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9절(정권수립기념일)을 앞두고 외부와 손전화(휴대폰) 통화 단속 등 국경 지역에서 주민 통제를 강화한 이후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대처도 더욱 엄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월 들어 북한 당국이 탈북자에 대한 무관용 처벌 방침을 천명한 이후 북중 국경을 담당하는 경비대에 일가족이 체포되고,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보위원들에 의한 비인격적 대우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중순 양강도 보천군에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려던 일가족 4명이 체포돼 경비대를 거쳐 도 보위부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가족 일행은 20대 부부와 돌이 지난 아기, 시동생까지 총 4명으로 탈북을 방조하기로 약속한 경비대의 안내를 받아 강을 건넜지만, 이를 발견한 다른 초소 경비대원들에게 적발돼 체포됐다.
소식통은 “도강을 도와주던 경비대원은 혜산에 있는 보위소대에서 취조를 받고 있고, 일가족 4명은 양강도 보위부로 이송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탈북자 발생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경경비대를 보충하고, 경비대원들이 돈을 받고 탈북을 묵인하거나 돕는 행위를 강하게 처벌해왔다. 이 때문에 도강 및 탈북비용이 수 천만 원 까지 상승해왔다. 이번 사례도 국경경비대가 이전처럼 탈북 알선을 조직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 차원에서 진행하다가 동료 경비대원에 의해 발각된 경우이다.
북한 당국은 경비대원 간에 상호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동료 경비대원을 밀고하면 즉각 입당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를 앞둔 군인들은 입당 약속에 귀가 솔깃해진다고 한다.
함경북도에서는 북송된 탈북자 3명이 열차를 통해 관할 지역으로 이송되면서 해당 보위원들에게 ‘반역자’ 취급을 받는 장면도 목격됐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8월 말 경에 중국서 붙잡혀온 가족 3명이 호송되는 기차에서 승객 중 몇 사람이 이들에게 말을 걸자 보위원들이 이들에게 ‘반역자들에게 왜 말을 거느냐’며 거칠게 저지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전기 사정으로 열차가 멎어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도 좀 누그러져서 도강자들에게 물어 보니 ‘보위원들이 먹을 것을 주지 않아 너무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면서 “가지고 있는 꼬부랑 국수(라면)를 생으로 줬더니 보위원 눈치를 보면서 어린 아들과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들어 보니 이 가족은 중국에서 10년을 살았고, 거기서 태어난 7살 된 아들도 있는데, 아내가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잡혀서 가족이 전체 북송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달 28일 청년절 모임에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원들을 모아 놓고 한국행을 시도한 형제를 등장시켜 비판하는 사업까지 진행했다”면서 “이 청년들에게는 원수님의 은혜를 배반해 짐승만도 못한 자들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두 형제는 세 번의 탈출 시도만에 한국행에 성공한 누나를 따라 중국을 건너가 라오스를 통해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公安)에 붙잡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들은 이러한 통제와 단속이 9.9절을 준비하는 시기와 겹쳤다며 9월이 지나야 (통제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이 외국 정상들까지 초청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9.9절을 앞두고 탈북을 시도한 것은 정치적 범죄로 간주될 것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