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독일 나치의 덴마크 침공 같은 단편적 사실만 기억하는 관객들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는 듯한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유럽 영화제와 로테르담 영화제 등에서 입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악랄한 독일 나치와 선량한 연합군'이라는 도식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전쟁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경계적 인물이나 사건을 조명하는 작품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프랑스·폴란드 합작 영화 '아뉴스 데이'(Agnus Dei·감독 안 퐁텐)는 2차 대전 직후
폴란드에 진주한 소련군의 성폭행으로 임신하게 된 폴란드 수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아뉴스 데이'는
'신의 어린 양'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실제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 여의사 마들렌 폴리악(1912~1946)은
전후 프랑스 적십자 소속으로 폴란드에서 구호 활동을 하다가 수녀들의 비극적 사연을 접하고 진료에 나섰다.
영화에서도 폴리악을 모델로 삼은 여의사 '마틸드'(루 드라주)의 거듭된 질문에 결국 폴란드 원장 수녀는
진실을 털어놓는다. "우린 독일군들에게 당했고 그 뒤엔 소련군까지 왔다…." 영화에서 소련 병사들은
수녀들의 출산을 남몰래 돕고 적십자 본부로 돌아가려는 마틸드를 성폭행하려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영화는 '소련의 연합군 대(對) 독일 나치'라는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수녀의 출산에 따른 현실적
고통과 종교적 구원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 유럽 전쟁 영화의 흐름에서 결정적 분기점이 됐던 작품은 2015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헝가리 영화 '사울의 아들'이다.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동포 유대인들이 죽을 때마다
시체 처리 작업을 맡았던 유대인 작업반인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의 실화를 다뤘다.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의 참상을 지켜보면서도 독일 나치의 강압에 의해 시체 처리 작업을 도울 수밖에
없는 이중적 존재를 묘사한 것이다. 강유정 교수는 "'사울의 아들'과 '랜드 오브 마인'처럼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 영혼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늘었다는 점도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독일 소년병이나 폴란드 수녀처럼 기존 전쟁 영화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인물들로 관심의 폭을
넓히는 것도 특징이다. 전시(戰時)의 참상만이 아니라 전후(戰後)의 상흔(傷痕)까지도 영화에서 다루는
것이다. 폴란드사 연구자인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절에는 '러시아는
해방자'라는 것이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의 공식 이데올로기였다"면서 "1980~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와
냉전 해체 이후 금기시됐던 주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독일 합작의 '랜드 오브 마인'이나 프랑스·폴란드 등이 합작한 '아뉴스 데이'처럼 2~3개 국가가
영화 제작에 공동 참여하는 경우도 늘었다. 임지현 교수는 "최근 독일과 폴란드가 공동 역사 교과서를
제작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각국은 일방적 역사 해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들이 영화 제작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댓글 전쟁이란 어짜피 참혹한 상황으로서 그속에서는 인권을 그누가 지켜주지도 못하는 지옥같은 것으로 그저 벌레 같을지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인생 ~~~ !!!