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먹자 / 나나오 사카키 / 한성례 번역
정말이야 아이들아
신은
비행기를 위해 하늘을 만들었고
관광객을 위해 산호초를 만들었고
농약을 위해 밭을 만들었고
댐을 위해 강을 만들었고
골프장을 위해 숲을 만들었고
스키장을 위해 산을 만들었고
동물원을 위해 짐승들을 만들었고
교통사고를 위해 자동차 만들었고
유령이 춤추라고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었고
로봇이 춤추라고 인간을 만들었다
아이들아 괜찮다
우물은 마르지 않는다
보렴 저녁놀이다
밭에 해바라기
하늘에 고추잠자리
누군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별을 먹자
- 『다층』(2022년 봄호)
* 나나오 사카키(1923~2008)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독특한 방랑자, 자연을 지키는 활동가, 가수, 시낭송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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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 봄호에서 오래만에 다시 만난 "나나오 사카키", 반가운 마음에 그의 "별을 먹자"를 시편지로 띄웁니다.
"쓸모없는 말 할 시간 있으면 / 책을 읽어라 // 책 읽을 시간 있으면 / 걸어라 산을 바다를 사막을 // 걸어 다닐 시간 있으면 / 노래하고 춤춰라 // 춤출 시간 있으면 / 입 다물고 앉아 있어라 // 경사스러운 / 헤노헤노모헤노 / 독자 여러분"(「헤노헤노모헤노」전문)
나나오 사카키의 시집 『우리 별을 먹자』(한성례 번역)를 열면 제일 처음 나오는 시가 바로 "헤노헤노모헤노"이지요.
오노 요코는 알아도 일본 시인을 별로 잘 알지 못하지만, 죽어가는 지구별을 생각하면 그래도 떠오르게 되는 시인이 바로 나나오 사카키입니다.
지구가 고향이니 따로 고향을 두지 않았던 나나오 사카키,
한성례 시인의 말을 빌리면 그는 현재 "2008년 85세로 이생에서 거처를 옮겨, 이 '지구A'와는 다른 공시적(共時的)인 시간 '지구B'의 '드림타임(Dreamtime)'에 살고 있"고 그가 "발로 걸어서 기록한 모든 것들, 그의 삶의 궤적 하나하나는 모두가 시가 되었다"고 하지요.
"별을 먹자"
다 읽으셨는지요?
제가 따로 말을 보탤 필요가 없겠지요. 췌사가 될 게 분명하니 말입니다.
쓸모없는 말 할 시간 있으면 책을 읽으라는 말
책 읽을 시간 있으면 산과 바다를 걸으라는 말
기억해야지 기억해야지
하면서 또
어느새 까마득히 잊고 삽니다. 잊고 살 겁니다.
2022. 4. 11.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