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산(五音山, △929.4m)
오음산(五音山, △929.4m)은 산새들이 많고 봄이면 팥배나무와 들꽃이 만발해 옛 산의 모습
을 간직한 풍치있는 산이다. 주변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정상 봉우리에는 삼각점이 있다.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산의 양쪽에는 큰삼마치·작은삼마치가 있
다. 다섯 장수가 나면 재앙을 입는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장수가 나지 못하게
산등에 구리를 녹여 붓고 쇠창을 꽂자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오르며 다섯 가지의 울음소리가
사흘 밤낮에 이르더니 주인 없는 백마 세 마리가 고개를 넘어 어디론지 사라졌다 하여 산은
오음산, 고개는 삼마치(三馬峙)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지명)
▶ 산행일시 : 2017년 6월 17일(토), 맑음, 더운 날씨
▶ 산행인원 : 20명(버들, 영희언니, 모닥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더산, 온내,
산정무한, 수담, 두루, 향상, 대우, 구당, 해마, 해피, 오모육모, 대포, 메아리)
▶ 산행거리 : GPS 거리 18.3km
▶ 산행시간 : 9시간 27분
▶ 교 통 편 : 24인승 버스 대절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24 ~ 08 : 29 - 행정리(杏亭里) 마을회관, 산행준비, 산행시작
09 : 05 - 송전탑
09 : 31 - 감투봉(△636.7m)
10 : 26 - 706.2m봉
10 : 55 - 896.5m봉
11 : 15 - 오음산(五音山) 동봉(921.7m)
11 : 30 ~ 12 : 05 - 군사도로 산모롱이, 점심
12 : 37 - 680m봉
13 : 11 - 589.1m봉
13 : 43 - 작은삼마치
14 : 56 - △739.4m봉
15 : 33 - 714.6m봉
15 : 46 - 만대산(萬岱山, 680.1m)
16 : 32 - 묵방산(墨坊山, 611.4m)
17 : 12 - 444.7m봉
17 : 56 - 꽃골다리(花洞橋), 꽃골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18 : 12 ~ 20 : 25 - 홍천, 목욕, 저녁
21 : 56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영진지도에 표기된 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와 조금씩 다르다)
2. 만대산 정상에서(맨 뒷줄 왼쪽부터 두루, 산정무한, 대우, 더산, 모닥불, 해마 , 그 앞줄
왼쪽부터 메아리 대장, 스틸영, 온내, 향상, 대포, 수담, 대간거사, 버들, 한계령, 맨 앞줄은
악수, 오모육모, 영희언니 찍음, 구당과 해피는 중간에 탈출)
3. 오음산 동봉에서 조망, 오른쪽 멀리는 관심산(489m)
▶ 감투봉(△636.7m)
분명 내게 추읍산의 정기가 작용했음이다. 제2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안에서 세상모르고
자다가 양평휴게소 가기 전 추읍산이 보일 때쯤에 저절로 깬다. 반갑다. 차창 밖 산릉 너머
둥두렷이 떠오르는 추읍산의 윤곽선이 오늘은 흐릿하다. 미세먼지 탓이다. 오늘 날씨의 전조
이기도 하다.
행정리 마을회관. 오늘 오음산 산행의 들머리다. 행정(杏亭)은 어디에 있는가? 예전에 마을
에 은행나무가 많아서 행정리라 불렀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로 예전에 살구나무 정자가 있
었다고도 한다. 지금은 다만 이름만 남았다. ‘행(杏)’은 자주 후세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행단(杏壇)이 대표적이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 단에서 제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곳이라
고 하며, 흔히 향교나 학교를 ‘행단’이라고도 한다. 향교 주변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많고 서
울 문묘의 명륜당 앞에 두 그루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59호) 있는 것도 그에 연유한다.
그런데 ‘행단(杏壇)’의 ‘행(杏)’은 은행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라고 한다. 행단은 지금은 산
동성 곡부에 위치한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공부(孔府)’ 안에 있다고 한다. 그 앞에는 지금
아주 작은 살구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고, 이 나무 옆에는 꽤 큰 나무였을 것으로 보이는 그
루터기가 남아 있어 오래 전에도 이곳에 살구나무가 살았다는 증거라고 한다.(강판권, 『선
비가 사랑한 나무』)
마을 고샅길은 농로로 이어지고 산기슭 개망초밭으로 변한 묵밭을 지난다. 예전에는 더덕밭
이었다. 개망초꽃도 이쯤이면 볼만한 화초요 장관이다. 하기는 광주 남종면 귀여리에 위치한
팔당호반의 21만여 평에 달하는 물안개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난만한 개망초 꽃밭이다.
개망초 꽃향기가 그윽하다.
덤불숲 헤치고 생사면 올려친다. 긴 한 피치 올라 능선이다. 잘 난 등로가 앞서간다. 감투봉
은 그 이름에 걸맞게 감투처럼 뾰쪽하게 솟은 봉우리다. 비지땀 쏟으며 그렇게 오른다. 초대
형 송전탑을 지난다. 이 송전탑을 세우려고 자재를 운반한 운재로(運材路)가 나온다. 능선
마루금 절개지가 높아서 운재로를 따라 산모롱이로 돌고, 그늘에 들어 첫 휴식한다.
타는 목마름을 (해피 님이 공수해온) 덕산 명주인 탁주로 달랜다. 운재로는 왼쪽 사면 돌아
내려가고 우리는 산모롱이 사면 치고 올라 능선 잡는다. 한 피치 올라 감투봉 정상이다. 흙
쓸어 판독한 삼각점은 ‘홍천 308, 1988 재설’이다. 조망은 사방 나무숲 둘러 볼 것이 없다.
그래도 벤치가 2개나 있다.
4. 제2영동고속도로 가는 도중에 차창 밖으로 본 추읍산
5. 추읍산
6. 더덕밭이 더덕을 수확하고 나서 개망초밭으로 변했다
7. 개망초밭
8. 감투봉 오르는 도중 남쪽 조망, 멀리 오른쪽이 소군산(?, 488m)
9. 명품 소나무와 더산 님, 소나무 앞에 ‘명품 소나무’라는 팻말이 있다
10. 멀리 가운데가 관심산
▶ 오음산(五音山) 동봉(921.7m),
감투봉 북서쪽 능선 쪽 내리는 길은 오를 때처럼 그렇게 가파르지 않다. 오솔길이다. 등로 주
변에 띄엄띄엄 있지만 아름드리 소나무가 꽤 볼만하였는데 명품 소나무를 본다. ‘명품 소나
무’라고 쓴 팻말이 있다. 이 소나무가 속세에 있다면 당연히 천연기념물의 대접을 받지 않을
까 한다. 가파른 오르막이 나오고 고정 밧줄을 잡고 오른다.
706.2m봉 넘고 완만한 오르막이다. 좌우 사면의 분위기도 썩 좋다. 천종산삼이라도 나올 듯
하다. 수대로 사면을 누비며 간다. 어느덧 세월의 무게인가. 나 또한 열심히 훑었지만 빈 눈
이다. 이럴 진데 마치 내가 더덕 한 뿌리라도 꼬불치지나 않았는지 의심받곤 하는 건 어쩌면
도리어 고마운 일이다. 896.5m봉. ‘SEOUL MOUNTAIN’ 산악회에서 ‘무명봉’이라는 표지판
을 달아놓았다. 무명봉이 봉우리 이름인 줄 알겠다.
북쪽으로 방향 튼다. 울창한 숲속 길이다. 야트막한 안부에 ╋자 갈림길이 나 있다. 오른쪽이
등산로(군부대)다. 우리는 오음산을 들르려고 여러 표지기들의 안내로 직등한다. 곧 군부대
의 엄중한 철조망과 맞닥뜨린다. 주변을 사계청소 하여 모처럼 숲 위로 머리를 내밀게 되고
조망이 트인다. 미세먼지로 원경이 흐릿하다.
철조망 따라 왼쪽 사면을 돈다. 인적은 뚜렷한데 바위에 걸리고 나무뿌리에 걸리고 철조망에
걸린다. 등로가 여간 사납지 않다. 선두에서 그만 돌아가시라는 외침이 들리고 발길을 뒤돌
린다. 길이 끊겼다고 한다. 그러면 이 인적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그들도 이렇게 뒤돌아
갔을 것이라고 한다. 차라리 잘됐다. 훌륭한 핑계다. 오음산 동봉(921.7m)에서 오음산 정상
까지는 편도 450m나 된다. 그것도 고도 100m 정도 가파르게 떨어져 내렸다가 다시 그만큼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오른쪽 사면을 도는 ‘등산로(군부대)’로 간다. 길 좋다. 군부대 정문을 지나고 군사도로가 등
산로다. 군사도로는 능선과 이웃하며 산굽이 돌고 돈다. 산모롱이 그늘진 곳 골라 점심자리
편다. 날이 덥다보니 입맛이 도통 없고 탁주나 얼음물만 들이켠다. 물배만 잔뜩 불렀다. 온내
님이 미군 전투식량을 가져왔다. 주 메뉴는 파스타인데 여러 가지가 들어 있다. 못 보던 음식
이라 너도나도 이것저것 맛을 보니 정작 온내 님은 점심이 크게 부실했으리라.
747.0m봉을 길게 돌아내려 군사도로는 남쪽으로 방향 틀고 우리는 수직의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680m봉 내리막에서다. 산정무한 님이 교통정리하고 있다. 직진은 골로 가는 길이라
며 왼쪽 사면으로 돌아내리라고 한다. 대다수가 그리로 갔다. 나는 웃고 말았다. 즐거워서다.
왼쪽 사면을 돌아내리면 곧바로 골로 간다. 아니나 다를까 선두로부터 ‘빼~액’ 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들은 대트래버스 하여 능선을 잡는다.
후미였던 내가 당분간 선두그룹에 낀다. 능선은 봉봉마다에서 잠시 주춤하고 쏟아져 내린다.
중앙고속도로 삼마치터널이 지나는 △555.9m봉을 저 멀리 질주하는 차량들의 굉음을 들으
며 넘는다. 이 다음 565.7m봉(‘화염병 제조, 투척훈련장’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내리막은 엄
청 가파르다. 갈지(之)자 무수히 그리며 내린다. 바닥 친 안부가 좌우로 군사도로가 지나는
작은삼마치다.
11. 가운데가 성지봉(787m)
12. 오음산 동봉에서 철조망 따라 왼쪽 사면을 돌다가 서쪽 조망
13. 멀리 가운데가 관심산
14. 오른쪽 골짜기는 작은삼마치에서 남쪽으로 내리는 어둔리 쪽이다
15. 오음산, 이 근방 맹주다
16. 오음산, 오른쪽 약간 솟아오른 산은 매화산(?)
17. 가운데가 매화산(?), 한강기맥 금물산 내린 수리봉일까?
18. 오음산과 지나온 능선
▶ 만대산(萬岱山, 680.1m), 묵방산(墨坊山, 611.4m)
‘小三馬峙, 1974.11. 개통, 제1107 야전공병단’이라고 새긴 표지석이 있다. 1974.11월이면
내가 대한민국 육군의 기세등등한 일병 때이니 내 동기들이 개통했다고 하여도 무방하다.
삼마치는 소삼마치 반대쪽인 오음산 남서쪽에 있다. 만대산 가기 전 △739.4m봉 오르는 길
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가파른 오르막을 엎드려 뜨거운 지열을 한껏 쐬며
간다.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하니 더 덥다.
암릉 잠깐 지나고 긴 오르막이다. 구당 님과 해피 님은 이 오르막 도중에 탈출하였다. 해피
님은 구당 님이 정강이를 다쳐 누군가가 부축해야 했으니 둘이의 탈출은 최선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 수 없다.
등로 벗어나 오른쪽 벌목한 사면에 들러 이 근방 맹주인 오음산과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
다. 걸음걸음 달라지는 모습이다.
△739.4m봉. 하늘 가린 숲속이다. 오래 휴식한다. 삼각점은 ‘홍천 307, 1988 재설’이다.
이제 큰 오르내리막은 없다. △739.4m봉 내리는 길. 외길이다. 두 곳의 암릉을 지난다.
714.6m봉 넘고 완만하고 긴 오르막이다. 그 끝이 만대산 정상이다. 재작년 늦가을 날에 올랐
던 터라 낯익다. 만대산은 한강기맥 산행교통의 요충지다. 산행표지기가 즐비하게 달렸다.
오음산 동봉에서부터 우리와 함께 온 한강기맥은 만대산 정상에서 오른쪽 응곡산(응골산,
577.8m)으로 가고 우리는 직진한다. 몇 걸음이나 더 갔을까. 독도주의 구간이다. Y자 능선
이 나오고 다수는 오른쪽으로 잘못 갔다가 트래버스 하여 주능선 잡는다. 나는 이번에도 그
다수에 끼지 않았다. 북진한다. 잔봉우리 넘고 넘는다.
묵방산. 정상은 소나무 한 그루 서 있고 민둥하여 땡볕이 작열한다. 조망은 별로다. 공작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 보일뿐이다. 거목의 소나무 숲길을 자주 지난다. 그 기운 받아 스퍼트
낸다지만 오르고 내리는 숱한 나지막한 봉우리들이 진을 뺀다. 564.0m봉, 444.7m봉, 376.7
m봉, 361.5m봉. 여기서 녹아난다. 어기적어기적 걷는다.
산기슭 덤불숲 뚫어 고추밭에 이르고 삼포 지나 대로의 농로를 간다. 성수리천을 화동교(花
洞橋, 꽃골다리)로 건너고 꽃골 버스승강장이다. 산행종료. 등산화부터 벋는다. 개운하다 말
을 다할까. 작은삼마치 지나 탈출한 구당 님과 해피 님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진작 홍
천 동면에 와 있다는 전언이다. 홍천 가는 길목이다. 그들은 멋있는 센스쟁이다. 시원한 맥주
와 환타(지금 이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사들고 우리가 지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19. 오음산과 북쪽 능선
20. 관심산
21. 매화산(?)
22. 묵방산에서 바라본 공작산
23. 묵방산 내리면서 바라본 오음산
24. 묵방산 내리는 등로 주변
25. 꽃골(花洞)이 가까운 하산 길
첫댓글 지나고 나니 추억이고 모두 것들이 멋져보입니다.중독성~약인가?
수고많으셨습니다.
다들 더위에 힘들어 했네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우중산행이 그리워요.
지나고 나니 추억이다....그렇네요, 그날은 바람한 점 없는 더위에 녹아났었는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해 어느 여름날 오후 산행 !
마냥 가파른 오름길에
뚝뚝 떨어지는 땀을 보면서,
내가 이 여름날 산행에
무너지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오음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악수형님 산행기를 보면서
그 시간들이 그리워집니다 !!!
그러니 여름에도~
더우나 비오나 태풍불어도
무조건 오지로 오지로 쭉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