노아
허허벌판에 불시착한 UFO 같기도, 벌집의 한 부분을 떼어 놓은 것처럼도 보인다. 에스토니아 북동쪽 비루마 지역에 위치한 ‘노아(NOA)’는 다람쥐와 부엉이가 종종 손님으로 찾아오는 진짜 숲속집이다.
기하학적인 형태에 관심이 많았던 건축가 자누스 오구사르는 재밌는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바로 12면체 마름모꼴 형태의 나무집이다. 골조와 바닥, 외장 마감, 지붕까지 모두 나무를 사용했다. 7.5평의 공간이 작다면 똑같은 집을 몇 개고 이어 붙여 원하는 만큼 확장시킬 수도 있다. 그 첫 시도로 자누스는 200년 된 소나무가 자라는 숲의 끝자락에 한 채를 시범적으로 지었다. 앞으로 두 채를 더 지어 연결할 계획이다.
노아는 안과 밖 모두 재치가 넘치는 공간이다. 육각형의 바닥과 마름모꼴의 지붕, 벽면이 모여 완성된 몸체는 3개의 다리가 지탱하고 있다. 이때 건물의 중앙부를 지면으로부터 살짝 띄워 일반 주택보다 바람의 저항을 덜 받도록 했다. 노아의 특이한 구조는 디자인적인 재미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모듈을 쉽게 이어 붙일 수 있어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각진 몸에 짙은 잿빛 옷을 걸친 외관을 무색하게 만드는 커다란 원형 창과 개나리색의 화사한 실내 벽은 반전 그 자체다. 원형 창을 통해 집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마치 망원경으로 드넓은 자연을 관찰하는 듯하다. 어두운 밤에는 원형 창으로 내부가 반사되어 실내 공간이 신기루처럼 중첩되어 보인다.
작은 테이블과 소파, 그리고 공간을 덥혀줄 난로가 전부인 이 단출한 집에서 자누스는 가족들과 매년 여름을 보낼 생각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니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싶다.
사진 Terje Ugandi, Jaanus Orgusaar
출처 우드플래닛 송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