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의 급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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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단 면벽입산 (面壁入山)
이 부류는 바위타기를 즐겨 하느니라.
틈도 없는 바위에 온 몸을 비벼 넣으려는 듯,
바위가 무슨 애인이라도 되는 듯,
안고 할키고 버팅기고...
바위를 상대로 온갖 퍼포먼스를 하느니라.
특징 : 이 때쯤이면 산쟁이는 대학졸업할 때까지
책 열권도 못 봤단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느니라.
▶ 2단 면빙입산 (面氷入山)
이 부류는 날씨가 추워지기를
학수고대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얼음도끼와 쇠발톱을 꺼내 놓고 폭포가
얼어붙기를 축원하다가,
결빙되었다는 소식만 들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얼음에 몸을 던지는 때이니라.
특징 : 빙판 길에 가족이 넘어져 다쳐도
겨울은 추워야 된다는
주장을 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 3단 합계입산 (合計入山)
이 부류는 8급부터 시작하여 면벽과
면빙수도를 끝낸 후,
조갈증이 나서 더 높고 어려운 산이 없나를
모색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산에 관한 정보가 있는 외국원서를 번역한다고
평소 안하던 공부를 하는 시기가 되느니라.
특징 : 산병 중증 환자로,
저 스스로 격리되어 운수납자 흉내를 내어
고행길로 들어서게 되느니라.
▶ 4단 설산입산 (雪山入山)
이 부류는 드디어 설산인 히말라야로 떠나게 되느니라.
생즉필사요 사즉필생이라,
설산을 대상으로 알 듯 모를 듯 비장한 출사표를
내고 도전하는 시기라.
특징 : 설산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돌아왔다는 소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느니라.
▶ 5단 자아입산 (自我入山)
이 부류는 드디어 산심을 깨닫고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마음속에 있음을 알게 되느니라.
따라서 에베레스트가 주는 흡인력에 취하여
잊었던 "사람과 산"의 관계를 알게 되느니라.
특징 : 이 때는 국가에서 주는 훈장도 받을 때가 있으므로,
그동안 집에서 찍힌 산 집념이 비로소 결실을
거두는 때이기도 하느니라.
▶ 6단 회귀입산 (回歸入山)
이 부류는 산의 본질적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있다는 머리 쥐나는 철학을 깨닫고,
다시 우리나라의 낮은 산으로 임하는 때에 해당되느니라.
특징 : "걷는자 만이 오를 수 있다"는 지극히
쉬운 원리를 어렵게 깨우침으로써,
평소 실실 웃는 하회탈 모습으로 표정이 바뀌느니라.
▶ 7단 불문입산 (不問入山)
"산 아래 산 없고 산 위에 산 없다"라는 평등
산사상의 경지에 이름으로써
비로소 입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느니라.
특징 : 묻지마 관광 같이, 산에 오르는 것을 묻지마 라는
선문답으로 유유자적 산을 즐기는 시기를 말 하느니라.
▶ 8단 소산입산 (小山入山)
이 부류는 겸허하게 작은 산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안목이 있느니,
그런 작은 산을 즐겨 찾는 시기가 되었느니라.
그러나 죽어도 힘들어서 높은 산을 못 올라간다는
소리는 안 하느니라.
특징 :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에 비례해 입에는 양기가 올라
남산 산행같이 쬐그만 산행이 끝나고 하산주 시간이 되면,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특징이 있느니라.
▶ 9단 입산금지 (入山禁止)
코딱지만 한 산...아니 봉분 아래 아무말 없이 깔려 있느니라.
특징 : 시산제때 "먼저 가신 산악인에 대한 묵념"시나
경과보고시 그간 낸 회비와 술값에 따라선 가끔 거론되느리라.
첫댓글 좋은글 감사히 보고갑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