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면글면하다
사상 최대 천문학 프로젝트로 개발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우 주사진이 공개되자, 세상은 떠들썩해졌다. 우주의 매혹적인 모습이 선명하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사(NASA)'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진에 보이는 우주는 모래알만 한 크기에 불과한데, 이 작은 우주 조각 안에 수천 개의 은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나는 대체 얼마나 작은 점일까? 별안간 아득해진 생각들이 불똥이 되어 튀 었다. 어수선하게 펼쳐진 마음의 능선을 숨 가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가, 스쳐 가는 매사에 절절맸던 내가 여기저기에 있었다. 그 순간들이 결국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할 점일 뿐이었다니. 번뜩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우리 집 반려 식물의 줄기가 꺾여 주저앉는 사건이 발생 했다. 알아보니 해를 충분히 쬐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늘 식물이라 직사 광선을 피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내 식대로 해석해 그늘에만 놓아둔 것이 다. 예상치 못한 자책감에 허둥지둥 화분을 베란다로 옮기고 나무젓가락으 로 고꾸라진 줄기를 받쳐 주었다. 내 무지함에 훼손된 줄기가 어서 회복되 기만을 무력하게 기다렸다. 한 며칠이 지났을까. 시르죽었던 줄기가 힘을 내어 한결 꼿꼿해졌다. 소용 없다느니 늦었다느니 하는 마음속 소란 없이 햇빛 하나에 무구한 힘을 내 주었구나. 사족을 달지 않고 고요하게 온 힘을 다한 식물의 생명력에 마음 이 출렁였다. 나와 내 반려식물이 하루하루 찍어 가는 이 생명의 궤적들은 우주에 작은 점 하나로도 남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약하지만 온 힘을 다한다'라는 뜻의 애면글면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초연한 얼굴 로 묵묵히 허리를 세운 식물처럼 내 삶의 점들을 밟아 나가야겠다. 간결하 고도 단단한 힘을 갖고서.
신효원 | 한국어 교육 전문가, <어른의 어휘 공부> 저자 청춘의 노력
학창 시절, 우리 집은 겨울이면 물을 끓여서 씻어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나는 학교에서 무료 급식 신청자를 조사할 때마다 고생하는 어머니를 떠 올리며 창피함을 무릅쓰고 손을 들었다. 아버지는 막 성인이 된 아들이 세 상을 떠난 후 알코올 의존자가 되었고, 술에 취한 밤이면 날붙이를 들고 어 머니를 괴롭혔다. 마흔의 나이에 나를 낳은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슬픔과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가슴에 묻어 둔 채 나를 키웠다. 어느 겨울날, 어머니가 거실에서 쓰러졌다. 나는 아버지의 손에 들린 망치 를 집어던졌다. 황급히 어머니를 외가로 옮겨 머리가 다쳤는지 살펴보았 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듯했다. 안도도 잠시, 눈이 시뻘게진 나는 외삼촌의 만류에도 곧장 집으로 달려갔 다.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 아버지는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었다. 자식을 잃은 후 하루도 술 없이 잠들지 못한 그가 불쌍하면서도 원망스러웠다. 그 순간, 나에게도 망치를 들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두려워졌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 그때 내가 든 것은 망치가 아닌 이불이었다. 나는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책가방을 싸 들고 뛰쳐나왔다. 집 앞 가로등 아래에서 밤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책을 읽었다. 참담한 생각 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성공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등학생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란 그뿐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덕분에 방황을 끝내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이 더 심해져 병원에서 입원 치 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좋지는 않았다. 나는 시험을 앞두고 아버지를 피해 집 앞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며 악착같이 공부했다. 열심히 공부한 끝에 장학금을 준다는 지역 사범 대학에 입학했고, 과분하 게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이렇듯 노력이란 나에게 간절한 생존 본능이었다. 가난과 가정 폭력으로 인해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지금은 불우한 환 경 때문에 좌절하는 아이들을 돕는다. 아이들에게 내 경험담을 들려주면 서 용기와 희망을 북돋는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환경이 그 사람을 결정하진 못한다. 적어도 네 삶에 가로등 불빛 하나쯤은 주어질 것이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힘들수록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보자." 나는 형이 세상을 떠나서 태어났다. 덤으로 받은 삶이니 좋든 싫든 감사하 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것이 불운의 청춘을 지나 끝내 봄을 맞이한 유일 한 이유일 것이다. 서인환 | 경북 고령군 삶의 척도는 당신이 무엇을 축적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_ 웨인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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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밤
좋은글에 잠시 머물고
배우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행복부자 님 !
고은 걸음으로
소중한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교차 큰 환절기,
감기 유의하시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소망합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초록 상록수 님 !
소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기쁨과 웃음이
함께하는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