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연히 장롱 문을 열면서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옷이 옷걸이에게 말한다 옷걸이야! 너는 나를 받쳐주는 옷걸이일 뿐이야 설마 니가 옷이라고 착각하진 않겠지 내가 이 장롱의 주연이고 너는 엑스트라에 불과하지 옷걸이가 옷에게 말한다 허지만 내가 없다면 옷을 걸 수 없고, 구겨지고 주인님이 입고 싶은 옷을 찾기가 쉽지 않을 거야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옷걸이 봉이 말한다 니들이 아무리 잘난 체를 해도 내가 너희들을 받쳐주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제 역할을 못할 거야 이렇게 모든 관계는 얽혀 있다 혼자 아무리 잘난 체를 해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어울림의 존재인 것이다 아무리 잘난 체 해도 모든 일을 다 내가 할 수 없고 아무리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해도 한 가지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다 쓰임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는 서로 어울려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다운 연주가 될 것이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감사할 줄 모르고 베풀 줄 모르고 어울릴 줄 모르고 관리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홀로 피어 아름다운 꽃보다 여러 꽃들이 피어 서로 어울려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것이다 장롱문을 열고 옷의 주인인 내가 말한다 아무리 니들이 잘나도 내가 옷장 문을 열고 너희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얘들아! 나 역시 너희들과 같은 입장이란다 아무리 아름다운 옷을 입어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나 역시 너무나 외로울 거야 허지만 아무리 외로워도 사랑은 구걸하거나 구속하거나 강요하는 게 아니란다 사랑은 스스로가 변하고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거란다 너희들이 장롱 속 어둠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늘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나를 환영해 주는 너희들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벗이야 첫 월급 탄 돈으로 사서 입었던 옷... 처음으로 해외출장 갔을 때 입었던 옷... 옷마다 추억이 가득하다 저녁때 언니가 같버무린 김치와 죽을 싸가지고 왔다 너무 고마워서 집 근처에서 저녁을 사주고 집으로 돌아와 한방차를 마시며 최희준 씨의 하숙생을 들었다 언제 들어도 구수한 음성이 일품인 최희준 씨의 하숙생 「인생은 나그넷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이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가사중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인생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과 사랑 그리고 얽혀 있는 일과 사람들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의 마음 그렇게 내 마음에 세 들어 사는 나라는 사람은 영원한 하숙생일 수밖에 없는 떠돌이 별인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들었던 것 같다 그래...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빈 몸으로 태어나 빈 몸으로 간다 그러니 매 순간을 살아야 한다 사랑도 돈도 건강할 때 관리하고 지켜야 한다 건강할 때 아낌없이 사랑하고 여행도 다녀야 한다 아프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모든 것은 내 마음 안에 있다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키우자 하늘을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음에 신께 감사드린다 걷지 못하는 자에게는 걷는 것이 간절한 꿈일 것이다 이미 떠나버린 것과 가지지 못한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것보다 내게 남아있는 것에 감사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카페 게시글
수필 수상
인생은 나그넷길...인생은 벌거숭이...
삶의지혜
추천 4
조회 261
23.11.18 12:19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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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독고다이
공수레 공수거
이세상 잘 놀다갑니다
정동진...
언제 가도 참 좋은 곳이죠
닉이 정동진 인걸로 보아
정동진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항상 가슴에 찡하고 와닿는 멋진 글 감사합니다.
공수래 공수거도 동감합니다.
말씀 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이유가 다 있으니까요....
원래 촌놈으로 태어나다 보니까 대도시로 나가서 학창시절 하숙을 했는데 하숙집 생각도 났고요....
그 생활을 같이 했던 하숙생들은 지금 어디서 어떤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멋진 글 다시 1번 정말로 감사말씀 드립니다.
그렇지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이유가 다 있지요
촌놈, 학창시절, 하숙생...
추억의 단어네요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삶의지혜 말씀하신 대로 추억의 단어입니다.
하숙생 당시 부산 지하철이 처음으로 운행됐을 때니까 꽤나 세월이 흘렀네요.
삶의 지혜 님께서도 건강 관리 잘 하시고 멋진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정말 멋진 글입니다.
옷
옷걸이
봉
모두 할 말이 많겠네요.
그것들의 혜택을 받는
사람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고
그것들을 빛내줄 주연이구요
김국환님의 타타타처럼
벌거숭이로 태어나
옷 한벌은 건졌으니
감사하며 살 일입니다.
지혜님
좋은글 주셔서 감사드려요
내 인생의 무대에선
내가 주연인데
조연처럼 살지 않았나
반성을 해보았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묻고
답하고
정리하는
님의 사고력
형이상학적인
철학자인것 같아
고개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삶의 굴레에서
조화스러움을 강조하시는
님의 내공도 멋집니다.
때론
염세주의가
살짝 퍼져 오는것 같기도 하고 ㅎㅎ
100세 시대에
꺽어진 인생이지만
님께서
글속에서
소망하신 모든 것
몽땅 다 이루어 지시길...
남도녘 촌할배가 빌고 빕니다.
보슬비 님, 반갑습니다
보슬비 님의 내공에 비하면
저의 내공은
발톱의 때 만큼도 못 따라가죠
부족한 글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언제나 힘과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세줄에 인생의 지혜가 담겨있네요
내게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 보다
약간의 쓴 미소도 지어 보이는 밤이네요
또 그럼에도 좋은 음악 들으며 하하 웃어 봅니다
약간의
쓴 미소를 보이다가
그럼에도
좋은 음악 들으며
하하 웃어보았다니
초긍정의 마인드를
가진 것 같습니다
댓글에서도 항상
맑고 밝은 글꽃의 향기로
읽는 이를 기분 좋게 하는
겨울꽃장수 님
힘내시고 또 힘내시길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너와 나, 우리와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가는 세상...
그곳이
곧 지상의 천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삼라만상의 모든 관계가
꽃향기처럼 향기로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 시, 모두 제가 좋아하는
시랍니다
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는
꽃처럼 아름다운 관계...
참으로 향기로운 관계죠
꽃처럼 향기로운 일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ㅎㅎ나는 가끔 장롱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요.
이렇게 무거운 옷들을 잘 받쳐주고 있으니 모척 힘들겠다는 생각에....
나도 삶의 지혜님의 글처럼 네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려고 합니다
푸른비 님
마음이 참 고우시네요
푸른비 님의 하루 하루가
감사와 축복으로
충만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삶의지혜님 글이 냉담자에게
기도를 드리게 만듭니다.
여명을 보면
늘 여명을 처음 본 사람처럼 보게 하시고
노을을 보면
늘 노을을 처음 본 사람처럼 보게 하소서
그래서 늘 빈 마음으로 환희를 느끼며
살게 해주소서
제가 정말로
간절하게 바라는
기도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도
마음 님을 위해서
기도드리겠습니다
길 위에서 지치지 않게
해주시고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시고
퍼내도 퍼내도
메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에너지를
마음 님께 주시길
기도드립니다
마음의
깊이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기도
감사드립니다
@삶의지혜 살의지혜님 기도 덕분에
오늘 이른 아침 길 위에 서는 마음이
한결 밝고 가벼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자리
그렇다면
제가 더 기쁘지요
몸도 마음도
끝까지 지치지 않고
신의 보호아래
기분 좋게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글도 좋지만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마음이 갑니다
그저 오늘 하루 자~알 보내는 일로
욕심을 버린지는 오래되었습니다
가리나무 님, 반갑습니다
가리나무 님도
이 노래를 좋아하는군요
부족한 글에
고운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인생은 나그네 길인데
우리는 왜 하찮을 일에 갈등하고
상처받고 살아 가는지....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말씀을
생각하면 왠지 위로도 되고 마음이
갑자기 선해져서요.
나무랑 님의 닉이
너무 좋습니다
나무처럼 사랑을 주시는
신의 사랑에 늘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목요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