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변호텔> 홍상수 감독, 드라마, 95분, 2018년
홍상수 감독의 흑백영화다.
죽음의 두려움을 느낀 시인이 아들을 부르고, 실연한 여인이 선배를 부른다.
사람들은 저마다 외롭다.
시인은 자신의 마지막 시 '이카의 아이'를 두 여인에게 낭송하고 홀로 죽는다.
사랑하고 버림받고 죽지만 사랑을 옹호하는 노시인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픈 사랑과 진실을
표현한다. 흑백이라는 대비의 공간에서 '이카의 아이' 시는 주유소 청년으로 끼어들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꿈과 사랑, 혹은 진실의 질식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강변이 눈으로 덮였을 때 그것은 이카의 공간이 된다.
잔설이 눈에 잘 들어왔다.
아래는 이카의 아이라는 시다.
눈이 옵니다
이카라는 조직이 생겼고 사람들은 이유 없이 그들에게 조종 당합니다
안 속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속한 사람들은 이유가 없답니다
이카라는 조직은 이사를 못하게 합니다
이사를 하는 건 철저히 그들만의 권한입니다
이카의 일원이 되면 이사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눈이 오는 날
두 여인이 작은 남자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어린 아이지만 덧니가 있고 덧니가 밖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름답긴 매한가지 입니다
사람들은 차차 덧니 아이가 귀한 아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는데도 떠나지를 못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가고 싶은데 아이는 옆의 사람들한테 너무 매력적입니다
이카가 그 아이를 그냥 거기 두기를 원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만족 시키는 이 아이를 여기 두기로 한 겁니다
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가지 못하자 아이가 그곳에서 어둡게 크기 시작합니다
쑥쑥크고 아이는 이제 벌써 컸습니다
얼굴은 좀 시커멓고 눈은 부리부리합니다
원래 아이의 모습은 남아있는지 자신이 없습니다
너무 다르고 슬픕니다 지금의 모습에
이카는 잔인합니다
아이는 그런 모습으로 기름을 넣고 있습니다
석탄을 채굴하는 사람처럼 기름을 넣고 있습니다
너무 외롭고 황량한 곳에 혼자 그 기름 호스를 들고 서 있습니다
눈이 옵니다
= 시놉시스 =
강변의 호텔에 공짜로 묵고 있는 시인이 오랫동안 안 본 두 아들을 부른다.
아무 이유없이 죽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부른 거다.
한 젊은 여자가 같이 살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후 강변의 호텔에 방을 잡았다.
위로를 받으려 선배 언니를 부른다. 다들 사는 게 힘들다.
그 강변의 호텔에서 하루는 하루가 다인 양 하루 안에서 계속 시작하고 있고,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