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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싸커걸♡여자도축구봐요。 원문보기 글쓴이: 달빛냥
2007 World Cup U-17 대회가 한국에서 열렸었죠. 제가 사실 스페인 선수들을 만나고 왔는데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일부러 조용히 숨겨놓고 있다가, 이제야 슬쩍 공개합니다!
비록 월드스타가 아니더라도 정말 완소 스페인 선수들이니까 이쁘게 봐주세요!
우선 선수들 소개부터~ U-17 대표팀이니까 나이는 17세라는 거 다들 아시죠? (저와 동갑~) 전부 90년생이랍니다.
스펜 선수들 명단이에요. 제가 사실 제일 만나고 싶었던 건 5번 선수와 18번 선수랍니다.
레알마드리드 유스 소속의 나쵸, 첼시 유스 소속의 세르지오 테헤라.
그럼 이제부터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첫째 날 8월 20일
사실 제가 개인적 사정으로, 같이 가기로 했던 분과 약속을 펑크를 내고 혼자 다녀왔습니다.
선수들이 울산에 묵을 때 다녀왔는데요. 버스 타고 혼자 찾아가느라 캐고생했답니다. -저는 부산에 삽니다..-
미아가 되진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겨우 호텔에 도착!
오전 11시 47분쯤에 도착했는데요. 우와 정말 두근거리더라구요.
사진을 몇 장 찾아보고 가긴 했지만, 제가 워낙 안면인식장애..가 있어서 직접 보고도 못 알아보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도 했어요.
어쨌든 호텔 로비에 앉아있으니 어느 관계자분이 선수 세 명과 코치를 데리고 어디론가 차를 타고 가더라구요.
붙잡고 말 걸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심장이 떨려서 놓쳐버리고- 혼자서 머리 쥐어뜯으면서 ‘으아아아 말 걸어야 하는데!’ 발악하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몇 명을 눈앞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가, 엘리베이터 앞에 세 명의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다가갔답니다.
“잠깐 실례 좀, 너희 스페인 선수들 맞지?” 하니까 고개만 끄덕끄덕 하더라구요.
-스페인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처음으로 호텔까지 찾아가서 만난 팬이 아마 저일거에요
그래서 선수들이 제가 갑자기 말을 거니까 되게 놀라고 흠칫, 하면서 경직되더라구요-
제가 스페인 대표팀을 좋아하고 그래서 너희들 보러왔다, 하니까 빤히 쳐다보면서 또 끄덕끄덕.
우선 전에 배웠던 짧은 스페인어로 내 소개를 하고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했습니다.
세 명이 나란히 서서 한 장 찰칵 찍었는데 얼굴이 죄다 경직....... T_T
사진을 찍고 나서 혹시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었더니 제일 오른쪽에 있던 선수가 할 줄 안대요.
알베르토 모르가도, 백넘버 3번 달고 뛰는.
제 말을 다 알아들은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저는 나쵸를 만나고 싶다고 했고, 그러자 가운데 서있던 아이가 ‘내가 나쵸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내가 너 주려고 선물 갖고왔어!” 주섬주섬 준비해 간 선물을 꺼내 안겨줬죠.
제가 뭘 꺼내는지 몰랐던 나쵸는 얼떨결에 선물을 받자, 손에 쥐어준 걸 빤히 쳐다보더니, 선물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더라구요.
“나 주는거야? 나?”
제가 맞다고 하니 옆에 있던 두 선수(알렉스와 모르가도)가 막 웃으면서 “이야 좋겠다. 나쵸 팬인가 봐.” 했어요.
그 때 가까이 앉아 계시던 FIFA 미디어 담당분께서 나쵸에게 선물을 주는 제 사진을 찍었...
(아저씨 그거 인터넷에 올리면 저 가만 안 있을 겁니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필름을 불태워버리겠어요...)
어쨌든 선수들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제가 인사하니까 세 명이 동시에 굵직한 목소리로 “Adious! (안녕~)”
그리고 나쵸는 인사하기가 무섭게 제가 준 선물 들여다보고 있더라구요. ^^
한국에 와서 자기 팬이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나 봐요.
제일 만나고싶었던 나쵸를 얼떨결에 제일 처음으로 만난 저는 행운이었죠!
아싸~ 하면서 다음 선수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에 한 선수가 내려오더라구요.
제가 분명 선수들 사진은 다 찾아보고 갔지만 실제로 보면 이름과 매치가 안되거나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름 물어봐야겠다, 생각을 하고 다가갔어요.
제가 슬쩍 다가가자 그 아이가 저를 딱 보면서 “너, 나쵸팬- 나쵸 팬 맞지?” 하는거에요...
아놔... 저 세 명이 방에 올라가자마자 다 얘길 퍼뜨렸나봐요.. T_T
제가 맞다고 대답한 후,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죠.
정말 이런 질문 실례인 거 알지만 저도 이 아이들을 오랫동안 본 게 아니라서 얼굴과 이름을 매치 못 시킨다구요..
어쨌든 물어봤더니 세르히오라고 하더라구요.
위에 명단 보시면 알겠지만, 세르히오가 두 명이거든요.
아틀란티고 마드리드 소속의 15번 세르히오, 첼시 소속의 18번 세르히오 테헤라.
제가 “그럼 네가 테헤라?” 물어봤어요.
(원래 스페인식 발음으로는 세르히로 테헤라인데, 제가 스펜어 못한다는 걸 알고는 영어식 발음으로 세르지오 테제라, 라고 해줬어요. 정말 친절친절!)
제가 자기 이름을 아니까 “어, 내 이름 아는구나?” 또 생긋 웃더라구요.
제가 두 번째로 만나고 싶었던 첼시 유스 Sergio TEJERA였죠.
제가 더듬거리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서 말하니까, “너 영어할 줄 알아?” 묻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응 나 영어 할 줄 알아.” 그랬더니 웃으면서 영어로 얘기 하라고 하더라구요.
테헤라는 영어 잘하더라구요.
아마 스페인팀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어 능숙한 아이였던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10대 아이로 안 보이고, 뭔가 조금 성숙된 느낌이었어요.
눈빛이 다정했고, 제가 들이대도 다른 아이들처럼 경직되지 않고 친절하게 말 걸어준...
싸인을 하고 나서 펜이 손가락에 묻었었어요. 제가 “야 여기 펜 묻었어.” 하면서 슬쩍 손을 만졌습니다.
그 다음은 머리가 노르스름한 개구쟁이같이 생긴 아이였습니다.
6번을 달고 뛰는 이그나시오 카마쵸, 스페인 U-17팀의 캡틴이구요, 카마쵸의 형도 축구선수랍니다! ^^
제가 카마쵸에게도 싸인을 받고 사진을 부탁하니까 활짝 웃으면서 물론 된다고 하더라구요.
말했다시피 저는 혼자 가서, 선수들과 같이 찍지 않고 그냥 독사진만 찍었거든요.
그랬더니 카마쵸가 “나 혼자 찍어? 너랑 같이 찍어야지.” 말하면서 또 상큼하게 웃더라구요.
되게 발랄한 아이였어요.
옆에 있던 곤잘레스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길래 제가 “너도 같이 찍자.” 해서 얼떨결에 저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세 명이 찍었답니다.
카마쵸는 어깨 뒤로 손을 댔는데, 옆에 있던 곤잘레스는 팔을 어깨에 올릴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더라구요.
저를 슬쩍 내려다보더니 경직된 팔을 뻗어 어깨에 쭈빗거리며 올려줬습니다.
같이 계시던 저널리스트분께서 찍어주셨는데요, 그 분 사진을 어찌나 못 찍으셨는지....
원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은 로첼라였어요. 4번을 달고 뛰는 다빗 로첼라.
제가 자기 이름을 모를 거라는 걸 예상했는 지, 제가 묻기도 전에 “난 로첼라야!” 소개하더라구요.
저와 사진도 한 컷 찍고, 곤잘레스와 함께 또 한 컷 찍었답니다.
-로첼라와 곤잘레스가 제일 친한 것 같더라구요. 처음 봤을 때도 둘이 함께 로비에서 한참 앉아서 상담하고,
조금 친해졌을 때 곤잘레스에게 “너 누구랑 제일 친해?” 물으니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로첼라가 제일 좋은 친구야.” 하더라구요.
로첼라는, 다음 날에 저와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주니까 사진 한 번 보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며 “고마워.” 제게 웃어줬어요.
저는 계속 혼자서 로비에 머무르고 있는데, 지하에서 선수들이 우루루 올라오더라구요.
제가 어쩌다보니 계단 위에 서 있어서.. 저를 보자마자 테헤라는 싱긋 웃고, 다른 선수들이 수군거리고, 저는 뭔가 부끄러워서 쭈빗거리고 서 있었답니다.
그러자 나쵸가 저를 보며 슬쩍 다가오는 거 있죠!
뒤에선 선수들이 “야, 쟤가 나쵸 팬이래..” 수군수군거리고. 나쵸에게 메일 주소를 받고 나서 단체컷을 하나 찍었답니다.
사진은 왼쪽부터 세르지오 테제라, 나쵸, 보얀 크리킥, 알베르토 모르가도, 알렉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제일 가운데에 키가 쪼매난 아이가 하나 있는거에요.
딱 보니까 그 이름도 유명한 보얀 크리킥!!
우와~ 정말 제가 보얀의 팬은 아니지만 이런 대단한 아이를 만나는 건 영광인거죠!
17세의 나이에 바르셀로나 1군에 합류했다는 그 괴물 유망주입니다, 바르샤의 미래이자, 스페인의 미래인 셈이죠!
짝짝짝~!! 이 아이가 호나우딩요, 푸욜, 메시, 데코와 같은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어깨를 겨누는겁니다.
아차, 이젠 앙리와도 함께 뛸 수 있겠군요! 대단한 아이죠.
-이미 챔스경기에서 뛰었죠? ^^
제가 순간 후덜덜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하필 보얀이 눈을 감아버린겁니다.
그래서 제가 Again~ 이라고 하니 영어 장애가 심하게 있는 스페인 선수들이 ‘어게인’을 ‘오케이’로 알아들고 오케이? 하면서 해산.......
어쨌든 사진을 찍고 나니 자연스레 제 주위에 몰리더라구요.
테헤라가 제 옆에 와서 영어로 애들 이름을 하나하나 소개해줬답니다.
“얘는 보얀이고, 얘는 알베르토, 얘는 알렉스야~”
어쨌든 잠시 얘기를 하다가, 제가 보얀 독사진을 한 장 찍고 싶어서 따로 살짝 불렀어요.
애가 뭔가 촉촉이 젖어 있더라구요.
물어봤더니 방금 수영하고 왔다고 너무나 이쁘게 활짝 웃으면서 자랑(?)하더라구요.
목소리도 귀엽고, 웃는 모습이 정말 천진해보이는 아이였답니다.
호텔 안 조명이 밝은 편이 아니라서 사진이 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을 슥 넘긴 보얀의 뽀샤시한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아차, 제가 사실 선물을 두 개 준비했는데요, 나쵸와 보얀을 주려고 했어요.
근데 처음에 나쵸에게 선물을 주자마자 선수들 사이에서 ‘나쵸 팬’으로 딱 찍혀버려서.. 보얀에게는 못 주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둘 다 나쵸에게 줬답니다.
사실 보얀은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인사잖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저 원래 바르샤 팬도 아니고.. 레알 팬인걸요 <-
보얀은 굉장히 활발한 아이였어요.
언제 봐도 항상 웃고 있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고 있고, 계속 웃고.. 참 귀여웠어요.
언제나 즐거워 보였던 보얀 :)
선수들 중에 가장 애기 같았구요, 뭔가 어린 티가 났어요.
얘기를 할 때나 사진을 찍을 때나 언제나 활짝 웃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고 정말 예뻤던 것 같아요.
눈만 돌리면 여기 가 있다가 어느 새 저기 가있고, 굉장히 서슴없이 활동하고 다니던 보얀..
로비에 또 어슬렁거리는 선수 두 명이 나타났습니다.
기럭지가 아주 장난이 아니었는데요. 아니라 다를까, 골키퍼 두 명이었습니다.
1번을 달고 뛰는 비야레알 소속의 옐코, 13번을 달고 뛰는 아틀란티코 마드리드 소속의 다빗 데 헤아에요.
헤아는 정말정말 얼굴이 작았어요. 키는 제일 큰 주제에 얼굴은 제일 작고.. 이 선수는 뭐가 그리 바쁜지 연신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제가 계속 부르자 “아하, 날 부르는거였어?” 웃더라구요.
헤아에게 싸인을 받고 있을 때 옐코가 그 뒤에 서서 빼꼼히 보고 있었어요.
둘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자 어깨동무를 하고 계단 위에 서 있더라구요.
제가 계단 밑으로 내려와달라고 하자 엘코가 허허 웃으면서 내려왔어요.
선수들이 점심을 먹으러 올라가고, 저는 점심을 다 먹고 내려오길 기다렸죠.
근데 애들이 안 내려 오는겁니다!
‘아니 얘네는 점심을 하루 종일 먹냐..’ 중얼거리며 기다리다가 어느새 슬슬 부산으로 가는 버스를 탈 시간이 다 되었어요.
1시 반부터 점심을 먹는데, 3시가 되도록 안 내려 오길래 통역관 언니께 부탁해서 나쵸 방으로 전화를 연결했답니다.
나쵸에게 잠깐만 로비로 내려올 수 있냐고 물어보자,
완전 피곤에 쩔은 목소리로 방에 열쇠가 없어서 지금 나가면 나중에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나쵸가 방 열쇠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2만 원 가량을 물어냈거든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어쨌든 더 주려고 했던 선물은 통역관 언니께 맡겨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연결을 끊었는데 나쵸 목소리가 너무 피곤하게 들렸던 게 계속 맘에 걸리는 거에요.
아픈 건 아닐까, 걱정도 하다가 그제서야 아차! 싶더라구요. 스페인에는 낮잠을 자는 게 습관으로 되어 있잖아요.(씨에스타)
선수들도 점심 먹고 평소대로 낮잠을 즐기러 간 거였습니다. 괜히 잠을 깨운 격이 된 거죠.
어쨌든 저는 낮잠을 쿨쿨 자고 있는 선수들을 두고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P.S. 첫째 날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요.
스페인 선수들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관련된 이야기랍니다.
로비에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그 안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한꺼번에 타고 있더라구요.
그냥 인사만 하고 있었는데 고 녀석들이 “Come here~” 부르는 거에요.
저도 같이 사진 찍으려고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갔는데, 그 때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거에요.
사실 그 전에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문을 닫으려다가 말다가 하면서 계속 장난치고 있었거든요.
제가 타자마자 그냥 닫아버린거죠.
걔네가 진짜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을 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있던 저는 당황하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신나서 웃고 난리가 난거에요.
지하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까 몇 명이 내리면서 같이 놀자고 저를 데리고가는 거에요.
제가 선수들 막 때리면서 “너희 정말 못됐다, 나 로비로 가야 해.” 하니까 저보다 키가 한참 더 큰 애들이 맞으면서도 계속 웃고 장난만 치는 거에요 T_T
어쨌든 잠시동안 장난치고 놀다가, 가장 키 큰 아이가 저보고 엘리베이터에 타라고 부르더라구요.
아마 싸우로, 라는 선수였던 것 같아요.
“야, 너 데려다 줄 테니까 얼른 타! 걔네들 냅두고 너만 얼른!”
그래서 제가 냉큼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놀고 있던 선수들도 같이 우루루 탔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장난치다가 다른 외국인 손님께 혼나기도 하고..
아휴 아무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관계자분께 여쭤보니 안 그래도 선수들 중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가장 짓궂고 고집도 세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그런 장난도 치고 노는 걸 보니 역시 어리긴 어리죠? ^^
엘리베이터 사건 이후에도 호텔에서 마주칠 때마다 놀리고 장난을 치던 시끌벅적한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
#둘째 날 8월 21일
사실 하루만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뭔가 첫 날은 허둥지둥 했던 것 같아서 아쉬운 감이 적잖게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거의 충동적으로 둘째 날도 울산으로 Go~
저에게 시간과 차비 정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답니다!<- ^^
나쵸에게 줄 선물로 사탕 한 상자와 저와 찍은 사진을 크게 인화한 것, 그리고 예쁜 종이 가방에 커다란 ‘나쵸 과자’와 몸에 좋은 검은콩 두유를 넣고.
테헤라에게 줄 선물로는 세모난 모양의 유리병에 사탕을 담아서 갔습니다.
그런데! 첫째 날과 같은 시각에 호텔에 도착했더니 우리 스페인 버스가 안 보이는 겁니다! 두둥-
혹시 다음 날 경기를 위한 오전 훈련을 간 걸까, 아니면 단체로 시내에 놀러 간 걸까..
호텔 관계자분께 여쭤보니 시내에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점심 먹기 전에 호텔에 오겠구나 싶어서 기다렸습니다.
약 1시간 반쯤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자 버스가 도착하더라구요.
아휴 어찌나 반갑던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먼저 내리시고 그 뒤로 선수들이 내렸어요.
로비 앞에 제가 뻘줌하게 서서 나쵸를 찾는데 무리 중에 딱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조용히 “나쵸~ 잠깐만~” 불렀죠.
그리고 먼저 로비에 들어온 선수들이 저를 발견하고는 뒤돌아서 “나쵸, 얼른 이리 와 봐!” 불러주기도 했어요.
나쵸가 저를 보더니 약간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뭐라고 말을 하는데.... 제가 스페인어 긴 문장은 당연히 못 알아듣잖아요?
둘이 말이 안 통해서 서로 멀뚱거리고 서 있으니 주위에 선수들이 “오호~ 나쵸 팬 또 왔네.” 하면서 웃고 막 쳐다보더라구요.
어쨌든 사탕 상자와 ‘나쵸 과자’를 가득 담은 커다란 종이 가방을 품에 안겨주자 나쵸가 웃으면서 정말 고맙다고 했어요.
그리고 스페인식 인사로 제 오른쪽 볼에 뽀뽀를 쪽- 했답니다.
저도 모르게 왼쪽 볼에도 해 달라고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 쪽- 해줬어요!
갑자기 나쵸가 고개를 숙이더니 얼굴 옆에서 쪽 소리가 나서 좀 놀랬었어요 <-...
만세~ 날아갈 듯이 기뻤답니다!!
어쨌든 그 날은 통역관 언니가 없는 날이라 말이 안 통해서 그냥 고마워- 말만 듣고 보냈습니다.
선수들이 모두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있었는데요,
나쵸가 제 선물을 품에 가득 안고 가자 우루루 몰려들면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열어보더라구요.
아키노, 세르히오 등등의 선수들이 상자와 종이가방을 열어보고 우와-하는 탄성소리와 웃음소리도 크게 들렸어요.
특히 ‘나쵸 과자’를 보고 크게 웃었어요.
NACHO 이름과 스펠링도 같죠~ 나름 특별하게(?) 준비한 나쵸 과자인데, 나쵸가 기분 나빠하지는 않길 바라고 있었거든요.
그냥 웃고 고맙다고 해줘서 저도 고마웠어요. ^^
몇몇 선수들이 저를 힐끗 쳐다보며 나쵸에게 뭐라고 얘기를 하자 나쵸가 쑥스러운 듯 고개 숙이고 웃고 막 그러더라구요!
아유 정말 선물 받자마자 몰려들어서 개봉하고 놀리고 그러는 걸 보면 애들은 애들이에요 그쵸? ^^
제가 테헤라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었잖아요.
근데 애들 분위기가 완전 시선집중....
그래서 나쵸 외에 다른 아이한테 들이댈 용기가 안 났어요. T_T
나쵸가 엘리베이터를 제일 마지막에 탈 작정으로 계속 로비에 서 있길래,
그 사이에 남자 통역관님을 모시고 와서 짧게 대화 좀 나누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죠.
긴 대화는 안 했구요, 첫째 날 내가 줬던 선물은 잘 받았는지 간식거리는 잘 먹었는지 물어봤어요.
제주도 감귤 크런키, 백년초 크런키, 양갱 같은 걸 줘서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었는데요.
나쵸가 너무 잘 먹었다고, 맛있었다고 대답했어요.
그리고 내가 메일 보내면 답장도 해 주겠다고 했구요, 통역관님께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좀 길게 하더라구요.
제가 나쵸에게 친절히 대해줘서 고맙다고 하자,
나쵸는 “아니야,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나에게 준 관심과 선물이 너무나 고맙고 절대 잊지 않을게.”라고 얘기 했어요
아우 저야말로 감동이었죠.
그렇게 나쵸를 보내고, 또 다시 슬슬 부산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아직 테헤라에게 선물을 전해주지 못했고, 곤잘레스와 카마쵸에게 사진 인화한 것도 전해주지 못했는데.. 약간 조급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 때 곤잘레스가 로비로 내려오더라구요.
점심 식사하기 전에 잠시 볼 일이 있었나 봐요.
테헤라를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하자 문장으로 얘기한 건 하나도 못 알아 듣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세르히오 테헤라, 이름만 말하니까 밥을 먹고 있다고 대답 하더라구요.
그 대답을 하는데도 곤잘레스가 영어로 말을 할 줄을 몰라서 쩔쩔매더라구요.
제가 “런치?” 하니까 “Si. (응!)” 대답하면서 웃더라구요.
테헤라에게 전해 줄 선물을 우선은 다빗에게 줬어요.
호텔 관계자분이 식당으로는 가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아 그래도 너무 아쉬웠죠.
그래서 그냥 당당하게 식당으로 가서 말했어요.
내가 부산에서 선수들을 보러 왔는데 이제 곧 돌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게 해 달라고 부탁드리자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나올 거라고 하더라구요.
아싸~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죠.
기다리는 동안 시리아, 아르헨티나 선수 및 코치님들이 저를 보고 웃으면서 스페인 선수들 사진은 많이 찍었냐고 묻고 잠시 얘기도 나눴어요. ^^
식사를 다 하고 선수들이 나오더라구요.
제가 우선은 나쵸에게 싸인을 한 장 더 받으려고 갔어요. 싸인북 말고 저랑 나쵸랑 찍은 사진에 싸인을 받으려고 했죠.
제가 나쵸에게 준 사진과 같은 사진을 인화했거든요.
그걸 들고 다가가자 옆에 있던 옐코(골키퍼)가 절 보고 웃으면서 “너 또 나쵸 보러 왔구나.” 하더라구요.
나쵸가 제가 들고 있던 사진을 보고 “이거 나 아까 받은건데?”
이러자 엘코가 옆에서 “이 사진에 싸인 해 달라는 거잖아. 여기 위에 싸인 해 줘.” 이러면서 절 보고 고개를 까딱- 인사하며 지나갔어요.
나쵸에게 싸인을 받고, 일단 말이 안 통하니까 테헤라를 불러달라고 했어요.
나쵸가 큰 소리로 테헤라를 부르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테헤라가 오더라구요.
옆에 서 있는 저를 보더니 “아, 너구나.” 생긋 웃으며 눈인사를 찡긋 해줬어요.
우선 테헤라에게도 인화한 사진 위에 싸인을 한 장 더 받고, 얘기를 시작했죠.
나쵸는 영어를 못 하고, 나는 스페니쉬를 못하니까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우선 테헤라에게 하고싶던 말부터 했죠.
곤잘레스에게 선물 맡겨놨으니 걔가 너에게 전해줄거야, 라고 말하고
내가 너희와 나이가 동갑이며, 스페인 선수들을 보러 부산에서 힘들게 찾아왔다고.
나는 곧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고 너희는 다음날 경기 후에 다른 지방으로 가니까 내가 다시는 너희를 만날 수 없을 거야.
슬프지만 언제 또 다시 너희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너희는 대회가 끝나면 한국을 떠날 테고, 몇 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만, 나는 너희가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한국에서 너희를 응원하는 팬이 하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테헤라는 첼시에서, 그리고 스페인 대표팀에서 크게 활약하는 굉장한 선수가 될 거라고 나는 믿고 있어.
언제나 열심히 하길 바라고, 스페인 대표팀 명단에 너희 이름이 있는 걸 내게 보여 줘.
그럼 나는 정말 기쁠 것이고 너희가 자랑스러울 것이고, 너희와 만났다는 걸 영원히 기억하고 있을거야.
뭐 대충 이런 말을 나불나불 지껄였어요. 제가 처음에는 긴장해서 약간 더듬거렸는데,
테헤라는 웃지도 않고 “괜찮아, 천천히 얘기 해 봐.”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제가 테헤라 덕분에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테헤라는 제 말을 끊지 않으려고 계속 “응, 그래서? 계속 얘기해.” 대꾸해주고,
중간중간 나쵸에게 스페인어로 전해주고,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계속 제 어깨를 감싸줬어요.
제가 할 말을 끝내자, 감동받은(?) 눈빛으로 제 어깨를 어루만지며 너무 고맙다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헤어질 땐 테제라와 나쵸 둘 다 제 볼에 뽀뽀를 해 주며 인사를 했어요.
정말 테헤라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90년생 어린 아이인데도 눈빛에 진지함과 동시에 강한 무언가가 느껴졌거든요.
그러면서도 속은 정말 깊어 보였어요.
평소에는 물론 장난도 같이 치고 좀 짓궂긴 한데,
제 얘기를 들을 때 진지한 표정과 그윽한 눈빛, 그리고 볼 때마다 얘기를 나누며 생긋 웃던 미소, 친절함....
외유내강.. 정말 저는 진심으로 테제라가 크게 될 아이라고 느꼈어요, 저 또한 그렇게 믿고 있구요.
아무튼 조곤조곤하지만 강해 보였던 테헤라와, 조금 숫기없지만 남자답고 듬직한 우리 나쵸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러고보니 둘쨰날은 사진이 없네요...
원래 사진 찍는걸 별로 안좋아하기도 하고,
선수들 세워놓고 뻘줌하게 카메라 들이대기보다는 얘기라도 한마디 더 나누고싶은 게 제 맘이라서..^^;
아침에 머리 정리가 덜 된 카마쵸의 부시시한 사진입니다~
제가 사진 한장 찍자고 하니까 랩을 하듯이 예압~ 대답해주더라구요..
이때까지만 해도 이 아이는 '친절한 이그나시오'였어요....ㄲㄲ
#셋째 날 8월 26일
두 번째로 만나고 돌아온 뒤,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될 줄 알았는데요.
스페인이 조1위를 해서 16강 경기를 위해 울산으로 다시 왔답니다!
너무 보고싶어서 냉큼 만나러 갔죠~
제가 선수들보다 호텔에 먼저 도착했는데요.
광양에서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기고 그 다음날 오전에 울산으로 오는 길이었답니다.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짐을 싸들고 들어오더라구요.
짐 들고 있을 때 가면 귀찮아할까봐, 조용히 숨어있다가(?)...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나쵸에게 살짝 갔답니다.
나쵸에게 바디워시와 입욕제를 선물로 줬구요. 영어로 대충 말을 했어요.
얘기 중에, “내가 메일 보냈는데 확인했어?” 물으니까 근처에 있던 코치님을 부르더니 뭐라뭐라 하더라구요.
그 코치님이 영어를 할 줄 아셨는데요, 나쵸 말을 통역해주시더라구요.
메일 확인은 아직 안했고, 인터넷을 거의 사용 안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나쵸가 자기는 마드리드에 산다고 얘기했어요. (갑자기 그 얘길 왜 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마드리드에 산다고? 그럼 편지 보낼까?” 물으니까 뭐라뭐라 하던데 못알아들었어요. T_T
아무튼 그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계속 붙잡고 있기 미안하더라구요.
“엘리베이터 타고 가, 좀 있다가 점심 먹고 나서 보자. 나중에 봐~” 했더니
나쵸가 제 영어를 못알아듣고 짐을 들고 멀뚱멀뚱 서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제가 웃으면서 “일단 가 보라구. 나중에 보자.” 하고 보냈어요.
그리고 곤잘레스..
곤잘레스는 거의 매일같이 엠에센에서 메신저로 이야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뭐 걔는 영어를 잘 못하고, 저는 스페인어를 잘 못해서 의사소통은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그냥 오늘 훈련 잘 했어? 오늘 어느 팀이 이겼다더라, 너희 다음 일정은 어떻게 돼? 뭐 이런 거 있잖아요.
곤잘레스가 저한테 선수들 여자친구 있는 지 없는 지 그런 정보도 다 얘기해주고 그랬거든요. ^^;
근데 막상 실제로 만나면 할 말이 없어서 좀 미안했었어요.
“Hola, Gonzalez!” 인사하니까 곤잘레스가 한국말로 “안뇽!!” 하더라구요.
애가 은근히 멍~해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어눌하게 앙용 하니까 무척 웃겼어요.
그리고 로첼라.....
사실 로첼라가 제일 전형적인 미남형이고, 잘생겼죠.
그리고 항상 미소지으면서 매너가 좋은데요, 사실은 그게 좀.....<-
아무튼 그게 다 겉모습이구요, 가끔 본모습이 나올 때가 있어서 놀랬어요.
로첼라와 곤잘레스가 둘이서 짐을 가장 늦게 챙겨서 버스에서 내렸는데요.
엘리베이터에서 커다란 짐 나르는 사람들이 있어서 걔네 두명이 계속 엘리베이터를 못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로첼라 원래 성격 나오고.... <- T_T
그 때 사진 찍었는데 너무 원래 성격 다 드러나서 차마 못 올리겠어요.
저는 아직도 그 사진 보면 조금 식겁한다는........ T_T
로첼라가 조용조용하긴 해도, 뭐랄까.. 다른 애들이랑 짓궂은 장난 칠 거 다 쳐요.
몇몇 짓궂은 애들이 떠들고 있으면 항상 같이 끼여서 조용히 즐기고 있고 암튼 그래요.. ^^
세르히오는 낮잠을 안자고 계속 혼자 로비를 돌아다녔는데요.
제가 테헤라는 뭐하냐고 물어보니까 자고 있다고 지금은 못 내려온다고 하더라구요. T_T
세르히오는 앞모습의 이미지와 옆모습의 이미지가 많이 달랐어요.
그리고 눈 색깔이 정말 밝은 초록색이라서 이쁘답니다.
선수들이 점심을 먹고 많이 피곤해 보이더라구요.
그 전날에 경기를 뛰고 그 다음날 아침에 바로 버스 타고 몇 시간을 왔으니 당연히 피곤했겠죠.
그래서 점심 식사 후에 또 낮잠을 자고, 몸이 좀 가벼워졌는지 다들 수영도 하고 사우나도 가더라구요.
엘리베이터에서 우루루 내린 선수들은 전부 목에 타월을 두르고 있었어요.
제일 앞장서서 걸어가는 테헤라가 보이길래 제가 “테헤라!” 불렀어요.
테헤라가 뒤돌아보더니 누가 자기를 불렀나 눈을 동그랗게 뜨더라구요.
그 때 가나 선수들이 로비에 진을 치고 있어서, 그 사이로 앞질러 갈 수가 없었어요.
가나 선수들 무리 사이로 테헤라에게 “잠깐만~ 테헤라, 얘기 좀 하자~” 소리치고 그 주위로 빙 둘러서 겨우 사우나실 앞에 도착했어요.
그랬더니 다른 선수들은 모두 들어가있고 테헤라가 혼자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T_T
무슨 얘기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지난주에 마지막 인사라고 하고 헤어졌는데 오늘 또 만나네?” 하면서 웃고.
테헤라가 제 이름 알거든요, 근데 한글 발음이 어려우니 되게 어눌하게 부르고 막..>_<
그리고 테헤라한테도 선물을 줬어요, 그러니까 “오, 정말 고마워.” 하면서 받고..
아시다시피 걔가 첼시 유스 소속이잖아요.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서 “넌 영국에 혼자 사니, 아니면 부모님이 영국에서 돌봐주시니?” 물어봤어요.
부모님은 스페인에서 생활하시고 자기는 새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살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걔한테도 제가 메일을 보냈었는데 휴면상태라고 반송이 됐었어요.
그 얘기를 하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런가, 이상한데?”
그래서 제가 “야, 그러면 내가 편지 보내도 돼?” 하니까 “응 물론!”
주소를 가르쳐주면 보내겠다고 하니까 영국에서 생활하는 집 주소를 외우지를 못한다네요.
우리 집 주소를 가르쳐주면 자기가 먼저 편지 보내겠다고 하길래 제가 깜짝 놀라서,
“뭐? 네가 먼저 편지 보내겠다고?” “응, 그렇다니까.”
“그, 그러면 내가 우리 집 주소 먼저 가르쳐 줄까?” “응 가르쳐 줘, 내가 편지 보낼게.”
우와 진짜.... 빈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막 두근거려서 메모지에 저희집 주소 써서 손에 쥐어줬어요.
그리고 한 장 더 써서 “이거 나쵸한테도 좀 전해줘. 우리 집 주소라고-” 하니까 알았다고 받아갔어요.
아참, 대부분 사람들이 테헤라가 삭발한 모습만 보셨을 거에요.
근데 첫째 날 찍은 사진에 보셨다시피 원래는 조금 긴 머리였거든요.
무스를 한껏 바르고 다녀서 귀엽기도 했는데, 아르헨티나 경기 전 날 삭발을 했다더라구요.
제가 “야 너 머리 자르니까 진짜 시원해보이고 귀엽고 더 남자다워!” 하니까 쑥스러운지 머리를 슥슥 만지면서 헤헤 웃더라구요.
아무튼 잠시 얘기를 나누고 사우나를 하러 보냈답니다.
사실 사우나 입구에 다른 선수들이 우루루 몰려서서 테헤라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제가 너무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기도 했어요...
선수들이 샤워하고 나서 하나 둘 씩 나오더라구요.
제가 화장실 갔다가 나오니까 마침 나쵸가 앞에 있길래 “아, 나쵸 안녕!” 했어요.
그러니까 나쵸도 안녕 인사하면서 제 옆으로 왔어요.
아까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기 전에 얘기 하다가 끊겼었잖아요.
우선 잘 쉬었어? 밥은 잘 먹었고? 이런 안부 인사 비슷한 것부터 하고..
“내가 편지 보내면 답장 해 줄거야?” “응, 해줄게.”
“그럼 너희 집 주소 가르쳐 줘.” 하니까 메모지와 펜을 들고 잠시 고민하더니
“음.. 나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아. 우리 부모님은 바르셀로나에 사시는데 나는 마드리드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축구 때문에..”
“아 그래? 내가 편지 보내려면 네가 지금 살고 있는 마드리드로 보내야겠네?”
“흠........ 응 그렇겠지.”
결국 마드리드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 주소를 가르쳐주더라구요.^^
“그럼 마드리드로 편지 보내면 네가 받을 수 있는거지? 마드리드로 보내면 되는거야?”
“응 맞아 맞아.”
뭐 대충 이런 얘기를 하면서 나쵸가 써 준 주소 받고..
나쵸와 얘기하고 있는데 그 뒤로 아키노가 지나가더라구요.
아키노는 아예 웃통을 벗고 흰 타월만 목에 걸치고 있었어요.
사우나 갈 때는 바지 대신 허리춤에 타월을 두르고 있었는데...
아키노는 정말 애 같아요. 자기한테도 말 걸어주길 바라고 막 그렇거든요.
제가 나쵸 테헤라 말고는 아무한테도 안 가니까 지나가면서 저한테 툭툭 한마디씩 던져요.
전 그냥 대답 안하고 웃기만 했어요..<-
사실 서양애들은 동양여자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워낙 개방적인 문화이기도 하고..
그래서 괜히 여기저기 찝쩝거리는 것처럼 행동하면 좀 가볍게 보일까봐....
워낙 제 성격이 좋아하는 선수한테만 가서 조용조용히 얘기만 하길 좋아하는 그런 성격이라서..
그랬더니 다른 선수들도 저한테는 그냥 ‘나쵸 팬’으로만 보더라구요.
아키노도 지나가면서 “어이 나쵸팬~~” 이러면서 지나가고,
테헤라랑 사진 찍을 땐 옆에서 웃으면서 “쳇, 너는 테헤라도 좋아하냐?” 막 이랬어요.
같이 있던 아는분들은 세르히오, 카마쵸 팬이었는데 엄청 불쌍한 표정으로 아키가 자기한테도 뽀뽀해달라고 하고 막..
-결국 카마쵸 팬이라고 하며 거절했답니다..ㅎㅎ
하여튼 아키 귀여워요~
아무튼 나쵸도 올려보내고, 잠시 쉬고 나서 가나 VS 콜롬비아 경기를 관전하러 간다고 하더라구요.
16강전이 스페인 VS 북한 경기였는데 북한보다 그 후의 상대인 가나를 더 유심히 보더라구요..
훈련을 가기 전에는 로비에 선수들이 우루루 서있는데요.
보얀은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큰 선수들 사이에 서서 웃으면서 조잘조잘 떠들고 있고,
세르히오, 아키노, 로페즈, 알렉스, 아티헨사 같은 선수들은 또 무리지어 서서 떠들고 있고..
아무래도 친한 무리가 딱 정해져 있는 것 같더라구요.
조용조용히 다니는 선수들이 있고, 짓궂게 장난치는 무리들도 있고, 뭐 그런 식이었어요.
테헤라가 혼자서 낑낑대며 양말을 신고 있길래 그걸 지켜보다가 잠깐 불렀어요.
“나랑 같이 사진 찍자~” 제가 사진 찍을 때 테헤라 끌어 안고 찍었는데요.
어찌나 말랐던지.. 제가 팔을 벌렸는데도 폭이 한참 남더라구요... T_T
걔가 한 팔로 제 목을 너무 세게 감싸서 좀 불편하긴 했어요.......<-
아무튼 사진 찍고 스페인식 인사 볼 뽀뽀 양쪽에 받았어요.
그리고 나쵸가 조금 늦게 내려왔는데요, 버스 앞에서 붙잡고 같이 사진 찍었어요.
바디샴푸 향이 짙게 나더라구요.. 킁.... 사진 찍고 나쵸에게도 볼 뽀뽀 받고.
버스에서는 카마쵸와 나쵸가 같이 앉는데요.
제가 버스 밖에서 나쵸를 보고 손을 흔들어 인사했어요.
그랬더니 창가 쪽에 앉은 카마쵸가 저를 보더니 막 나쵸를 부르는 거에요.
나쵸가 저를 보더니 손 흔들어 주고.. 제가 머리 위로 하트 만들어서 나쵸를 부르니까
카마쵸가, 제가 나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장난을 치기 시작하더라구요.
“나한테 하는거야? 아님 나쵸한테 하는거야? 나쵸한테 하는거지??”
당연히 나쵸한테 하는거지, 하니까 카마쵸가 신나서 나쵸한테 “야 너도 해줘. 얼른 너도 하라니까.” 계속 부추기는거에요.
제가 막 깔깔 웃고 있으니까 나쵸가 “너 카마쵸 장난 받아주면 안 돼!” 하면서 손 내젓고 막..
디카를 들고 있어서 버스를 찍었거든요.
나쵸가 웃으면서 치즈~ 해주더라구요. 옆에서 카마쵸는 계속 웃고 떠들고 있고.
제가 사진을 찍고 주머니에 디카를 넣자 마자 나쵸가 그제서야 쭈빗거리면서 머리 위로 하트를 해주더라구요.
솔직히 나쵸가 은근히 숫기없고 조금 조용해 보여서 아무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저한테 하트 해주는 거 보고 제가 기분 좋아서 고맙다고 손 흔드니까,
옆에 있는 카마쵸는 숨이 넘어가도록 웃더라구요.....T_T
하여튼 발랄하다니까요.....
아무튼 세 번째 만남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애들은 경기 관람하러 가고, 저는 부산으로 돌아갔죠.
#넷째 날 9월 2일 (마지막)
만세~ 스페인이 프랑스와의 숨막히는 접전 끝에 4강 경기를 위해 다시 울산으로 왔습니다.
일주일만에 다시 만나러 가는거였죠.
그 새 정들어버려서 많이 보고싶더라구요... T_T
제주도에서 8강 경기 후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즈음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애들이 경기에 이겨서 기분 좋고 힘이 넘쳐서 아침 일찍 비행기 타고 오는걸로 일정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제가 울산 호텔에 도착했을 땐 애들이 점심 다 먹고 낮잠 자고 있을 시간이었어요.
그 날은 애들 피곤하기도 해서 연습도 없이 하루 쉰다고 하더라구요.
잠시 기다리자 코치님이 아래에 내려오셔서 애들 식사시간 가르쳐주셨어요.
식사시간이 슬슬 되어가자 선수들이 하나 둘 씩 내려와서 탁구치고 놀더라구요.
제가 올라갔을 때 나쵸와 보얀이 탁구를 치고 있었는데요.
“나쵸, 안녕!” 하니까 탁구 치다가 말고 저는 한참 보더니 (제가 한참 멀리 서 있었거든요) “어, 안녕!!” 인사해주더라구요.
나쵸랑 보얀이 탁구치는 걸 보고 있으니 선수들이 주위에 앉아서 구경하더라구요.
그 때 옆에 가서 얘기 좀 하고 싶었는데 괜히 끼여들기 좀 그래서 멀찍이서 보기만 했어요.
아차, 보얀 탁구는 잘 못치더라구요~ >_< 그리고 테헤라가 내려오길래 인사했어요.
애들 식사하고 나서 밤까지 자유시간이었어요.
곤잘레스가 보이길래 인사하고 뭐라고 얘기를 좀 건넸더니,
애가 표정이 멍~한 채로 인상을 쓰면서 “야야 뭐라고? 천천히 말해. 나 영어 몰라..” 하길래
“아니 됐어, 그냥 가 봐.....-_-”
아무튼 곤잘레스가 이아고를 불러줘서 같이 있던 분이 사진 찍고 싸인도 받았어요.
탁구 치고 놀 애들은 놀고, 컴퓨터 하고 싶은 애들은 컴퓨터 하고, 방에 올라갈 애들은 올라가는데요.
알렉스, 테헤라, 데 헤아, 옐코, 카마쵸 등등 선수들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어요.
근데 엘리베이터 인원 초과였는지 삐-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애들이 전부 엘리베이터 벽에 붙어섰어요.
그 때 카마쵸가 저를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나쵸를 부르는거에요.
나쵸는 컴퓨터 하는 곳에 있었는데 카마쵸가 “나-쵸오~, 나-쵸오오~” 계속 불러서 뛰어오더라구요.
카마쵸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쵸를 부르고 있어서 나쵸가 정원초과인 것도 모르고 냉큼 올라탔어요.
그랬더니 당연히 엘리베이터에서 삐- 경고음이 울렸죠.
그러니까 애들이 우하하하하하하 웃으면서 나쵸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동댕이 치더라구요.
-사실 카마쵸가 나쵸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밀쳐냈어요 T_T
나쵸는 얼떨결에 봉변(?) 당하고 쫓겨나서 휘청휘청~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른 팬들에게 붙잡혀 있던 보얀은 자기만 빼고 선수들이 올라가는 게 싫었던지, 장난기가 발동했던건지.
팬들에게 싸인 해주다가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하면 냉큼 뛰어가서 버튼 누르고.
저는 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웃다가 엘리베이터에 있던 옐코랑 눈이 마주쳤는데요.
옐코가 저보고 장난치지 말라는거에요, 제가 억울해서 “야 내가 한 거 아니고 보얀이 한 거야!” 막 이랬죠.
여러 번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애들이 “보얀! 그만 해! 그만 좀 하라고!!”
보얀은 들은 척도 안하고 여전히 해맑게 웃으면서 장난치더라구요.
-보얀이 웃을 때 어깨를 들썩이면서 으히히~ 웃거든요. 어찌나 귀엽던지!!-
결국 참다 못한 우리의 캡틴~ 카마쵸가 보얀을 응징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요.
뛰어와서 보얀 목을 막 조르더라구요.
보얀은 계속 어깨 들썩들썩 으히히히히 웃고 있었어요. 하여튼 귀여워요..
근데 카마쵸가 보얀을 응징하는 사이 다른 선수들이 카마쵸를 두고 엘리베이터 문 닫고 올라가버렸어요.
카마쵸가 당황해서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며 소리치면서 주먹으로 탕탕- 두드리고..
아무래도 억울했는지 다른 팬분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해도 슬슬 피하고, 결국 보얀이 불러서 같이 사진 찍었어요.
저는 엘리베이터에 테헤라가 타고 있길래 “저기, 잠시만 있다가 올라갈래?” 부탁해서 테헤라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어요.
제가 손 크기 정도의 플랜카드를 만들어 가서 그거 쥐어주고, 테헤라 이름 새긴 폰줄 만든 거랑 두툼히 쓴 편지도 쥐어줬어요.
그리고 사진 찍을 때는 같이 손 위로 하트~ 하고 찍어주더라구요.^^
테헤라가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 때 “로비로 다시 내려올 거야? 아님 방에서 쉴 거야?” 물으니까
“잘 모르겠어. 일단 올라가 보고 다른 애들 분위기 봐야 알 것 같아.” 하더라구요.
아무튼 마지막으로 남은 보얀, 테헤라, 카마쵸 세 명도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어요.
얼마 안 있으니까 애들이 호텔 앞 백화점으로 가더라구요.
얼떨결에 같이 가게 됐답니다.. 산책길을 지나서 백화점에 갔어요.
저와 같이 있던 다른 분들도 같이 갔는데, 너무 우루루 가니까 같이 가기 민망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같이 안 가려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백화점 안에서 다른 애들이 모두 쇼핑하러 올라가고,
테헤라가 조금 늦게, 혼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더라구요.
제가 어쩌다 보니 테헤라와 같이 에스컬레이터 타고 뒤에 다른 팬분들도 같이 탔어요.
“내가 준 편지 읽었어?” 물으니까 “응 읽었어, 정말 고마워.” 하더라구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선수한테 가서는 축구 얘기밖에 안해요..
편지에도 제가 둘째 날에 걔와 얘기할 때 느꼈던 생각들이나 뭐 그런걸 구구절절 다 썼었거든요.
그러니까 테헤라가 진지한 표정과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보면서
“진짜 너무 고마워. 네 말대로 내가 몇 년 뒤에 큰 선수로서 뛰는 걸 꼭 보여줄게.”
얼굴 맞대고 그런 얘기 들으니까 쑥스럽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뭘... 나도 너한테 많이 고마워..” 하고 웃었어요.
2층에 도착했을 때, 너무 졸졸 쫓아다니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안 따라가려고 했거든요.
근데 테헤라가 “이리 와, 나랑 같이 가자.” 하면서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한쪽으로 비켜서서는 저보고 오라고 손짓하는거에요..
제가 조금 당황해서 “어, 나 말이야?” 하니까 “응 너밖에 더 있니..”
“내가 너랑 같이 가도 돼?” 물었더니 “당연하지, 위에 그냥 쇼핑하러 가는 건데.”
제가 뭐 살거냐고 물어보니까, 뭐 살지 정하진 않았고 구경이나 한다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같이 타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요.
“오늘 내가 부산으로 돌아가면 이젠 진짜 마지막이야. 만날 일도 없겠다. 네가 돌아가도 날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당연히, 널 기억하지. 네가 준 편지, 답장 보내줄게.”
“정말? 고마워, 편지 기다릴게-”
뭐 대충 이런 얘기 하다가, 남성의복 쇼핑몰에서 다른 선수들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나, 나쵸랑 얘기 좀 하고 싶어.” 하니까 “따라와.” 나쵸에게 데려다주더라구요.
나름 익숙해진(?) 스페인식 인사, 볼 뽀뽀를 하고, 나쵸에게도 플랜카드랑 폰줄이랑 편지 쥐어줬어요.
그랬더니 주위에 있던 카마쵸, 곤잘레스, 로첼라 등등의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더라구요.
카마쵸는 저를 보자마자 또 웃으면서 “나-쵸오~~ 나쵸오~~” 노래를 부르구요,
옆에 곤잘레스가 자기 카메라를 들고 스윽 오더니 “야, 너네 둘이 다시 뽀뽀해봐. 내가 사진 찍어줄게. 입에 뽀뽀해.”
카마쵸는 계속 손 키스 날리면서 키스 한번 해보라고 옆에서 부추기고..
막 이러길래 제가 “곤잘레스, 그만해, 카메라 치워~ 이그나시오(카마쵸의 이름입니다), 넌 입 좀 다물어, 장난 그만 쳐!” 이랬어요.
근데 걔네 계속 장난 치길래 제가 나쵸에게 “야, 쟤네 좀 어떻게 해봐..” 하니까
“아냐, 쟤네 쓰지 말어, 입에 키스 안 할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러다가도
카마쵸가 계속 소리지르고 난리가 나서 나쵸가 결국 카마쵸 때리고 집어 던지고 그랬어요<-
나쵸에게 “우리 머리 위로 하트- 하고 사진 찍자!” 하니까 나쵸가 놀림감이 되는 그런 상황을 바라진 않았는지
“지금 여기서는 안 돼, 그냥 사진 찍자.” 하면서 제 어깨 안아주더라구요.
곤잘레스가 제 디카 갖고가서 로첼라랑 셀카 찍고 까불다가,
(앞에 말했다시피 로첼라는 조용조용하면서도 저렇게 다 같이 장난칠 때 옆에 붙어서 같이 즐기고 있답니다)
저랑 나쵸 사진도 곤잘레스가 찍어줬는데요.
계속 키스하라고 부추기길래 제가 정색하고 장난 그만치라고 으름장을 놨더니,
심술이 났는지 나쵸 얼굴을 자르고 제 사진만 찍는거에요.
그 외에도 제 디카 갖고가서는 나쵸 사진 이상하게 찍어서 신나게 웃으면서 보여주고 막..
옆에선 카마쵸가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고.. 아무튼 난장판이었어요.
몇분을 나쵸 품에 안겨서 서 있다가, 곤잘레스가 결국 마지막으로 나쵸랑 저랑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주더라구요. T_T
나쵸 표정이 첫째날 둘째날보다 더 편안해보이죠? ^^
하여튼 애들이 너무 시끄러웠어요. 백화점에서 거의 난동수준이었으니..
나쵸가 제 눈높이를 맞춰서 상체를 약간 숙이더니, “너 그냥 먼저 내려가 있을래? 지금 쟤네들 계속 장난쳐서..”
나쵸도 조금 불편해하는 것 같길래 “그래 나 먼저 내려갈게, 나중에 봐.” 하고 혼자 내려왔어요.
먼저 내려오니까 아키노랑 알렉스가 돌아다니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 전까지는 아키한테 한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거든요.
아키가 먼저 쳐다보거나 말 걸어도 그냥 웃기만 했었어요.
근데 알렉스하고 둘이 있길래 “아키, 사진 한 장 찍자.” 하니까 “정말? 나 말이야?” 하면서 흠칫 놀라더라구요.
원래 좀 조용한 알렉스는 옆으로 슥 빠져 나가려는 걸 “알렉스, 너도 같이 찍어야지.” 불러 세워서 찍었어요.
사진에 아키 보면 덧니가 다 보이도록 좋다고 헤벌쭉~ 웃고 있죠? ^^
그리고 테헤라와 옐코가 먼저 쇼핑 끝내고 내려오더라구요.
둘이 세워놓고 사진 찍고, 제가 테헤라에게 “혹시 네가 경기 때 입고 뛰었던 유니폼을 받을 수 있을까?” 물어봤어요.
근데 제가 이런 거 묻기 좀 미안해서 말 끝을 흐리면서 우물쭈물거렸거든요.
그러니까 테헤라가 제 얼굴 앞에 바로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잘 안 들려. 내가 경기때.. 뭐라구?” 하더라구요.
제가 다시 물어보니까, 잘 모르겠다고, 자기가 마음대로 관리하는 게 아니라서 대회가 끝나야 어찌될 지 안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럼 나한테 유니폼 못 주겠구나.”
“응, 아직은 내가 줄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어. 미안해..”
뭐 할 수 없지, 얘기 잠시 나누고 정말 마지막 작별인사로 볼 뽀뽀 받고...T_T
옆에 같이 있던 알렉스, 옐코, 아키노에게도 인사를 다 했답니다.
아키노에게 처음으로 말을 먼저 걸었는데요.
“아키노 안녕~” 하니까 뾰루퉁하게 주머니에 손 넣고 서 있던 애가 급 화들짝 놀라면서 어 안녕, 하더라구요.
애가 참 귀여워서 제가 “아 참, 너 이름은 다니엘이지? 다시 인사할게 다니엘 안녕!” 하니까 헤벌쭉 웃으면서 안녕- 하더라구요.
좀 있으니 카마쵸와 나쵸가 지하 쇼핑몰 구경을 끝내고 1층에서 구경을 하고 있더라구요.
둘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카마쵸는 또 장난치면서 표정 이상하게 하고..
제가 "야, 웃어, 웃어!!" 하니까 웃긴 웃더라구요....
어쨌든 저는 나쵸표정이 많이 자연스럽게 보여서 좋았어요..^^
두번정도 만날때까지만해도 되게 쭈빗거리고 그랬으니까요..T_T
(+ 제가 1층에서 혼자 구경하고 있고, 애들이 에스컬레이터 오르내리면서 왔다갔다 할 때
지하에서 올라오는 카마쵸와 나쵸를 또 마주쳤어요.
저는 그냥 안녕~ 인사만 했는데, 카마쵸가 저를 보더니 또 나쵸~ 노래를 부르면서
정말 배를 잡고 깔깔 웃더라구요.
너무 시끄러워서 제가 그만 좀 하라고 했는데 말도 안들어요.
나쵸가 카마쵸를 가리키면서 얘를 어떡할까, 하길래 제가 걔 조용히 좀 시켜, 그냥 때려버려~ 막 이러고..ㅎㅎ)
다른 애들은 모두 백화점을 나와서 매장 앞에 서있었어요.
같이 있던 팬분들이 이야라와 사진을 찍고싶어하셔서 제가 이야라 불러서 찍었는데요.
카마쵸가 가만히 있다가, 제가 사진 찍으려고 하면 이야라 뒤에서 방해하고 막 그래서...
이야라 사진 좀 이상하게 나왔어요 T_T
사진에는 카마쵸가 안보이죠?
이야라 바로 뒤에서 계속 방해하고 있었는데, 교묘하게 자기는 안 찍히는 재주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그나시오, 너 이리와! 너도 사진 찍자.” 하니까 저를 보더니 “싫어, 네가 찍는 건 안 찍을 거야.” 도망가더라구요.
제가 카마쵸 팔 붙잡고 끌고왔는데도 결국 사진은 못찍었어요. 걔 너무 발랄하고 정신이 없어요. T_T
경기 뛰면서 멋지고 듬직한 주장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제일 까불면서 뛰어다녀요.
같이 있던 팬분들 중에 카마쵸 팬이 있었는데 카마쵸가 막 이상한 표정 지으면서 계속 장난쳤구요.
그걸 보고 팬분들이 입 가리고 웃으니까 옆에서 곤잘레스가 꺅~ 소리 흉내내면서 따라하고..
제가 그나마 좀 만만한(?) 곤잘레스한테 “다빗~ 너도 사진 찍자.” 하니까 옷깃을 세워서 입을 가린 채 슬슬 피하더라구요.
(엠에센에서 만나서 사진 찍은 거 파일 전송해주면 고맙다고 낼름 받아가면서!)
결국 옆에 있던 로페즈를 붙잡고 같이 사진 찍어줬어요.
근데 그 뒤에서 혼자 장난치고 있던 카마쵸가 제가 사진 찍을 때 로페즈 바지를 무릎까지 확 벗겨버렸어요.
같이 있던 팬분들이 놀라서 소리지르고, 제가 사진 찍고 나서 카마쵸에게 “잘했어! 너 짱이야!” 막 이랬더니
오잉? 놀라는 표정 지으면서 막 웃더라구요.
근데 중요한 건 로페즈는 전혀 놀라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짝 웃으면서 바지를 슥 올리더라구요. <-
그리고 로첼라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먹고있던 콜라병으로 제 카메라 가리면서 계속 피하더라구요.
겨우 애를 진정시켜서(?) 사진을 찍는데 옆에서 곤잘레스가 저를 툭툭 건들이며 사진 못찍게 방해했어요..
사진의 오른쪽에 브이~하고 있는 손의 주인이 바로 곤잘레스랍니다.
(+ 어쩌다가 로첼라 폰을 구경하게 됐는데요. 얇은 모토로라 폰이었던것 같은데..
폰 배경화면이 본인 셀카였거든요. 선글라스 쓰고 한껏 멋부린 사진이었는데, 되게 웃겼거든요.
다른 분들이 멋있다고 해주니까 되게 뿌듯한 표정(?)으로 끄덕거리면서 웃고,
제가 "야 너 영화배우같다" 하니까 응? 하더니 또 웃더라구요~)
아무튼 백화점 앞에서 시간 좀 보내다가, 카마쵸와 로첼라가 제게 와서 “지금 몇시야?” 물었어요.
제가 로첼라한테는 일곱시라고 바로 대답해줬는데,
카마쵸한테는 시간 안 가르쳐 주려다가 “야 지금 몇시야? 몇신데?” 급하게 묻길래..
“어어, 일곱시.. 너네 이제 가 봐야 하지 않니?” 대답해줬어요.
그러니까 애들이 우루루 몰려서 호텔쪽으로 가더라구요.
뭐 어쨌든 같이 몰려서 호텔로 갔어요.
호텔에 가서는 이야라, 카마쵸, 아티헨사 세명이 로비에서 환전하고,
나머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지막으로 작별인사 하고 올라갔어요.
나쵸와 테헤라를 좋아하는 저는 “이제 마지막인데 작별인사 해줄래?” “물론이지.” 볼 뽀뽀 받고..
엘리베이터 문 닫길 때까지 저한테 손 흔들어 인사 해주더라구요.. 엉엉.. T_T
저는 이게 마지막이었구요, 다른 분들은 스페인 선수들 보러 며칠동안 더 가셨었어요.
그 분들이 테헤라에게 제 얘기도 전해주고 막 그랬답니다.. T_T
테헤라가 백화점에서 모자를 하나 샀거든요~
저랑 같이 있을 때는 짙은 청록색 비니를 보고 있더라구요.
그걸 쓰니까 얼굴이 너무 작아서 좀 창백해 보였어요.
결국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이쁜 캡 모자를 샀답니다.. ^^
4일이라는 시간이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간에 나쵸와 테헤라에게 팬으로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서 저는 만족합니다.
제가 영원히 아름다운 순간 중의 하나로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스페인 U-17 선수들,
모두들 원하는 바를 이루고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후기는 여기서 그만 끝을 내구요. 마지막으로 제 생각 조금만 글로 쓸게요.
우선 제가 후기로 쓴 건 전적으로 사실이고 절대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괜히 ‘저 여자 미쳐서 소설 쓰고 있네.’ 이런 오해 받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사실.. 다른 분들이 스페인 선수들에 대해 좀 안 좋게 얘기하시는 걸 몇 번 봤거든요.
원래 서양 남자들, 그것도 라티노들은 여자에 관심 많고 굉장히 친근하고 그런 경향이 있잖아요.
물론 애들이 못된 생각을 하면 여자 하나 갖고 논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애들이 장난치면 그만하라고 적당히 화도 내고,
같이 히히닥거리면서 싸게 논 건 아니거든요.
괜히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에 오르내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놀면서 스페인 선수들한테 정도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또래여서 그런지 더욱 정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 스페인 선수들을 부정적으로 말씀하시면 솔직히 많이 속상해요.
저는 이 후기 원래는 안올릴 생각이었거든요.
솔직히 그냥 ‘평범한 팬’으로서 가서 싸인 받고 사진 찍고 끝난 그런 후기가 아니잖아요.
저 혼자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내가 이걸 함부로 올려서 괜히 스페인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가 이상해지면 어쩌나 싶기도 했어요.
물론 여기 쓴 후기가 사실이긴 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담은 것도 아니거든요.
공개적인 글로 쓰지 못할 아이들과 저희의 사적인 이야기들도 있었어요, 당연히.
그래도 굳이 이걸 올린 건, 몇몇 분들이 스페인 선수들을 너무 안 좋은 시각으로 보고, 또 함부로 말씀하시는 걸 보고..
내가 보고 겪은 애들 모습을 좀 간추려서 후기로 올리면 ‘저 놈들 참.. 쯧쯧쯧..’ 이런 시선은 조금 줄어들 것 같았어요.
저라도 조금 더 생생한 후기를 올려서 ‘아하, 스페인 애들이 이렇게 발랄한 애들이었구나.’ 하고 생각해주시길 바랬어요.
절대 제가 허구로 지어내서 보태지 않은 스페인 선수들 모습 그대로이구요.
털어놓고 말하자면, 이거 쓰면 왠지 제가 욕 들어먹을 것 같아요.
욕 들을 각오까지 하고 올리는 겁니다.
제가 ‘나 스페인 애들 만났다~’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제가 보고 겪은 스페인 애들이 이런 애들입니다- 말씀드리고 싶어서 쓴 글이에요.
오해하시거나 너무 탐탁지 않은 시각으로 보진 말아달라는 부탁의 글이기도 해요.
원래 인터넷이라는 게 누군가 한마디를 하면 그 말이 왜곡되어서 퍼진다는 거 압니다.
저는 절대 제가 쓴 글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진 않아요.
U-17 월드컵 기간 동안 몇몇 분들이 대수롭지 않게 ‘스페인 애들 어떻다더라-’ 하신 걸
전혀 모르는 분들이 보면 ‘스페인 애들 걔네 좀 안되겠네~ 쯧쯧...’ 이런 식으로 생각하실거에요.
어쨌든 간에 저는 스페인 팬이고, 17세 선수들도 많이 아껴요.
제 후기로 인해 스페인 선수들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더 좋아졌으면 좋겠구요,
제발 떠도는 루머 같은 걸 확실하지도 않은 걸 누가 어찌했다더라- 식으로 퍼뜨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괜히 주제넘게 나서서 말을 한다는 것도 압니다.
사실 저를 안 좋게 보셔도 할 말은 없어요.. T_T
아무래도 좋으니, 스페인 애들 이쁘게 봐주세요~ <- ^^;
PS. 사진이나 후기로 쓴 글은 모두 퍼갈 수 있게 해놨습니다.
괜히 퍼가지 못하게 하고 싸커걸에만 올렸다가는 제 후기를 보신 분들이 다른 공간에서 왜곡된 말씀을 하실까 겁이 났어요.
단, 사진의 도용이나 불펌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수들에 대해 제발 함부로 얘기 퍼뜨리지 말아주세요.
왜곡된 이야기를 들으면 선수보다 팬 입장에서 더 가슴 아픈 게 사실입니다...T_T
(+제가 분명 왜곡된 이야기가 퍼지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물론 제가 쓴 후기가 스페인 선수들의 모든 것을 밝힌 것도 아니고, 제가 보고 겪은 게 아이들의 모든 면이 아닐수도 있잖아요.
이 후기만이 진실이다, 하고 떠벌리는 것도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제가 겪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을 얘기로 많이 들었고,
17세 남자애들이니까 이런 저런 모습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겼거든요.)
아차, 그리고 빠뜨린 사진들 중에..
한국에서 머리 염색하기 전의 보얀~ ^^
-> 앗 염색한 게 아니라네요~ ㅎㅎ 조명빨인 것 같아요. 아무튼 강아지같이 귀여웠던 보얀입니다..
어색어색, 정말 조용한 프란 메리다~
하지만 말을 걸면 살짝 웃는게 귀여워요..ㅎㅎ
- 제가 후기를 써서 로고를 박고 수정하여 올린 사진이긴 하지만,
일부는 제가 찍은 사진이고, 일부는 아는 분께서 찍어주신 사진임을 밝혀둡니다.
사진과 관련된 그 어떠한 수정과 도용, 불펌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 그리고 이 후기는 철저하게 저만의 경험을 쓴 것으로, 같이 계셨던 다른 팬분들의 얘기는 최소한으로 줄였으며
그분들의 사생활을 위해 내용은 전혀 기술하지 않았습니다~
첫댓글 우와 ㅋㅋㅋ
스페인 애들도 이렇게 이쁜데 이탈리아 아가들이 17세면 얼마나 이쁠까.ㅜㅜ 이탈리아가 U17 월드컵 본선진출을 못해서 아쉽습니다...ㅠㅠ
완소 보얀♡ 부럽네염 ㅋ
와 부럽
완소 테헤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네~~
정말부러워요~~~~~~~~~~
카마쵸가 보얀 목조르는 거 저도 보고싶네요. 얼마나 웃는게 귀여울까 ㅎㅎ
우와!!! 친해지신거에요!!!!1? !!!!
다읽는데 30분걸렸어요 ;;
대단하시다
다읽엇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