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맨체스터에서 열렸던 지인진의 WBC 페더급 복싱챔피언전이 그랬고, 20일 아시안컵 베트남전에서 0-1로 패한 것도 그렇습니다.
우선 복싱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복싱을 현장에서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별로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한국인 선수가 타이틀전을 한다기에 유학 중인 김주성 선배와 맨체스터의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함께 온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를 했다"고 전하더군요.
그런 각오가 라운드 초반까지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선수는 힘이 장사였는데 지인진은 4회까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거침없이 몰아붙이더군요. 그러나 5회부터 9회까지는 일방적으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몰려 우리는 모두 KO패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10회부터는 또 기적적으로 힘을 되찾아 상대를 궁지로 몰았습니다. 대단한 투혼이었습니다. 지난해 제가 미리 은퇴선언으로 배수진을 친 뒤 월드컵을 뛰었던 당시의 그 느낌이 되살아나 뭉클했습니다. 비록 판정 번복으로 재경기를 하게 됐지만 지인진의 승승장구를 빌어봅니다.
베트남전 패배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축구가 재미있는 것 아닌가요. 슈팅 숫자는 16대4였다고 하더군요. 지난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은 30회 넘게 슈팅을 날렸지만 무산됐고 상대는 한 차례 슛으로 우리를 짓밟아 버렸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그런 경우를 당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전반에 골을 허용한 뒤 총 공세에 나서 골키퍼까지 젖힌 뒤 슛을 날려도 상대 수비가 걷어내거나 골대를 맞혔고, 어떤 때는 우리 선수에게 맞고 튕겨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강철과 최문식 등은 울면서 제게 "형! 제발 골 좀 넣어"라며 다그쳤지만 절대 골 문은 열리지 않더군요. 아시안게임 우승을 하면 군 복무 면제의 혜택이 있는데 얼마나 열심히 뛰었겠습니까. 경기 후 서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축구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셰필드(영국)에서
---- 예선통과 했으니까 코엘류 해임이니 질책이니 라는
거침없는 언사 잠시 접어두고 코엘류 에게 아시안 컵을 다시
한번 맞겨 보는게 어떨런지.. 감독 자신도 참 어이가 없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