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밀어 주는 소년
스포완 강 둘레길을 산책한 후 꼭 들리는 곳이 있다.
스포완 공원에 인접해 있는 두구동 동네 목욕탕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항상 욕객들로 붐빈다. 금정구청에서 스포완을 이용하는 구민들과 두구동 주민들을 위해 2년전쯤에 문을 열었다.목욕료도 3천원으로 시중의 절반 값이다.
그렇치만 비싼 사우나 못지 않게 충분히 즐기고 나온다.
겨울에는 매서운 강바람에 굳어진 몸을 대우러 매일들린다..
지난 겨울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산책을 끝내고 이 목욕탕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혼자 떼수건으로 등을 밀고 있을 때였다.
등뒤에서 남자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등밀어 드릴까요"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pubic hair가 어린 싹처럼 보드랍게 돋아나는 것으로 보아 중학 1~2학년생 같아보였다. 성의가 고마워 "그래 좀 밀어 줄래" 말하고 말았다.
타올을 받아든 소년은 바짝 붙어 거리낌없이 서로 피부를 스쳐가며 떼를 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의 가슴은 감동의 맥박이 뛰었다.
제자식 귀하게 여기는 세상에 이런 일 하라고 시킬
부모가 과연 누가 있을까. 나로써는 어린 학생의 고마움을 거절 할 수 없었다.
중학생이라 그런지 손목 힘이 제법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숙달된 솜씨로 정성껏 밀었다.
너무 시원해 지긋이 눈을 감았다.그러자 두 아들 대리고 목욕다니던 옛 생각이 스쳐갔다.
작고 부드럽던 몸을 요리조리 씻겨주었던 일과 뺨이 볼그스레 물던 두 아들에게 아이스크림 물리고 집으로 걸어오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3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다.
아들 둘은 40을 향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어린학생 덕분에 오랫만에 헤어져 살아온 가족의 그리움을 느껴보았다.
학생이 기특해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데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혹시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어느 독실한 기독교 신자아들일까 아니면 교편 잡고있는 어느 성실한 선생아들일까 하여 물었다.
"혹시 부모님 교회나가시나"
"아네요"
뭐하시는 분인가.
"조그만 중소기업에 다녀요"
"다른사람두고 하필이면 왜 내 등을 밀어주고 싶었나. 할아버지가 불쌍해 보였던 게로구나"
"뒤에서 보니 어르신허리가 많이 안좋은 것 같아서요"
쪼그려 앉아서 불편하게 몸 놀리는 것을 본 모양
이었다.
"할아버지 불편한 것도 찾아내고 심성이 참 착한 학생이구나"
"아닙니다"
"아버지와 함께 올때 아버지는 가끔 동네
어르신들 등밀어 드리곤 했어요. 어릴때부터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던요"
"네아버지가 훌륭한 분이구나."
이웃사랑은 말과 믿음으로 되는 교육이 아니다.
어릴때부터 부모곁에서 직접 보고 배워야 한다.
부모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세삼 깨닫게 한다.의인과 악인은 부모교육에서 시작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가정교육 중요성을 외친다.
양들보다 항상 앞서가서 풀밭을 찾고 마실 샘물을 찾아주며 편애없는 사랑으로 양들을 보살피는 자가 목자들이다.그들은 입으로만 봉사하면 양들이 정신병에 걸리던지 굶어 죽고만다.
안식년동안 세계일주하며 공부하는 신부들도 있지만 미화원이되고 택시기사가 되어 이웃에게 직접 봉사하며 사랑을 체험하는 목자들에게 감동하는 이유가 있다.
야고보도 "시작은 믿음이요 믿음의 완성은 실천"이라 말씀하셨다.
이천년 전 비천하던 그 시대를 배경한 신앙언어로 엮어진 성서위주의 교리교육으로는 신자들 마음을 열수가 없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나이 들어가니 믿음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간다.
믿음은 저 세상가서 써 먹을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살아 갈 동안 이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만드는데 필요한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하느님을 전혀 모르는 이 학생도 가정의 목자인 그의 아버지로 부터 이웃사랑하는 법을 체험으로 배운
것이다.
두 아들에게 이웃사랑법을 가르쳐 주지 못했던 내 젊은 날을 늦게사 후회해 본다.
믿음은 실천하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공염불에 불과하다. 하느님께서도 항상 믿음만을 강조하는 자와 실천하지 못하고 저 높은 곳만 바라보는
나같은 자를 아주 싫어할 것같다.
아버진 깨달음이 늦었지만 "믿음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이웃사랑을 베푸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이제와 두 아들에게 속삭이고 싶다.
/뉴질에서 에발도
첫댓글 감사 합니다. 행복 하십시오.
아직까지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아요.계절이 바뀔때마다 몇번 남았는지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며 남은 인생을 보람되게 살려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실상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네요. 산사에 사는 스님들도 나이가 들면 자연속에 모든 법과 이치가 있다고 깨닫는데 60년 신앙생활에서 하느님 말씀만 듣고 살다보니 신앙에대한 아집만 키워왔습니다.행동안하는 목자들로 부터 성서이야기는 지겹도록 들었지요. 추운날씨에 파지줍는 할매들 전철역주변에 채소파는 할매들 같은 불쌍한 분들을 사랑할 나입니다 헌금 반만 줄이면 채소가격에 일이천원 더 얹어주면 그분들도 나도 하루가 행복해집니다.이것이 사는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