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禮記> 곡례 뒤로 게송이 있다 남과 다투면 이기려고 하지 말고 나눈 몫이 많기를 구하지 말며 일이 의심난다 캐묻지 말고 반듯하되 애써 있는 체하지 말라 흔무구승很毋求勝 분무구다分毋求多 의사무질疑事毋質 직이물유直而勿有
재물財에는 두 가지 뜻이 들어 있다 첫째는 물질의 세계 돈貝이고 둘째는 타고난 재능才이다 재능은 타고났다고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갈고 또한 닦음이다 재물은 애써 벌기도 하지만 선대로부터 물려받기도 한다 은근히 자랑하는 것이 돈이지만 애써 숨기려 하는 게 곧 돈봉투다 자칫하면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주 재才 자는 손 수手 자와 닮았다 재주才는 땅속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싹을 표현하기에 곧 싹이며 그래서 쓰는 말이 곧 '싹수'다 예능과 스포츠가 바로 이에 속한다 타고난다지만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씨앗을 뿌림이 질료인質料因이라면 싹을 틔우고 줄기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애써 돌봄이 보조연補助緣이다 그리하여 알찬 열매果를 거두기에 이를 한데 묶어 인연과因緣果라 한다
이처럼 땀과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를 함부로 넘본다면 그는 큰 잘못이다 돈 앞에서 구차하게 챙기는 것은 남의 둥지를 빼앗는 뻐꾸기와 같다 집을 짓는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애써 지은 남의 집에 알을 낳아 알에서 깨어나 큰 새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모두 빼앗는 뻐꾸기다 새의 울음이 구슬프게 들리는 게 성장한 뻐꾸기의 참회진언이 아닐까
힘들고 어렵다고 하여 물러서는 것은 여름 내내 피땀 흘려 가꾼 농작물을 단지 힘들고 어렵다는 핑계로 일거에 훌쩍 던져버림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범립본 <명심보감>에서는 곡례曲禮 시를 이끌어 읊조리고 있다 돈 앞에서 구차하게 챙기려 말고 어려울 때 구차하게 피하지 말라 임재무구득臨財毋苟得하고 임난무구면臨難毋苟免하라
눈 설雪에 담긴 뜻은 눈, 흰색과 함께 고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글자다 설雪은 비 우雨와 살별 혜彗가 하나로 결합한 모습인데 혜彗가 획수가 너무 많은 관계로 돼지머리 계彐 자로 바꾸었다 계彐 자는 눈 결정의 상징이라 한다 빗물雨이 눈 결정彐으로 바뀜이 겨울을 하얗게 장식하는 눈雪이다 고결한 눈雪이 온 산야山野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