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스포츠=강명호 기자]
[이병규는 2011시즌 '3할3푼8리'를 기록했다.]
'안타 제조기' 이병규(37, LG)의 타격비밀!
이병규는 현역 최고의 교타자로 꼽힌다. 올 시즌에도 시즌 초반부터 3할5푼대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랭킹 맨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이병규 최고의 전성기는 입단 3년차였던 1999년.
이해 이병규는 '30(홈런)-30(도루)'에 역대 2위인 192개의 안타를 양산해 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병규의 '30-30'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 가운데 유일한 기록으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07년 현해탄을 건너 주니치로 이적했지만 2009년까지 3년 동안 2할5푼4리의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지난해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이병규의 타격도 한물 간 것 아니냐'는 주위의 싸늘한 시선을 뒤로 하고 올 시즌 '불사조'처럼 되살아난 이병규. 그의 놀라운 타격 기술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순철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의 날카로운 분석으로 살펴봤다..!
1. 타격이론에 스탠스는 어깨넓이로 벌리고, 하체와 양 팔은 역삼각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돼 있다. 이런 면에서 이병규의 타격 준비자세 폼은 교과서적이다. 스탠스는 어깨보다 약간 더 벌리고 있으며, 체중은 뒷발과 앞발에 5.5 : 4.5 정도로 갖다 놓고 있다.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들고 있는 것은 타석에서 몸 전체가 경직되지 않게 리듬을 타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반사신경을 빠르게 해 언제든지 배트를 낼 수 있는 자세를 만들기 위함이다. 오른쪽 어깨가 왼쪽 어깨보다 약간 높고, 턱을 들고 있는데 이는 좌우중간쪽으로 큰 타구를 날려 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단거리 타자라면 턱을 목에 붙이고 시선은 아래로 향해야 하지만 이병규는 이런 자세도 괜찮다.
2. 오른 무릎을 들면서 타격 시동을 걸고 있다. 오른 무릎을 어느 정도 드는 게 바람직한지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반적으로 벨트를 넘어가지 않으면 무방하다. 왼쪽 무릎을 45도 정도 구부린 것은 체중을 싣기 위해서다.
중요한 점은 양쪽 어깨가 수평으로 바뀌었다는 것과 시선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처음 준비자세에선 장타를 의식했다가 본격적인 타격자세에 들어가면서 콘택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3. 스트라이드(앞쪽 발을 내딛는 동작)를 시작하고 있다. 힙과 왼쪽 무릎의 위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면서 체중도 왼발에 처음처럼 실려져 있다. 매우 좋은 동작이다.
왼쪽 겨드랑이가 파워 포지션으로 벌어지면서 오른쪽 팔꿈치도 따라서 펴지고 있다. 힙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처음 상태로 있는데 만일 여기서 힙이 나간다면 변화구에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4. 아직도 체중이 왼발에 남아 있다. 공을 끝까지 몸에 붙여놓고 치려는 '참을성'을 높이 사고 싶다. 왼 무릎을 좀 더 굽혔는데 어떤 공도 쳐내겠다는 이병규 특유의 타격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른발이 땅에 닿았는데도 전체적인 타격폼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양 팔, 배트 헤드, 머리, 힙의 위치가 한 군데도 흠잡을 데가 없을 만큼 완벽하다. 어깨도 열리지 않은 상태로 힘을 집중시키고 있다.
5. 스트라이드의 폭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이병규의 타격폼이 정답이다. 처음 스탠스에서 한 족장 정도 더 나간 현재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다. 더 커지면 상·하체에 힘이 들어가고, 콘택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양쪽 팔꿈치가 파워 포지션에 이르러 있다. 즉 힘을 최대한 쓰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힘만 들어가 있지 않다면 원하는 대로 받아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 놓고 있다. 힘을 모으기 위해선 '발은 나가고, 팔은 벌려라'라는 말이 있다. 좋은 타구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자세다.
6. 오른 무플을 약간 굽혔다. 변화구를 받아 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처럼 오른 무릎을 굽히면 부드럽게 배트를 낼 수 있어 타격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왼팔은 겨드랑이에 붙인 채 앞으로 나오고 있다.
요즘 타격 코치들은 무조건 겨드랑이에 붙일 것을 주문한다. 겨드랑이에서 떨어질 경우 일명 도어스윙(큰 스윙)이 돼 힘을 못 실을뿐더러 떨어지는 공에 타이밍을 맞힐 수 없다. 오른쪽 팔꿈치는 그대로 유지한 채 왼쪽 팔만 겨드랑이에 붙이고 있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다.
7. '콘택트 순간에 턱을 어깨에 묻어라'라고 한다. 헤드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양 손이 펴진 상태에서 손목이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쪽 뻗어주고 있다.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의 모습으로 무릎은 펴지고, 오른발은 닫혀 있다가 원심력에 의해서 열리고 있다. 현재 체중은 양쪽 발에 5 : 5로 나눠져 있다. 무난하다.
8. 체중을 좀 더 앞으로 밀어주기 위해 오른 무릎을 다시 굽혔다. 팔은 이미 돌아갔기 때문에 제 자리로 가져올 수 없지만 하체는 체중 이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왼발 뒤꿈치가 1루쪽 덕아웃을 향해 있는데 여기서 포수쪽으로 더 돌아가면 힘을 쓸 수 없다. 팔로스루 동작도 좋고, 끝까지 헤드업 되지 않은 채 공을 보고 있다.
9. (1)번부터 (8)번까지 완벽했는데 (9)번에 와서 타격폼이 흐트러지고 있다. 오른발은 너무 많이 열렸고, 왼발 뒤꿈치는 더 돌아줘야 하는데 (8)번 상태에서 멈췄다. 한 마디로 어정쩡한 자세인데 이는 이병규 특유의 타격 스타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병규는 공을 맞히는 재간이 뛰어난 타자다. 그렇다 보니 피니시 동작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콘택트까진 교과서대로 타격을 하지만 맞힌 다음엔 빨리 1루로 뛰어가기 위해 서둘러 타격동작을 끝내는 것이다. 폼 자체로만 평가한다면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10. 콘택트와 동시에 뛰어 나가려 하고 있다. 이는 이병규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허리는 뒤로 빠져 있고, 왼쪽 어깨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오른쪽 벽은 무너졌다. 분명 기본에서 벗어난 자세다.
하지만 이병규는 이 자세 때문에 도저히 칠 수 없는 공도 커트해 낸다. 또 한 시즌에 수십 개의 내야안타를 쳐내고 있다. 피니시까지 완벽하다면 보다 좋은 타구를 많이 날릴 수 있지만 내야안타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병규의 타격 폼을 옳다거나 그르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다.
이순철(50,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 /
1961년 4월 18일 생으로 광주상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1985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으면서 프로에 데뷔해 그해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최다안타왕 1회(1992년), 도루왕 3회(1983, 1991, 1992년), 골든글러브 5회, 올스타 8회 등의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다.
프로 14년 통산 4775타수 1252안타, 2할6푼2리의 타율에 145홈런, 371도루를 기록했다. 1998년 은퇴한 뒤 삼성과 LG 코치를 거쳐 2003년 LG 감독에 부임해 2006년 시즌 중반 지휘봉을 놓았다. 이듬해인 2007년부터 MBC SPORTS+에서 해설을 하다가 최근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해설 당시, 선수들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로 ‘비난 해설’이란 새 장르를 열기도 했다. 선수시절부터 학구파로 알려져 있으며, 타격 이론에 관해서는 나름의 확실한 논리를 정립해 놓고 있다.
제공 / <스포츠온(Sport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