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화로운 저녁, 새로 발매된 게임기를 같이 해보기로 한 심들. 게임기가 너무 재밌어 내일 연주회 준비와 연습은 쿨하게 생략하기로 한다. 아 몰라, 그냥 내일은 즉흥 연주로 대충 때워야지!
야 바나나 껍질 나에게 날린 놈이 어떤 새끼야! 괴성과 욕설이 난무하고 아이템을 던져대며 게임기 버튼 누르는 소리만 가득한 거실.
어이 영감탱이 게임 진짜 못하네! 약오르지 메롱~
어른들은 이상해. 맨날 나에게는 게임 그만하고 공부나 하고 피아노나 연습하라며 꿀밤을 때리고 잔소리를 하더니. 나보다 더하잖아? 미워!
저 건방지고 괴팍하고 스승에 대한 예의 따위는 1도 없는 저 제자놈의 엉덩이를 차줄까, 아니다 조만간 거시기를 차 줘야지. 그럼 날 놀릴 생각은 더 이상 못하겠지.
엄마, 게임 못한다고 못된 제자가 놀려요. 슬픈 마에스트로의 눈동자에는 눈물만이 그렁그렁....
선생님 왜 게임기를 잡지 않으세요? 초롱초롱 빛나는 초록빛 눈동자.
쳇, 내가 꼴찌하게 생겼네! 아이템, 누가 아이템좀 떨궈주라!
감정기복 심한 쇼팽의 게임 표정변화- 1단계- 쇼팽이 꼴찌할 때, 베토벤이 그에게 바나나 껍질을 던지고 웃으면서 앞질러 갈때.
표정변화 2단계- 오잉? 미사일이 나왔다! 미사일을 주웠을때.
표정변화 3단계- 야호! 미사일을 날렸는 데 누군가가 맞아서 헤롱거릴 때. 옆에서 들리는 탄식의 소리를 들었을 때 베토벤이 아닌 것 같아 매우 아쉽지만 그래도 꼴찌는 탈출해서 좋아!
악! 프리드, 나에게 미사일 좀 그만 날려! 미사일이 떨어지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새파란 바다색 눈동자. 놀라면 눈동자가 2배!
게임에서 졌지만 그래도 꼴찌는 아니야. 그거면 된거 아닌가요?
내가 1등! 비록, 웬 건방지고 재수없는 보라빛 소년이 나를 집중타깃으로 온갖 무기들을 날려댔지만 난 운명을 헤치고 꿋끗하게 내 승리를 쟁취했지. 내가 결승점을 통과할 때 소년이 떡 벌어진 얼굴로 침을 흘리다가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니 정말 통쾌하기 짝이 없었어!
게임 꼴찌는 오늘도 웁니다. 훌쩍....
사랑하는 나의 제자 작은 프란츠. 선생님이 가까운데서 텔레비전 보면 눈 나빠진다고 했잖니? 뒤로 오렴.
선생님, 이거 봐요! 스트라이크를 맞췄어요 스트라이크! 제가 1등이에요!
순수하게 기뻐하는 제자의 모습이 보기 좋은 스승님. 문득 전생에 자신과 소풍을 간, 자신이 사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해맑게 웃던 통통한 12살 소년의 모습이 보여 귀엽다. 작은 프란츠, 너는 어른이 되어서도 작고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이러니 너가 늘 다른 심들에게 사랑받는 거 아니겠니?
더 놀고 싶다는 아이들을 간신히 재우고 잠시 짬을 낸 음악가들은 피아노 건반이 아닌 자수틀을 잡고 각자의 작품에 열을 올린다.
X팔 눈깔 아파 죽을맛이네! 이런 걸 대체 왜 좋다고 하는거야? 중얼거리며 불만을 내뱉었으나 한편으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을 완성해보기로 다짐한 베토벤.
아야! 바늘에 찔리면 심이나 인간이나 아파. 그의 자수틀은 붉은 실이 아닌 붉은 피로 물들었다. 피로 물든 자수라. 잘 하면 값 쳐주려나?
바늘에 손을 찔렸다면? 고전적인 응급처치법을 써주세요. 손가락을 쪽!
어이 쇼팽, 부끄러워 하지 말고 네 녀석도 어서 들어와! 남자끼린데 뭐 어때? 물 진짜 따뜻하고 좋다.
쇼팽: 꺅!(?) 왜 수영복을 안 입고 다들 알몸으로 있는거죠? 아무리 우리가 볼 만한 거(?) 다 본 사이지만.... 알몸으로 남에게 거시기를 보여주는 건 너무 상스럽잖아요!!
그럼 네놈은 수영복 입고 들어오든가.
아무말 없이 따뜻하고 향이 좋은 스파물에 온몸을 맡겨본다. 기분 좋고 평화로워. 그 어떤 안단테 빠르기로도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할 수는 없을거야. 잠깐 근데 루이, 너 주변에서 녹색 거품이 일고 있어. 방귀꼈구나?
방귀 냄새를 감춰보기 위해 손으로 대충 물을 휘적. 부질없는 손동작.
모차르트: 친애하는 프리드. 너 왜 몸을 떨고 있어? 왜 식은땀을 흘리는거야? 물이 노란색인데 설마....?
쇼팽: 알면서 묻지마....따뜻한 물 속에서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단 말이야....
모차르트: 세상을 놀라게 할 위대한 소년이자 나의 사랑하는 친구 루이. 어깨 근육이 참 넓구나? 너의 팔 근육은 전생에서도 매우 단단하고 힘이 세기로 유명했었지. 한번 만져봐도 돼? 잠시만 기대보자. 민트향이 너무 시원해서 기분 좋아.
베토벤: 네놈의 장난과 수작질은 전생에서도 매우 유명했지. 상스러운 농담만 해대는 난봉꾼 천재. 그렇다면 나도 자네식으로 답해 주겠네. 자네 가슴 한번 만져봐도 되나? 복숭아향이 기막힌데.
심들은 모두 한마음!
그들만이 통하는 그들식의 장난을 본 각자의 연인들은 매우 분노합니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정도가 있지! 쟤는 내꺼야! 내 물건(?)에 손대지마.
자 아가야 저런 상스러운 건 교육에 좋지 않아요! 아저씨랑 과자먹고 어린이 체조 비디오나 보자꾸나!
베토벤: 갑자기 몸이 어지럽고 좀 피곤하네.... 어디 기댈 곳 없나?
연애 고자인 당신도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심에게 수작 걸어보기 1권.
F. Liszt 저자.
베토벤: 질투하지 마라. 물론 질투하는 너의 모습도 귀엽지만, 내 연인에게 신뢰 하나 받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는 너가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너라는 건 너가 제일 잘 알지 않느냐? 나의 영혼을 가져간 자.
모차르트: 뭐? 머리가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이발소를 가야하는데 갈 시간이 부족하다고? 걱정마 프리드. 내가 너의 머리를 잘 다듬어줄게. 나는 이래도 아침마다 내 머리를 고데기로 직접 손질한다고!
그냥 나처럼 머리를 기르고 다니는 건 어때? 기르는 것도 좋아. 사람들은 내 머리카락이 천사의 황금빛 머리카락이라며 좋아하는 걸?
쇼팽: 이상한 소리 말고 잘 잘라주세요. 성격이 드럽게 까탈스럽고 신경질적이라고 욕먹는 저 같은 병약한 천사는 천국에서도 받아주지 않을걸요?
이쪽 머리가 기니 여길 좀 자르고, 어 너무 많이 잘랐네? 그럼 여기도 살짝....
와 X됐다! 프리드가 거울을 보면 날 생매장 시킨다고 난리를 쳐도 할 말이 없겠군. 거울이 없어서 천만 다행이야! 복구 마법 발동!
모차르트: 짠! 이 스타일 어때? 머리를 묶은 모습이 매우 귀여워!
쇼팽: 당신을 토막내서 바다에 상어밥으로 던져버리기 전에 원래대로 복구 해 주시죠?
친애하는 루이, 내가 예쁘게 새로 화장해줄께. 화장을 하면 외모가 남자든 여자든 몇배는 더 잘생겨보인데! 아마 인기도 올라갈걸?
베토벤: 어때 이런 화장이면 과연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모차르트: 음....주목을 받긴 할거야. 다른 의미로....
결국 부랴부랴 마법을 써서 화장을 지우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주었다. 저렇게 화장이 안 어울리는 외모라니! 매일 그를 화장시켜 무대에 올려 보내는 루이의 스타일리스트에게는 월급을 2배로 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불쌍해!
하지만 루이는 거울을 보더니 화장이 아주 잘 먹었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대체 어디가 달라진 거지? 아무튼 루이만 행복하면 좋은거겠지?....
주님. 오늘도 여기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심이 소중한 머리카락을 희생당했습니다. 부디 애도를.
모차르트: 짜잔! 어때? 전생에 사람들이 그려준 너 초상화랑 아주 똑같지? 똑같잖아! 풉....뭔가 이렇게 보니 진짜 스파게티를 얹은 버섯같네.
모차르트: 어....슈? 진정하고, 일단 그 면도칼을 내 목에서 살짝만 떼어줄래? 알았어! 머리카락은 복구 마법으로 언제든지 돌려놓을 수 있단 말이야!
다들, 카드게임에서 장난질하다 걸리면, 손목 날아가는 거 알죠? 피아니스트에게 손목은 목숨이나 다름없죠. 자 게임 시작할까요?
슈베르트: 에이, 또 도둑이야? 맨날 나만 걸려....
누가 그러는데 행복은 절대적인게 아니라 상대적이래. 어떻게 살든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된거 아니겠어? 어떤 인생이 펼쳐지든,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거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울고 웃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견뎌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